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스템은 완전히 무너지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도 종종 그렇다.
우리는 종종 자신이 얼마나 오래 버티고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오류 속에서 살아왔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시스템은 멈춘다.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감정, 방향을 잃은 사고,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공허가 찾아온다.
많은 사람들은 그 순간을 실패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담실에서 수많은 마음의 붕괴를 지켜본 임상가로서 나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그 장면을 바라보게 되었다.
어쩌면 그것은 시스템이 처음으로 멈춘 순간일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과열된 상태로 돌아가던 마음이
비로소 작동을 멈추고,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 순간은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중요하다.
왜냐하면 멈추지 않는 시스템은 절대 수정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등장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역시 완벽한 결말을 갖고 있지 않다.
어떤 이들은 여전히 불안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어떤 이들은 조금 더 조용한 방식으로 자신을 회복해 가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해되지 않았던 시스템은
이해되는 순간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마음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그래서 완벽하게 고쳐질 수도 없고, 완전히 초기화될 수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시스템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다.
어디에서 오류가 발생했는지, 어떤 관계가 그것을 강화했는지, 그리고 무엇이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지.
그 이해는 아주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다.
이 기록이 누군가에게 그런 순간이 되기를 바란다.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시스템을 바라볼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순간은
새로운 시작의 첫 로그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