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마사가츠
# 역사를 서술하는 가장 친숙하지만 강력한 방식을 사용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리고 한 지역의 왕조의 변화와 시대별로 주도권을 잡았던 국가들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것은 낡고 지루한 듯 하지만 사실 가장 강력하면서도 효율적인 방식입니다. 역사라는 것이 시간의 흐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기에, 이것을 서술할 때 시간의 흐름을 한 축으로 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국가와 헤게모니의 변화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것은 긴 시간을 통해 일어난 일들을 체계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할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통사를 서술하고자 한다면 시간축과 국가 및 헤게모니 중심의 역사 서술을 기본적으로 피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 책은 가장 친숙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사용해서, 저자가 본인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일정 부분 성공했다고 봅니다. 저자는 '"세계사가 지나온 길이 그렇게 간단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대략적인 줄거리는 간단하면 간단할수록 좋다. 일부러 복잡하게 만들 필요는 없는 것이다'라고 본인의 역사 서술 방향 및 방법론을 머리말에서부터 선포하고 들어갑니다. 그리고 소설책 읽고 줄거리 요약하여 이야기해주듯, 세계사의 기원에서부터 글로벌 시대에 이르는 오늘날까지 길고 긴 역사를 간단명료하게, 하지만 굵직한 부분들은 빠뜨림 없이, 358페이지 책 안에 다 담아냅니다. 모든 것을 다 말하고자 하면 아무것도 말할 수 없는 법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가능한 모든 것을 말하려고 하되, '편집의 묘'를 살려서 저자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역사적 사실들을 취사선택해서 방대한 이야기를 압축해서 해냈습니다. 요약을 한다는 것은 상당한 내공을 요하는 일입니다. 이 정도 수준으로 세계사를 요약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습니다.
솔직히 이런 서술 방법은 재미없고 지루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역사를 공부하는데 중요한 뼈대를 세우려면 이 책의 서술방식에 익숙해지는 것이 좋습니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뭐 이 정도로 이해하시면 되겠네요.
# 옆에 두고 꾸준히 참고할만한 세계사 교과서요 참고서
책 초반부에 나오는 지도와 연표는 정리가 참 잘 되어 있습니다. 세계사 시험을 본다고 생각해보면, 반드시 참고해야 할 자료입니다. 역사를 다른 말로 정의하면 '시간의 흐름에 따른 권력 이동을 정리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와 관련된 권력의 이동을 기반으로 역사를 이해하는데 지도와 연표만 한 게 없습니다. 고등학교 때 국사책과 세계사 책 붙잡고 나름 연표를 정리해서 시험을 준비했던 기억이 떠올라 특히 연표는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역사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간이라고 할 때, 이 책의 연표와 지도는 이 중요한 요소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려 하지 말고 관심 가는 부분 먼저 골라 읽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자, 이 책의 목차를 펴고 쭉 훑어보다가 관심 가는 부분이 생기면 그냥 그곳으로 이동해서 읽으면 됩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서 더 알고 싶으면 관련된 다른 책들을 찾아서 읽으면 됩니다. 예를 들어, '사상 최대의 중화제국, 청의 탄생' 부분을 통해 청나라의 역사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면, 이매뉴얼 C.Y 쉬의 '근현대 중국사'의 초반부를 읽고 공부하면 도움이 많이 될 것입니다. 자본주의의 역사에 대한 본격적인 공부를 하고 싶다면, 페르낭 브로델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물론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합니다만^^) 이 책을 출발점으로 삼아, 흥미가 가는 시대와 지역에 대해서 조금씩 세부적으로 더 들어가 보는 것도 이 책의 좋은 활용법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