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고 싶다면
달리기를 시작했다.
말이 달리기지 빠른 걸음 속도로 살짝 몸을 공중으로 띄우는 수준이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한강 옆에서 아침 조깅을 하는 것에 비하면 볼품이 없다. 그래도 걷기만 하다가 달리니까 뿌듯함이 생긴다. 나도 드디어 뛸 수 있게 된 것이다. 저질 체력을 조금씩 벗어나고 있음에 스스로가 기특해지는 순간이다.
처음엔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부끄러울 정도로 숨이 찼다. 이삼백 미터를 달리고는 하프 마라톤이라도 뛴 양 숨을 몰아쉬었다. 뛰는 것과 숨 쉬는 것의 박자가 달라 더 힘들었다.
오래전 읽은 이영미 작가의 <마녀체력>이 생각났다. 그녀처럼 철인 3종 경기를 할 생각은 손끝만큼도 없다. 그래도 그 세 가지 중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달리기는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책을 읽을 때의 열정과 의욕은 사라진 지 오래지만 책에서 배운 호흡법은 기억에 남았다. 칙칙폭폭 혹은 하하 호호 호흡법이다. 짧은 숨을 두 번 들이쉬고 두 번 내쉬는 것이 달릴 때 도움이 된단다.
아는 운동법이 거의 없으니 기억나는 것은 따라 해 보기로 한다. 경험자의 조언은 쓸모가 있다. 숨 쉬는 게 좀 나아졌다! 그렇게 몸으로 익힌 숨쉬기 방법으로 뛰는 거리를 조금씩 늘려 가다 보니 이제 1킬로미터를 훌쩍 넘긴다.
꾀가 나면 걷다가 마음이 동하면 뛰다가 제멋대로지만 그래도 내 짧은 운동 이력에 달리기가 들어왔다는 게 작은 성과다. 올해가 가기 전에 30분 걷기 딱 좋은 산책길을 처음부터 끝까지 뛰어 보는 게 목표다. 새해의 운동 목표는 흐지부지되었으니, 연말의 목표를 다시 세워보는 거다. 목표를 이루고 나서 맞이하는 새로운 해는 좀 더 의욕이 넘치지 않을까? 작지만 뭔가를 해 낸 자의 자부심이 더 나은 삶을 원할지도 모른다.
다이어트가 항상 내일부터 시작되는 것처럼, 달라지고 싶은 건 항상 내일로, 내년으로 미루어왔다. 마감 시간이 있어야 벼락치기라도 하는 법이다. 벼락치기가 두 달이면 습관이 될 테니 멈추지만 않으면 된다.
원하는 바를 이루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그냥 시작하고, 계속하면 된다. 작은 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단순해져야 한다.
우직한 바보가 세상을 바꾼다고 했다. 오늘 내 한 걸음이 나를 바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