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절벽 위에서 피어난 생명이라는 이름의 저항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인구는 급격히 감소했다. 전쟁 전 약 4,100만 명이었던 인구는 현재 점령 지역을 제외하면 3,000만~3,200만 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수백만 명의 해외 피란과 남성들의 전선 동원은 인구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출생률은 절망적인 수치를 기록 중이다. 2020년 연간 2,300건이던 특정 병원의 분만 건수는 2022년 868건으로 폭락했다. 사망자 세 명당 출생아 한 명이라는 비율은 사회 재생산 시스템이 멈추고 있음을 방증한다. 유엔 인구기금과 세계은행은 전쟁 장기화가 인구 피라미드의 하부를 극도로 얇게 만들 것이라 경고한다.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출산을 선택하는 여성들이 존재한다. 공습 경보 사이렌이 일상이 된 환경에서 아이를 낳는 행위는 단순한 개인의 선택을 넘어선다. 사회학자들은 이를 ‘전시 출산 애국주의’라 명명한다. 국가의 존속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다음 세대를 잇는 행위를 공동체에 대한 기여와 저항의 서사로 인식하는 현상이다.
정부도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2025년 초 우크라이나 의회는 출산 일시금을 5만 흐리우냐(약 166만 원)로 인상했다. 무직 임산부에게는 월 7,000흐리우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전시 재정 압박 속에서도 출산 장려 예산을 확대한 점은 인구 문제를 안보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다. 일부 의료기관은 지하 방공 시설에 분만실을 갖추고 산모들을 맞이한다.
해외 피란 중인 임신부들이 출산을 위해 본국으로 돌아오는 이색적인 사례도 관측된다. 미국의 경우 출산 비용이 수만 달러에 달하는 반면 우크라이나의 모성 의료 체계는 전쟁 중에도 국가 지원을 통해 일정 수준 유지되고 있다. 키이우 외곽의 아파트 매입 비용과 맞먹는 해외 의료비 부담이 역설적으로 여성들을 전장인 본국으로 불러들이는 경제적 동인이 되기도 한다.
전쟁과 출산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상반된 결과를 보여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는 국가 정책과 사회적 열망이 결합해 ‘베이비붐’을 일궈냈다. 이스라엘은 지속적인 안보 위기 속에서도 강한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는 독특한 사례다.
장기 내전을 겪은 시리아는 인구 대규모 유출로 출생 기반이 완전히 붕괴되었다. 난민 생활이 길어질수록 주거와 경제 불안으로 인해 출산 계획은 소멸한다. 우크라이나 역시 해외 체류 인구가 현지에 정착할 경우 전후 복구 과정에서 심각한 노동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제약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건물은 다시 세울 수 있으나 사람은 그럴 수 없다. 인구 감소는 세수 기반, 연금 체계, 군사력에 이르기까지 국가 시스템 전반을 무너뜨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생산가능인구의 급감이 잠재성장률을 낮추고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위협한다고 분석한다.
전쟁은 역설적으로 우크라이나 내부의 공동체 의식을 결집시켰다. 아이를 키우는 행위가 국가의 내일을 담보하는 투쟁으로 해석되는 분위기는 장기적인 인구 회복의 희망적 불씨다. 출산을 결단한 여성들의 선택은 통계 수치 이상의 무게를 갖는다. 미래 세대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이들의 의지가 곧 우크라이나가 전후에 마주할 재건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