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잠들지 못하게 하는 존재에 관하여

아무리 피해도 곁에 있는 당신, 덕분에 항상 가려워요..

by 쓰리원


[Disclaimer]

이 글은 좋은 곳으로 여행까지 와서 새벽녘에 잠을 설치며 적은 글로, 글쓴이의 애환이 담겨있습니다.


당신의 울음소리는 나를 항상 긴장시켜요



대개 ‘위이이잉‘ 이라는 특유의 거친 날갯짓 소리로 내게 다가오는 당신. 평소에 크게 예민하거나 급할 게 없는 성격이지만, 이 소리만 들리면 자다가도 눈이 떠지고, 밥을 먹다가도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즐겁게 대화를 하다가도 잠시 멈춰서 소리의 근원을 찾게 됩니다.


추위보다는 차라리 더위를 택하는 사람이지만, 더운 나라를 여행할 때면 정말 피할 수가 없는 것 또한 당신이기에 항상 만반의 준비를 하게 되는데요. 덕분에 자연스레 늘게 된 스킬이 몇 개 있어서 적어봅니다. 이 스킬들은 제가 원해서 얻은 게 아님을 다시 한번 밝힙니다.

- 박수를 이렇게 빠르고 강하게 쳐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당신을 잡으려다 보니 박수가 늘었어요.

- 벌레 존재 자체를 무서워하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맨 손으로도 잡을 수 있는 지경이 되었어요.(당신네 존재 한정)

- 누우면 세상모르고 자는 사람이었는데, 참을 수 없는 가려움을 경험한 뒤로 당신 소리만 들으면 자다가도 일어나 당신을 잡을 때까지 깨어 있어요.



내가 당신을 피하기 위해 산 것들

: 모기 스프레이, 모기 로션, 그리고 버물리



모기 스프레이

정말 필수템. 한국에서도 1개를 사 왔는데, 뿌리고 나면 막걸리와 청하를 연상시키는 향이 나더라고요. 왠지 모르게 조금 거부감이 들어서, 현지 Utma spice 매장에서 100ml짜리 모기 스프레이 1개를 추가 구입했습니다. 이건 생강 냄새가 납니다만 잔향이 나쁘지 않고, 매일 맡다 보니 안 맡으면 좀 생각나는 향입니다.


방어력이 꽤나 좋은 것 같습니다만, 가끔 집념을 가지고 물어뜯으러 오는 강한 모기에게는 어림도 없더군요. 그래도 심신의 안정을 위해 낮밤을 가리지 않고 숙소 밖을 나설 때는 온몸에 샤워 하듯 뿌리고 나가는 편입니다.



모기 로션

발리에 와서 새로 발견한 신문물로, 무향부터 (살짝 인위적인) 꽃향기를 담은 것까지. 발리의 이마트인 ‘코코마트’를 방문할 때마다 본 것만 대략 3~5 종류가 됩니다. 아마 우리나라에도 있을 것 같긴 한데, 모기 스프레이가 촥- 하고 뿌려지는 게 싫다면 모기 로션이 대안이 될 듯하네요. 특히 스프레이 분사력에 놀랄 것 같은 어린아이들에게는 차라리 로션이 나을 수도 있겠습니다.


효과는 음... 막상 사놓고 내가 열심히 쓰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으나, 현지 마트마다 꽤나 쟁여놓고 파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뜻이 아닐까 싶네요.



버물리

아무리 뿌리고 발라도 물린다면, 결국 가장 쓸모 있는 건 항상 버물리가 됩니다. 자매품으로 써머쿨, 바르는 파스, 호랑이 연고 등이 있습니다.



당신이 내 몸에 남기고 간 흔적들 (벅벅..)


생각해 보면, 당신이 내게 주고 가는 게 단순히 ‘가려움’이라면 당신을 이렇게까지 증오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에게 면역이 더럽게도 없는지, 물리고 나면 누가 봐도 ‘와 이건 좀 심한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부위가 부풀어 오릅니다.


(징그러워서 사진은 별도 첨부하지 않겠습니다만... 최소 500원짜리 동전 크기의 붓기가 3~7일은 갑니다.)


발리에 도착한 첫날 저녁, 내 오른쪽 눈을 크게 문 당신. 덕분에 원데이 서핑 강습 때 찍한 사진들을 포함하여, 꾸따 / 스미냑 / 짱구를 여행할 당시의 찍은 모든 영상/사진들에서 저는 흡사 한쪽 눈이 멍든 사람처럼 보입니다.


오죽했으면 남편도 제가 쳐다만 봐도 너무 불쌍해 보인다며, 평소에는 좀 더 깐깐하게 나왔을 쇼핑 시간에도 마다하지 않고 제가 이것저것 장바구니에 넣는 모습을 응원해 주더랍니다. 덕분에 좋은 쇼핑 했습니다만 숙녀에게 이건 아니죠, 모기 선생.


그래서 오늘도 저는 몸에 작디작은 여러 개의 혹을 달고 다니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당신을 쫓습니다. 요즘은 스텔스 모드로 날갯짓 소리조차 들려주지 않고 물고 도망가기도 하더군요. 덕분에 숙소에 오면 모든 벽을 훑어보며, 귀뿐만 아니라 눈으로도 바쁘게 당신을 쫓고 있습니다.


방금 글을 쓰다가 잡은 한 마리의 빌런 (분명 저 것은 나의 피...)



그런데 비가 옵니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 현재 제가 여행하고 있는 발리가 우기인지라, 새벽 빗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네요. (스콜성 강우)


문득 저녁을 먹고 바이크에 헬멧을 걸어두고 온 게 생각이 나면서, 내일 아침 20분 거리에 샵에 고프로 대여를 과연 쾌적하게 다녀올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듭니다.


딴 얘기지만, 혹시 저희처럼 우기에 바이크 여행을 하시는 분들은 숙소로 돌아오면 (되도록) 헬멧을 꼭 ‘실내’에 둬주세요. 아니면 갑작스레 비가 온 다음 날 축축하게 젖은 헬멧을 쓰고 발리를 누벼야 될 수도 있습니다.


경험 상 헬멧이 마르고 나서도 상상할 수 없는 꿉꿉한 냄새는 물론, 때국물도 나오기도 합니다... (덕분에 돌아와서 샴푸는 필수코스가 되어버림)



이제 좀 잠을 편하게 잘 수 있겠네요.


모두들 평안한 밤 되시고, 모기로 고통받는 저 같은 사람들을 위한 획기적인 모기 스프레이가 하루빨리 개발되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