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있어야 할까?
8년쯤 전, 서울시에서 건립을 추진 중이던 한 과학관의 기본설계에 대해 자문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2024년 8월에 개관해 현재까지 운영 중인 RAIM(Robot AI Museum),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에 대한 일이었다.
막상 기본설계 내용을 들여다보니,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 있었다. 바로 “로봇과학관은 왜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존재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 보니, 과학관의 내용 역시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늦은 감은 있었지만, 사업을 담당하던 주무관에게 새롭게 탄생할 과학관의 존재 목적, 즉 ‘미션’을 먼저 세워보자고 제안했다. 다행히 그 제안에 공감한 주무관의 용기 있는 결정으로 로봇과학관의 전략계획 수립 과정이 시작되었다.
먼저, 새롭게 생겨날 과학관이 놓이게 될 환경을 살펴보았다. 과학관이 들어설 도봉구 창동 지역은 서울시가 균형발전을 위해 주목하고 있는 곳으로, 다소 노후하고 인구 유동도 많지 않지만 향후 변화의 가능성이 큰 지역이었다. 이는 과학관 입장에서는 분명한 기회요인이었다.
한편, 8년 전에도 이미 한국 사회의 인구감소는 예견된 상황이었다. 과학관의 주요 관람층인 아동·청소년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는 점은 뚜렷한 위기요인으로 보였다. 여기에 더해, IT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SNS만으로도 과학 학습이 가능한 시대가 열리는 동시에, 새로운 기술을 직접 체험하고자 하는 욕구 역시 커지고 있었다.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느껴지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환경 분석과 더불어, 과학관 건립을 추진하는 내부 관계자들, 그리고 과학관을 이용할 교사와 학생, 시민 등 외부 관계자들에 대한 인터뷰도 빠뜨리지 않았다.
모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새 과학관이 마주하게 될 핵심 문제들을 여섯 가지로 정리했다. ‘로봇’이라는 소재는 거의 모든 공학 분야를 아우르며 산업·경제·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이를 과학관이 제대로 다루지 못할 경우 오히려 모호함만 키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였다. 또한, 과학관이 여전히 ‘아이들만 가는 곳’이라는 인식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그 ‘아이들’의 수는 계속 줄어들 것이라는 점 역시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였다.
다음으로 도출된 핵심문제들의 해결책을 함께 고민해 줄 ‘드림팀’을 꾸렸다. 과학관계에서 오랫동안 기관장으로 활동해 온 이정모 관장님부터 휴머노이드 연구개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한재권 교수님까지, 여섯 명의 전문가를 광화문 인근 회의실로 모아 장장 여섯 시간에 걸친 긴 논의를 이어갔다. 그 숙고의 시간 끝에, 우리는 핵심 문제를 관통하는 전략과 기관의 존재 목적인 미션을 만들어 냈다.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함께 고민하고 질문한다.”
8년 전에 설정한 이 미션은 로봇과 AI가 급격히 발전하며 혼란스러워진 지금의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나는 믿는다. 누군가 “당신이 일하는 과학관은 왜 존재하느냐”고 묻는다면, RAIM에는 그 질문에 대한 분명한 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