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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원 Oct 28. 2024

행복

 어떻게든 나 자신이 살아갈 이유를 찾는다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요즘이다.

작은 것들로 삶을 채워 나간다. 어릴 적에 막연하게 덧그려 보았던 행복은 그저 큰 꿈을 꾸고 그것을 이루어야만 가질 수 있는 보물 같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행복이란 보물은 꽤 가까이에 있더라. 무엇을 보고 웃음 짓는지를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사랑하는 사람, 가끔 마주치는 흰 양말을 신은 고양이, 단맛이 나는 부드러운 라떼 한 잔.


 그런 작은 것들은 고통을 덮는다. 긴 삶을 살아왔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차근차근 생각을 쌓아가면서 고통은 결국 없애는 것이 아니라 덮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새로운 고통은 늘어가고 눈물은 아프게 터진다.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들을 모두 없애기 위해 모든 것을 멀리한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외로움에 또 몸을 비틀고야 만다. 고통이나 우울은 어쩔 수 없이 삶의 한가운데에 지독하게 눌러 앉아 있다. 새까맣게 자국을 남기며 맴을 돈다. 거슬려도 별 수 없다. 희고 부드러운 행복으로 덮어 잠시나마 보이지 않게 하는 수밖에.


  나는 나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보일 수 있게 되었다. 일기장 안에서만 맴돌던 글을 다듬고 밟아왔던 하루를 다시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번 새겨진 추억을 다시 새기고 과거의 나와 대화를 나누며 얼마나 내가 깊어졌는지를 다시 깨닫는다.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참 기쁘다.


 소소한 소망이라면 볕이 잘 드는 곳에서 꽃을 한 송이 키우고 싶다. 나의 손과 나의 마음으로 자라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 안쪽에서 톡톡 튀는 거품이 생겨났다. 물기를 머금고 허리를 곧게 핀 모습을 본다면 참 좋겠다. 어릴 적부터 꼭 보고 싶었던 달맞이꽃이라면 더 좋을 것 같아. 밤에만 피어나는 노란 꽃. 우유같이 희끄무레한 달빛을 머금은.


 가을은 깊어가고 새벽에는 숯의 향기가 바람을 타고 흘러들어온다. 아마도 낙엽의 향기겠지만 숯이 자꾸만 생각나는 향기. 단맛이 나는 겨울 간식을 찾게 되는 행복한 계절.

어떻게든 내가 가진 행복을 덧그리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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