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ning soldier!
오늘은 순적한교회 권사님 아들의 입영날이다. 서울에서 논산까지 고속도로를 달려 논산 입영 훈련소까지 택배 배달하듯이 무사히 안전하게 왔다. 조국의 부름에 응하는 장병을 배웅하는 숭고한 마음을 호주머니에 간직한 채 말이다. 까까머리를 보니 둥그런 내 마음도 약간 까칠해진다.
옛날 어르신들 생각이 간절하다. 그분들도 나와 같이 멜랑콜리한 이런 심정이셨겠지!
이에 반해, 군인 장정의 마음은 많이도 다르다는 것을 피부로 체감한다. 울고 싶다느니 집에 가고 싶다느니 장정인데도 아직도 엄마 젖을 더 먹어야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런 나약해진 정신자세로 군 생활을 하게 되는 군인 아저씨들을 믿고, 발 뻗고 편히 잘 수 있나? 하는 의문이 드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하여간, 점심시간인지라 누룽지 백숙으로 몸과 마음을 튼튼히 한 후, 국군 장병을 모시고 훈련소로 향한다.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착잡하기만 한 예비 군인 훈련생과는 달리, 배웅 나온 우리 모두는 소풍 나온 듯 담소도 하고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무심하기도 하지. 눈치도 없지. 그러나, 같이 덩달아 침울해 있으면 분위기가 더 가라앉을 테니 일부러라도 웃기려고 애써 본다.
탱크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연병장으로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한다. 가족들, 친구들, 지인들 모두 즐거운 듯하나 유독 장병들만 심란한가 보다.
벌써 연병장에서는 경례와 선서로 입영식을 준비하느라 여기저기 조교 군인과 예비 장정 대표가 정신없이 바삐 움직인다. 이윽고 장내 방송을 통해 부모님과 아들의 생이별이 생방으로 준비되고 있다.
'아들아, 사랑한다. 잘 다녀와라'라는 부모님의 선창 복창에 이어 "어머니, 조국의 부름에 당당히 응하고, 더 늠름한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라는 후창 복창이 틀에 박힌 멘트지만, 왠지 가슴에 깊이 와닿는다. 이제껏 사랑으로 키운 애를 또 다른 사랑의 대상인 어머니, 조국에 기꺼이 위탁하는 엄마의 심정이라니? 사나이 맘으로 헤아리기에는 너무나 벅차고 어려울 뿐이다.
이미 장성했으나 둥지와 어미에게서 떨어지기 싫어하는 제비 새끼마냥 우리의 훈련병은 어머니와 안타까움을 뒤로하기엔 너무나도 벅찬가 보다. 쉽게 떨어지지 못하는 이별을 끝으로 연병장에 선 장정은 이제 강을 넘어버렸다.
이곳과 저곳,
이안과 피안,
마치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듯,
눈앞에 큰 구렁이 버티고 있으니 이제는 옴짝 달짝도 못하고 오도 가도 못하고, 그저 어미의 안타까움과 안쓰러움만이 서글픔을 가득 안고, 이내 바닥에 떨어져, 이안과 피안을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연락병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다. 훈련소 풍경도 세월의 두께만큼 변화의 폭도 크다. 조국은 어느새 선진 강국이 되었으나, 조국의 아들은 아직도 왠지 중진 약병과 같으니 걱정이 태산이다. 이 불안함을 떨쳐내려면, 우공이산처럼 부지런히 퍼날라야 할텐데. 그게 또 걱정이네. 난감하네.
손이 꽁꽁꽁, 발이 꽁꽁꽁 잔뜩 얼어붙어봐야 군기가 바짝 든 훈련병답게 정신도 바짝 들어 훈련을 잘 받을 수 있을텐데. 그래야 내가 편히 잠잘 수 있을텐데. 애꿎은 걱정만 저만치 앞서간다. '뒤로 돌아 갓!' 제식훈련 한 번 잘했다.
피안에서의 애송이 장병들이 이안에 계신 나이 지긋한 부모님들께 큰 절 대신 마지막 경례를 삼가 올린다. '잘 가시라고, 나라는 우리가 지키겠으니 편히 주무시라고' 말이다.
우리 훈련병은 찾지를 못하겠다. 이건 뭐 '월리를 찾아라'도 아니고, 그 많은 까까머리에서 우리의 까까머리를 찾기란 한강에서 모래알 찾기죠. 그래도, 어미는 제 새끼를 찾아내고야 마네요. 역시 어미는 위대합니다.(인정)
과연, 오늘 밤에 부모님들이 편히 주무실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내 장담한다. 가시 방석보다 더 날카로운 호랑가시나무로 만든 침대와 이불을 덮을 것이니!
나는 뭐, 내 자식이 아니니깐두루 비단 이불 덮고 쿨쿨 자야겠다.
아~, 포근하다.
비단이 좋긴 좋구나야~.
그렇게,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은
sad 엔딩인 듯 sad 엔딩 아닌 sad 엔딩 같은 장병 입영식이 성황리에 막을 내린다.
"하나님이여. 내가 근심하는 소리를 들으시고, 원수의 두려움에서 나의 생명을 보존하소서."( 시 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