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오픈클로를 자동화 툴로만 보면 끝이다.

오픈클로 오해와 진실

by ZeroInput

오픈클로를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비슷한 반응을 보일 때가 많다.


“그거 결국 크론잡 아니야?”, “API만 많이 쓰는 거 아니야?”, “메일 읽고 알람 보내는 자동화 툴 아닌가?”라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게도 쓸 수 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거기까지 써보고, 그게 오픈클로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데 있다.


아마 대부분의 시작은 비슷할 것이다.

맥미니 하나 사서 오픈클로를 설치하고, 자기 챗GPT를 OAuth로 연결한다.

알람을 걸고, 메일을 읽히고, 모바일에서 간단한 작업을 시켜본다. 며칠 써보면 꽤 신기하다. AI가 뭔가 대신 움직이는 것 같고, 자비스의 아주 초기 버전 같은 느낌도 난다.


나도 처음엔 비슷했다. 2012년 맥북에 오픈클로를 깔고, OAuth를 연결해서 썼다. 그때 내가 본 것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 이거 자비스의 태초 버전 같은 거구나.” 신기했고 가능성도 느껴졌다.


그런데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걸 어떻게 써야 잘 쓰는 걸까. 그냥 연결해서 돌리는 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멈춘다.


한 번 연결해 보고, “아, 이 정도네” 하고 끝낸다.


오픈클로를 다 써봤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은 클로드든 챗GPT든 제미나이든 점점 오픈클로와 비슷한 형태의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앞으로는 더 그럴 것이다. 각자 자기 모델 위에서 에이전트형 기능을 붙이고, 전용 요금제를 만들고, 사용자들은 그냥 지갑을 열고 쓰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맥미니 하나 사서 연결해 보고 “별거 없네” 하고 끝나는 것도 이해한다.

어쩌면 한 달 전 맥미니 대란 이후 지금은 박스도 뜯지 않은 중고가 싸게 나오는 풍경도, 그 기대와 현실의 간극을 보여주는 장면일지 모른다.


나는 그 시각을 바꾼 계기가 있었다. 1편에서 썼던 AI ERP 프로젝트를 8개월간 만든 뒤 실패한 직후였다. 그때는 단순히 “만드는” 관점에서 벗어나 더 높은 곳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의식적으로 시각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하나의 기능이나 하나의 실행이 아니라, 전체 구조와 방향과 확장을 같이 보려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픈클로를 다시 보게 됐다.


이걸 단순히 편의 기능으로 보면 정말 별거 아닐 수도 있다.


내 토큰으로 연결해서 메일 읽고, 알림 보내고, 간단한 작업 몇 개 자동화하는 수준이라면, 앞으로는 굳이 오픈클로가 아니어도 다 비슷하게 될 것이다. 결국 각 모델 회사들이 더 잘 만들어서 직접 제공할 테니까.


하지만 그때부터 나는 더 고차원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느꼈다.


오픈클로를 얕게 보면 자동화 도구로 끝난다. 그런데 조금 다르게 보면, 이건 앞으로 올 에이전트 시대를 미리 연습해 보는 도구에 가깝다. AI가 기억을 가지고, identity를 가지고, 계속 이어지는 문맥 안에서 행동하고, 여러 역할로 나뉘어 움직일 수 있다는 걸 몸으로 경험하게 해 준다. 단순히 “AI가 뭘 해준다”가 아니라, AI를 하나의 운영 단위로 다루게 만드는 쪽이다.


그걸 더 제대로 보기 위해 나는 맥미니 대란이 시작되는 시점 당근마켓에서 맥스튜디오 울트라를 샀다.


그때는 명확한 논리가 먼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로컬 LLM을 돌려봐야 한다는 메타인지가 발동했다.

직접 붙여봐야 오픈클로의 본질이 더 보일 것 같았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여기서부터 필요성을 못 느낀다. 맥미니 16GB 정도에서 붙여볼 수 있는 로컬 모델은 대체로 너무 작다. 7B 수준의 모델을 붙여보면, “이걸 왜 굳이 로컬로 돌리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 수 있다. 성능이 압도적인 것도 아니고, 최신 클라우드 모델보다 훨씬 좋아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니 로컬 LLM 자체에 흥미를 잃거나, 오픈클로도 그냥 OAuth 연결해서 쓰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나도 처음엔 그 지점이 이해됐다.

클라우드에는 이미 훨씬 좋은 모델이 있는데, 굳이 작고 답답한 로컬 모델을 붙여가며 써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막상 돌려보면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로컬 LLM을 쓴다고 해서 갑자기 더 똑똑한 AI를 얻게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성능만 놓고 보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성능 하나가 아니다.


무제한 토큰과 24/7 상시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클라우드의 5시간 제한, 7일 제한 같은 제약이 사라지면 사고와 행동의 반경이 완전히 달라진다.


기존 AI가 제공하는 토큰의 사슬에서 벗어나야만 보이는 세계가 있다.


그전에는 오픈클로를 “연결해서 쓰는 서비스”처럼 봤다. 로컬까지 붙이고 나서는 “운영해야 하는 세계”처럼 보기 시작했다.


로컬 모델도 천재다. 최신 정보가 부족한 천재일 뿐이다. 그러나 더 최신의 천재가 모든 것을 더 잘 해결해 줄 수 있다는 믿음으로 클라우드 모델을 사용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미 클라우드의 시간과 토큰 제한에 묶여서 사고를 좁히고 행동반경을 좁히고 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꽤 컸다.


그전에는 AI를 사용한다고 하면,

AI를 쓴다. 바이브 코딩한다. 프로그램을 만든다. SaaS를 만든다. 흐름으로 생각하기 쉬웠다.


그런데 오픈클로를 깊게 쓰기 시작하면 시야가 달라진다.


이건 단순히 프로그램 하나를 만드는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어떤 식으로 AI와 함께 일하고, 어떤 구조를 만들고, 어떤 기회를 먼저 잡을 수 있을지를 연습하게 해 준다.

사업 기회도 그 안에서 보일 수 있고, 투자 기회도 그 안에서 생길 수 있고, 무엇보다 내가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상상을 실제 구조로 시험해 볼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오픈클로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게 아쉽다.


오픈클로는 크론잡일 수도 있다. 메일 확인 도구일 수도 있다. 내 토큰으로 연결해서 편하게 쓰는 자동화 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내면 정말 거기서 끝이다.


깊게 들어가 보면 오픈클로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이건 단순히 기능을 쓰는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올 에이전트 시대를 어떤 시각으로 볼 것인가를 먼저 훈련하게 해주는 도구에 가깝다. 그리고 아마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일 것이다.


오픈클로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사람들이 너무 빨리 다 써봤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아직 시작도 안 했을 수 있다.






ZeroInput — AI 시대의 경계에서 직접 부딪혀본 것들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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