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면 할 수 있다
교실
입학 축하 문구(그림)를 플로터로 인쇄해 각 반 게시판에 게시할 수 있도록 연구실 책상 위에 올려둔다. 개별 포장된 입학선물을 책상 위에 놓아두고, 처음 들어온 교실에서 어디에 앉을지 몰라 헤매는 신입생을 위해 삼각명패를 미리 만들어두면 신입생들도 자기 이름을 찾아 신속하게 앉을 수 있다.
삼각명패는 메일머지로 만들면 편한데, 메일머지는 동일한 서식에 들어갈 내용만 바꾸려고 할 때 유용하게 사용한다. 일단 엑셀에 반, 이름이 입력된 파일을 만들어 저장하고, 한글 프로그램에서 메일머지 달기(ctrl+K, M) → 메일머지 만들기(alt+M)를 차례로 실행하면 내가 만들어 놓은 틀에 반, 이름만 다르게 들어가 순식간에 삼각명패를 만들 수 있다.
학년 부장이 반별 전체 명단을 가지고 있으므로 메일머지 서식을 만들어 테스트하고 제대로 출력되는지를 확인했으면 다른 반 데이터를 추가해 학년 전체의 삼각명패를 완성할 수 있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가까이 쓰는 물건이므로 책상에서 떨어지는 게 싫다면 명패의 밑바닥을 테이프로 붙여 고정한다. 명찰에 넣을 이름표도 1명만 출력해 보고 적당한 크기를 찾았으면 메일 머지로 전체학년 데이터 입력 후 출력하면 금방 준비할 수 있다.
학교에서 나가는 각종 안내장을 보내고 회신서를 담는 L자 파일도 준비하는데, 다른 L자 파일과 헷갈리지 않도록 학교 L자 파일을 알리는 이미지 파일이 있으면 라벨지에 인쇄해 미리 붙여두면 좋다. 반, 번호, 이름을 라벨지로 붙여주는 경우도 있지만 시간이 없는 경우 집에서 이름 스티커를 붙여서 보내라고 하거나 네임펜으로 이름 쓰기 연습을 할 겸 첫 수업시간에 네임펜으로 직접 써봐도 좋다.
입학식장
학생과 학부모 좌석을 분리하고, 반별로도 구분되도록 반 경계에 통로를 만든다. 의자 뒤판에는 학생별 이름을 붙이면 되는데, 이때 삼각명패나 명찰을 만들 때 사용했던 파일을 수정하면 순식간에 만들 수 있다. A4 한 장은 크므로 학생 이름을 엑셀 파일에서 2개의 열로 정리하고, A4 한 장에 메일머지를 2개 달아 실행하면 A4 반절 크기의 대형 이름표 출력된다.
반 앞에는 반을 알리는 입간판이 있어야 입학식장에 온 학생과 학부모가 헷갈리지 않고 반을 찾을 수 있다. 시설 주무관님의 도움을 받아 창고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는 입간판을 찾거나, 의자 등받이에 붙일 이름표에 반도 같이 표시되어 있으면 학생과 보호자 모두 식장에서 쉽게 자리를 찾을 수 있다.
입학허가서와 입학선물을 받을 학생을 정하고 그 학생과 동선을 미리 맞추어본다. 특별한 기준 없이 임의로 학생을 정하면 형평성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1반, 2반의 출석번호 1번 학생이 받는다고 진행자가 식장에서 미리 알려준다.
학부모 사전 연락
하이톡 등 알림장 어플로 사전 안내 메시지를 보낼 경우 입학식 당일 필요한 준비물과 시간별 행사내용과 동선을 안내한다. 가정에서 준비물을 미리 사는 경우도 있어 학년에서 사전 협의만 된다면 입학 전에 준비물 목록을 보내야 중복 구입을 막을 수 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지정한 규격과 특징을 갖춘 학용품을 구매하지 않고, 그냥 전해들은 풍월로 미리 구입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되도록 안내는 이를수록 좋다.
가방은 연락 전에 이미 구입한 경우가 많겠지만 저학년 학생에게 적합한 가방의 중요한 특징은 색이 전체적으로 어두워야 한다는 점이다. 책상 옆 가방 고리에 걸리지 않고 바닥에 뒹구는 경우도 있고, 부주의해서 물감이나 채색도구에 묻을 수 있으므로 밝은 색 계통은 피하는 게 좋다. 물을 마시고 물통을 손쉽게 꽂아놓을 주머니가 가방 좌우에 달려 있는 가방이라면 더욱 좋다. 비가 올 때 씌우는 커버는 학교에서 3월에 제공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일단 구입을 미룬다.
실내화가방은 복도 실내화 가방 걸이에 걸어두고, 등하교 때만 갈아 신는 경우가 많으므로 지퍼가 있는 실내화 가방보다 내부 공간이 넉넉하고 손잡이가 튼튼한 제품이 좋다. 너무 작으면 신발 두 켤레가 잘 안 들어가는 문제가 있고, 폭이 너무 크면 옆 친구 실내화 가방과 겹쳐 사용이 불편할 수 있으므로 평소 신는 신발이 적당히 잘 들어가면 충분하다.
식이 끝나면 학생들과 교사는 교실로 이동하고 보호자들만 남은 공간에서 관리자나 교무부장이 학교 생활 전반에 대해 설명하는 신입생 보호자를 위한 교육 시간이 있으면 모두를 위해 좋다. 교실로 이동할 때 보호자까지 우르르 몰려가지 않아 번잡하지 않고, 학부모들도 학교 생활 전반에 대해 알 수 있어 좋다. 입학식만큼은 모든 학부모가 오는 날이므로 민원 제기 전 확인사항, 학교 폭력 사건 대응 절차, 학교안전공제회 등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서 보호자 교육을 해두면 나중에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교무실과 보호자가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다.
당일 일정
담임과 교실로 이동한 아이들을 자기 자리로 안내하고, 입학선물을 주면서 간단히 담임소개를 한다. 첫날이라 서로 서먹할 것이라 예상할 수도 있지만 그럴 일은 전혀 없다. 각반의 수다쟁이나 눈치 없는 아이들이 이미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귀에 거슬리는 이야기를 할 게 분명하다.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입학 선물을 나눠주고, 화장실 위치를 안내하고, 급한 학생은 다녀오라고 안내한다. 여유가 된다면 책상에 붙어 있는 책상 고리에 책가방 한 번 걸어보고 보호자한테 인계해도 성공적인 입학식이다. 첫날부터 1학년 학생들은 시도 때도 없이 화장실을 가려고 하므로 쉬는 시간에 화장실 가는 게 원칙이라고 알려준다. 수업 시간에 화장실을 가고 싶을 때는 교실 뒷문에 걸린 목걸이를 차고, 1명씩만 화장실을 갈 수 있다고 하루에 열 번은 강조해야 3월 말쯤에야 수업 중 화장실 이용 빈도가 극적으로 줄어든다. 수업시간 화장실 사용 자제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긴장한 학생들이 쉬로 바닥을 적실 수 있으므로 정말 급한 학생은 수업 중이라도 꼭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완급 조절을 잘해야 한다.
이렇게 교실에 모여 자리 한 번 앉아보고, 화장실 다녀와 자기 자리에 가방 걸어볼 때쯤이면 강당에서 각 반으로 보호자들이 교실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보호자들이 교실로 들어와 교실 한 번 구경하고, 입학 기념사진 한 번 찍고 귀가할 준비를 한다. 등교하기로 한 모든 학생이 출석해 자기 자리에 앉아봤다면 매우 성공적인 입학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