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었던 선을 슬그머니 복원할 시간

우리는‘차이’를 배우기 전에‘함께’를 먼저 배운 세대였다.

by 닥터리즈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 쌍문동 골목길은 결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유튜브로 어쩌다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잠시 보게 되었다. 영상 속 이야기에 공감하며 웃다가 불현듯 먹먹한 침묵에 빠져들었다. 왜냐하면 우리 세대가 살아온 시절의 체취와 잃어버린 따뜻함이 그리웠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를 국민학교라 부르던 시절, 옆자리에 앉은 친구를 우리는 ‘짝지’라고 불렀고 책상 하나를 둘이 나누어 사용했다.


시험치는 날이면 책가방 하나를 가운데 올려두고

서로의 영역을 조심스레 지켜주었을 뿐 상대를 경쟁자로 견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소한 다툼이 생기면 연필로 책상 가운데에 선을 긋고는 삼팔선을 넘어오는 적군을 대하듯 유치하게 방어하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선은 경계라기보다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시간의 표시였다. 선은 어느 순간 슬그머니 지워지고, 다시 아무 일 없던 듯 함께 웃고 도시락을 나눠먹으며 그냥 같이 어울려 놀았다.


그 시절 우리는 대체로 형편이 고만고만했다.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한 집에 살고, 결핍의 크기가 비슷했기에 누군가를 시기하기보다 친구로 곁을 내어주는 일이 더 자연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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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부동산 인문학자 닥터리즈입니다. 저는 공간을 이야기하고 다루는 사람입니다. 치료가 필요한 부동산은 고쳐주고 처방전을 써주는 닥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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