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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늦기 전에 Mar 12. 2024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하는 당신에게

메멘토 모리!

당신의 10년 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20년 후는요? 아니면 30년 후는 어떤가요?

그럼 혹시 몇 년 후 계획까지 세우고 계신가요?


  사실 하루하루 먹고사는 게 힘든 세상입니다. 10년 후는 고사하고 당장 내년의 모습도 상상하기 힘들 거예요. 저는 첫 직장에서 제 미래에 대해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아마 이십 대, 삼십 대때는 열심히 일만 해야 할 거야, 그럼 연봉도 많이 오르고 직급도 과장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한 오십 대쯤 되면 부서장이나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게 되겠지. 그리고 오십 대 후반쯤 되면 회사를 나와야겠지? 다른 회사를 차리거나, 편의점이나 치킨집 같은 요식업을 해야 할 수도 있겠네. 육십 대가 되면 경비원과 같은 일을 하게 될 거야, 그럼 칠십 대에는 파지를 주우러 다녀야 하나...?'


  이처럼 참 막연하고 원하는 삶은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나이대에 하고 있는 일반적인 미래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스무 살에 맞이한 아버지의 죽음은 제 인생과 인생의 계획에 많은 변화를 주었습니다.


  아버지의 임종 전에 죽음은 언제나 "남의 일"이었습니다.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었지만, 결코 제 일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던 대한민국 평균 수명은 70세 전후였고, 백세시대라는 말이 언론에 나오기 시작한 때였습니다. 스무 살에게 백세시대의 죽음이란 까마득하고 머나먼 일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의 죽음은 제 인생을 반토막 내었습니다. 아버지는 겨우 마흔아홉이라는 나이에 세상을 떠났거든요. 제 인생에 "아버지 시간"이라는 새로운 시간 개념이 생겨 버렸습니다. 제가 '아버지 나이까지 살 수 있다면 과연 내 인생이 몇 년이나 남았는가' 하는 식이죠. 아버지가 돌아가실 당시, 제 인생은 아버지 시간으로 겨우 30년 남짓 남아있었습니다. 그 사실은 저를 죽음의 공포에 밀어 넣어버렸습니다.


  혹시 "데스티네이션"이라는 외국 영화를 아시나요? 그 영화는 어떤 사고로 인해 죽을 운명이었던 주인공들이 우연한 계기로 죽음을 피하게 되고, 죽음이라는 무형의 존재가 주인공들을 따라다니며 어떻게 해서든 원래 운명과 비슷한 죽음을 맞이하게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때는 마치 데스티네이션의 주인공이 된 듯 한 기분이었습니다. 죽음이 두려웠습니다. 평소에는 인지조차 하지 못했지만, 세상에는 젊은 죽음이 참 많았습니다. 언론에서는 나이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사건 사고를 끊임없이 보여주었고, 주변에서도 이른 나이에 삶을 마감하는 일을 목격하기 시작했어요.


  그러고 보니 지난 삶에서도 인지하지 못했을 뿐, 고등학교 졸업식 날에는 친구가 교통사고로 떠났고, 고등학교 때 놀러 간 놀이공원에서는 대관람차 사고가 발생해 일가족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스물셋에 간 군대에서는 동갑이었던 제 선임이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두려웠습니다. 너무 두려웠고,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든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하루라도 더 행복하게 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 인생의 모토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가 되었습니다.


  메멘토 모리는 '기억하다'라는 뜻의 '메멘토'와 '죽음'이라는 뜻의 '모리'가 합쳐져 만들어진 라틴어입니다. 말 그대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이죠. 예전 로마에서 개선장군이 개선식을 할 때, 뒤에 노예를 시켜 메멘토 모리를 외치게 했다고 합니다."죽음을 기억하라" 넌 지금 개선장군이지만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우쭐 대지 말라" 뭐 이런 뜻이었다고 하네요.


저도 그렇게 살기로 했습니다. 언제나 죽음을 기억하고, 언제 죽어도 후회 없는 삶을 살기로요. 그리고 사랑하는 이에게 더욱 표현하고 한 번이라도 더 웃고, 하루라도 더 행복하게 살기로 했습니다.


  이제 제게 아버지 시간은 10여 년 정도가 남았네요. 아버지 시간이 끝나고 나면 보너스 시간이라 생각하고 더욱더 행복하게 살 것입니다.


부디 죽음을 기억하세요.

그리고 오늘을 사십시오.

그리고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주변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살기를 바랍니다.


당신에게, 아니면 당신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리 많은 시간이 있지는 않을지도 모릅니다.


메멘토 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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