비 오는 날 좋아하세요?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by 윤채경



어린 시절엔 그랬어요.

제가 국민학교 4~5학년쯤으로 기억되는데,

작은 동네 학교에서 조금은 큰 도시로 이사하면서 전학을 갔던 때에요.


그때는 눈이든 비든 먹어도 될 정도로 공기가 좋았던 시절입니다.

아직도 제 기억에 선명하게 남는 하루가 있어요.

비가 많이 내렸던 어느 오후였는데, 동네 친구들도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저 혼자 쓰고 있던 우산을 접고

물 웅덩이를 골라가며 통통 뛰어다니며

온몸으로 흠뻑 비를 즐겼던 날입니다.

입을 벌려 비를 먹기도 하고 눈을 크게 뜨고 내리는 비를 맞다가

이내 곧 눈을 질끈 감기도 하면서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녔어요.





브런치에 쓸 이미지1.jpg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가 얼굴을 때려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 구석구석을 씻겨주듯 타고 내려가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자유로움을 느꼈던 것 같아요.

무언가 나를 꽁꽁 싸매고 있었던 보이지 않는 족쇄가 풀린 느낌이었어요.

어린 시절엔 그렇게 흠뻑 비를 맞고 다니는 걸 좋아했습니다. 가슴이 시원해질 정도로.


그렇게 비를 좋아하던 저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며 비는 불편한 존재가 되었어요.

특히 출근길에 내리는 비는 더욱 싫었습니다.

하지만 출근을 하지 않는 날 내리는 비는

때때로 제 가슴에 살랑살랑 바람을 일으키는 존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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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은 왜지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어디든 밖으로 나가고 싶어 집니다.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해도 좋고

지금처럼 비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카페에서 조용히 글을 쓰는 것도 좋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조용히 눈빛을 교환하며 각자의 시간을 나누는 것도 좋습니다.


비는 저에게 그런 존재예요.

비 오는 날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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