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let!_Giselle (2)
지젤 제2막도 백 뮤직부터 출발한다.
[2막 줄거리 + 발레 테크닉 감상]
깊은 밤, 숲 속의 음산한 무덤가에 하얀 그림자가 나타났다가 홀연히 사라진다.
(윌리가 속이 보이는 하얀 베일을 뒤집어쓰고서 왼쪽부터 오른쪽 무대 끝까지 까치발로 서서 물 흐르듯 유유히 단 한 번에 지나간다. 캬, 압권이다. 몸 전체가 움직이는데도 미동도 없이 물처럼 흐르다니요. 발목이 무지 아프겠다.)
이 그림자는 연인에게 배신당해 죽은 처녀 귀신인 윌리다.
(윌리들의 합동 군무가 압권이다. 제법 볼 만하다.)
오늘 윌리들의 여왕 미르타는 새로운 윌리가 된 지젤을 맞이한다.
꽃을 들고 지젤의 무덤을 찾은 알브레히트는 그녀의 환영에 홀려 뒤쫓아 간다.
(지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는 알브레히트를 쪼금만 거부하고 뒤로 또 뒤로 그리고도 쪼금만 뒤로 더. 아, 두 사람 사이에 느껴지는 애절함이 두 사람 간의 간격에 따라 진폭을 더해간다.)
그 사이 무덤가를 찾은 힐라리온은 윌리들에 의해 죽는다.
(윌리들이 V자 대형으로 도열한 채, 그들의 앞, 죽음의 길을 힐라리온과 알브레히트가 번갈아 가며 사열을 하듯 스쳐 지나친다. 죽지 않으려면 춤을 춰야 하는 운명이다. 이제는 살기 위해 춤을 춰야만 하는 상황이다.)
(알브레히트 역 발레리노는 공중으로 떠올라 양발을 순간적으로 2번 정도 떠는 동작의 발재간을 부려본다. 그것도 연속으로 10회 정도. 우레와도 같은 박수소리가 이어진다. 살기 위한 처절한 움직임만 같다.)
알브레히트가 미르타의 명령으로 죽어야 할 운명에 처하자 지젤은 미르타에게 그를 살려달라고 간청한다.
(지젤이 미르타 발치에 장미꽃까지 흩뿌리면서 간청함에도 윌리 대장 미르타는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고 단호하게 거부권을 행사한다.)
(지젤과 알브레히트 단 둘이서만 춤추는 파드되!
[발레니까 계속 파고 또 파도되]
지젤은 애인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 알브레히트는 자신의 목숨을 붙들기 위해서 [자신의 이름처럼 히트(열정)를 가지고]
두 사람 모두 목숨을 걸고 추는 춤!)
알브레히트를 지켜내기 위해 지젤은 함께 춤을 추며 알브레히트를 사랑으로 지켜내고야 만다.
(백조의 화려함 이면에 물에 뜨기 위해 부지런히 앞뒤로 발 구르는 것은 아시죠? 백조의 발동동만 아시고, 우아한 춤을 추느라 가쁜 숨도 참아가며, 헐떡이는 발레리나의 맨 윗가슴을 본 적이 있는가?
그 열정에 감싸인 여인들의 사랑은 죽음마저 뚫어내고야 마는 것인가?
일단. 남자들보다는 더 센 거 같다.
이단, 시간축 선상에서 볼 때에는 맞는 말이다.
삼단, 사랑의 순간 농도는 남자가 그 보다 훨~훨씬 세지만서도)
지젤은 강력한 사랑의 힘으로 결국 알브레히트를 지켜낸다.(여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의 끝은 과연 어디인 것일까?)
이윽고, 새벽이 밝아오는 종소리가 울리자 지젤은 알브레히트와 영원히 이별하고 윌리들과 함께 무덤으로 사라진다.
발레에서 좀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알고 계시는가?
앞뒤로 손을 수평으로 편 채, 한 발을 들어 손과 일직선으로 수평을 맞춘 후, 나머지 깨금발로 살짝 점프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그 동작을 말이다.
전 이 발레동작이 제일 맘에 들어요. 인간들 보기에 가장 아름답게, 순수함을 포장한 채, 고도로 발달하고 인간의 손에 의해 가공되어 공교히 만들어진 우아함과는 약간의 간극이 있는 스텝이라 더 그런 것 같아요. 지나친 가공미이지만, 그나마 인간미를 살짝 엿보이는 우스꽝스러움이란. 최고다.
발레는 발 동작 70%, 손 동작 20%, 몸 동작 언어 10%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아, 그래서 발레구나! 발로 하는 게 발레구나!
큰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다.
그러면, 손으로 하면 손레인가? 손사래가 절로 쳐진다. 이건 아니지! 너무 간거지.
하여간, 이 몸 동작으로 이루어지는 몸짓 언어를 이해한다면 발레의 감칠맛을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발레니까 발 냄새만 맡지 마시고요.
극강의 신체 기술을 바탕으로
극도의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극치의 기쁨과 환희를 선사하는
발레!
지가 젤로 예뻐서 지젤이구나!
리나의 우아함도 자주
리노의 박진감도 자주
감동도 자주
박수도 자주
내 눈가엔 화이트 와인 색 물감이 어른어른.
어른인데, 어른어른하니 어른 아니네.
이제부터 해마다 송년 레퍼토리는 발레로 정했다.
우아함은 지젤이다. 독보적이다.
재미와 군인은 호두까기인형으로!
감동과 연인은 지젤로!(연애, 저절로 된다.)
제 약한 필력으로는 발레의 우아함과 고아함을 1/10도 표현하지 못한다.
와 보시라!
집으로의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120분이 순삭이다.
사랑해 줘야지! 내가 더!
"땅을 돌보사 물을 대어 심히 윤택하게 하시며, 하나님의 강에 물이 가득하게 하시고, 이같이 땅을 예비하신 후에 그들에게 곡식을 주시나이다." (시 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