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EER OVER JOB
모바일 디자인 팀으로 온 지, 3개월
그동안 위에다가 모바일 팀에 관심 좀 가져주세요(라 쓰고 사람 좀 더 뽑아주세요)라고 징징대고 있었는데,
그 속을 알 리 없는 팀 원들은 나에게 이런저런 요구를 하기 시작했는데...
한 명은 '예전 매니저가 더 좋아요'라는 뉘앙스를 풍기며 전 매니저한테 갔고, 2개월에 걸쳐 힘들게 뽑은 계약직 친구는 시작 하루 전에 "나 다른 회사에서 정규직 오퍼 받음. 빠이!"라고 하지 않나, 이제 갓 시니어를 단 팀원 한 명은 "나 매니저 되고 싶으니 그리로 가게 도와줘"라고 하고, 이번에 승진하는 팀원은 "지난 2년 동안 있어봤는데, 딱히 바뀌는 게 없더라. 나 다른 팀 가고 싶어"라며 마치 브루클린 네츠의 KD처럼 Unhappy를 띄우며 공식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에효... 이게 다 뭐다냐...
처음에 예전 매니저로 돌아간 팀원 때문에, 사실 화도 많이 나고 속도 많이 상했다. 화가 났던 이유는 그 친구의 커뮤니케이션 때문이었는데, 6주간 매주 만나면서 나에게는 일절 언지도 없이 결정을 했고, 난 그 사실을 다른 매니저한테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내가 뭘 잘 못했나?'라고 한 동안 생각하게 됐다. 그러면서 느꼈던 점은 사람과의 신뢰 쌓기 (building trust)였다. 그 친구 입장에서도 갑자기 매니저가 바꿨는데, 원래 하던 스타일과는 다르게 내 스타일대로 요구한 게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러면서, Task focus에서 벗어나 People focus로 변화함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해 주었다.
회사에선 분기마다 팀 원들과 Growth 관련 대화를 하게끔 권장하는데, 모바일 팀에서 가장 믿을만한 친구와 Growth 대화를 하는 도중에, 앞으로 매니저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처음 든 생각은 'Of course, I can support you!' 였는데, 그다음 주에는 나에게 회사 내 신입 매니저 프로그램을 가져와서 구체적인 계획을 요구했다. 현재 모바일 팀은 규모가 작아서 다른 매니저가 근시일 내 필요하지 않다. 다시 말해, 이 친구를 매니저로 성장시키기 위해선 다른 팀에 자리가 있는지를 보고 움직이게 해줘야 한다는 말이다. 허나 나 역시도 커리어가 지금 맡고 있는 일보다 중요하다 (Career over job)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6개월 뒤에 신입 매니저 프로그램에 지원해주기로 약속하고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나 역시도 매니저를 하고 싶어서 이 회사에 들어왔기 때문에...
Career와 job의 차이
・Job: 돈을 벌기 위해서 지금 단기적으로 하고 있는 일
・Career: 한 분야에서 단기적으로 하고 있는 일들의 합. (각 Job들의 연결성과 지속성이 중요함)
이제 한 숨 좀 돌리나 싶었는데, 주니어 팀원이 지난번 1:1 미팅에서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이러쿵저러쿵해서) 나, 다른 팀 가고 싶어."
사실 이 친구랑은 2년 전 면접장에서 구직자와 면접관으로 처음 만났었다. 포트폴리오도 괜찮았고, 에너지가 넘쳤기 때문에 좋은 점수를 줬었던 친구라 2년 만에 같은 팀에서 일할 수 있어서 좋았었는데, 이게 무슨 일이지. 전 매니저가 이 친구에 대해서 약간의 귀띔을 주긴 했으나, 나랑 같이 일하면서도 팀에 헌신적이고 전반적인 성과도 좋아서, 이번에 승진 심사에 추천도 해서 승진을 앞두고 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팀원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서 따로 미팅을 잡았다. 이유인 즉, 2년 조금 넘게 같은 팀에서 같은 방법으로 일을 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다 했다.
갑자기 작년 인턴으로 있었던 친구에게 말해주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직 대학교 4학년인 인턴 친구가 올해에도 우리 회사로 와서 인턴을 해야 할지 아니면 다른 회사를 가야 할지 고민이라고 해서, 다른 회사 경험해 보라고 했다. 결코 그 친구가 싫거나 우리 회사가 안 좋아서가 아니라, 아직 너무 어린데 경험을 최대한 많이 해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겠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주니어 팀원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회사 내에서 비교적 팀을 옮기는 게 자유롭고, 2년 동안 같은 역할을 했으니, 팀 옮기는 것에 두 손들어 도와주겠다고. 다만, 이번 분기가 시작되고 이미 Product 팀에 디자인 지원해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지금은 곤란하고 이번 분기에 계획을 해서, 다음 분기에 옮겨주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모바일 팀으로 옮긴 지 얼마 안돼서 팀에 2년여 동안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PM과 Engineering 매니저가 나갔다. 희망과 부푼 기대에 열정을 불 사르려 왔는데, 오자마자 "응, 그래. 열심히 하렴" 라며 가버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팀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나려'는 팀원들이 대기하고 있다.
그래 잘 가라.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그만큼 나 역시 성장하고 있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