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습관이 키우는 큰 힘
얼마 전부터 나는 아들에게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침대 정리를 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사실 중학교 1학년이 되어서야 그런 기본적인 습관을 가르친다는 것이 너무 늦은 일일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나는 아들이 숙제를 했는지, 시험 준비를 잘했는지, 혹은 스마트폰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지 않는지 같은 일들에만 관심을 두었다.
정작 더 중요한, 생활의 기본기를 함께 나누고 알려주는 데에는 소홀했던 것 같다. 이제야 비로소 아들이 점점 자라 부모의 품을 떠나 홀로 살아갈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며,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차근차근 가르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침에 일어나 침대부터 정리하라고 가르치는 이유는 단순히 깔끔한 습관을 강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물론 방이 정돈되어 있으면 기분도 상쾌하고 집중하기에도 좋다. 하지만 내가 전하고 싶은 핵심은 그것을 넘어선다. 침대를 정리하는 그 작은 행위 속에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하루를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따라 그날의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아침에 일어나 흐트러진 이불을 바로 잡고 베개를 가지런히 올려놓는 그 짧은 순간은 대단한 일이 아닌 듯 보이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긍정적인 신호와도 같다. "나는 오늘도 나의 하루를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다"는 선언 같은 것이다.
아들에게 내가 전하고 싶은 것도 바로 그것이다. 아침에 침대를 정리하는 아주 작은 성공 경험이 쌓여 "나는 해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 믿음은 숙제를 해결할 때, 친구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그리고 앞으로 더 큰 목표에 도전해야 할 때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작고 사소한 습관이지만, 그것이 삶의 태도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언젠가는 깨닫게 되리라 믿는다.
살아가다 보면 자신이 원한다고 해서 모두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아들은 앞으로 수많은 상황에서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성적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을 수도 있고, 친구와의 관계에서 갈등을 겪을 수도 있으며, 커가면서는 사회라는 거대한 질서 속에서 때로는 불합리하고 부당한 상황에도 부딪히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무력감에 휩싸이지 않고 자기 자신을 붙잡을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아침의 침대 정리는 어쩌면 그런 힘을 기르는 가장 단순하고도 분명한 연습일 수 있다.
세상은 내 뜻대로 되지 않지만, 최소한 내 주변 환경만큼은 내가 주도적으로 다스릴 수 있다는 사실. 그 작은 자각은 삶을 살아가는 데 커다란 버팀목이 될 것이다.
인생을 돌아보면,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살아갈 수 있는 날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학생일 때는 학교의 규칙을 따라야 하고, 성인이 되어 사회인이 되면 회사의 규정과 질서에 순응해야 한다. 결혼을 하면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하고, 부모가 되면 아이에게 맞추어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한다. 이렇게 한 발짝 떨어져 보면, 자유롭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은 오히려 인생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사람은 왜 작은 습관, 작은 성취에서 의미를 찾으려 하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세상 앞에서 무너져 버리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저항이자 자기 다짐이기 때문이다.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내가 붙잡을 수 있는 작은 끈, 그것이 바로 아침의 침대 정리 같은 일상적 습관 아닐까. 그것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나는 여전히 내 삶의 주인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의식 같은 것이다.
나 역시 삶의 수많은 굴곡 속에서 이런 작은 습관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경험해왔다.
계획한 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도, 뜻하지 않은 어려움이 닥쳐 무너질 것 같은 순간에도, 내가 나 자신을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매일 반복하는 사소한 습관들이었다.
책상 위를 정리하는 일, 하루를 돌아보며 짧게 글을 쓰는 일, 아침마다 가족과 인사를 나누는 일…. 그것들은 대단하지 않은 듯 보이지만 나를 무너지지 않게 붙잡아주는 작은 닻이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세상은 네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많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력해지지 말고, 너의 삶을 다스려라. 그 출발점은 네가 아침에 스스로 해낸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알려주려 한다.
어쩌면 아들은 지금 당장은 이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저 귀찮은 잔소리쯤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 아들이 혼자만의 공간에서 홀로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때 이불을 펴고 베개를 가지런히 놓으면서 '아, 아빠가 이런 뜻에서 말씀하셨구나' 하고 떠올려주기를 바란다.
삶은 거대한 목표와 화려한 성취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작은 습관이 쌓여 성격이 되고, 성격이 결국 인생을 만들어간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아들에게 말한다. "일어나면 먼저 침대를 정리해라." 그것은 단순한 생활 지도가 아니라, 그가 평생 붙잡을 수 있는 삶의 태도를 심어주고 싶은 나의 바람이자 기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