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사, 감정 없는 리더?

아니요. 감정을 너무 많이 쌓아뒀던 리더였죠.

by Dino

“Let it go~, Let it go~”
전 세계가 따라 불렀던 노래죠.
그런데 정작 엘사는, 노래가 끝나자마자 얼음성으로 숨어버립니다.

그 장면, 왠지 익숙하지 않으세요?
회사에서, 회의실에서, 팀장 자리 뒤에서—
감정을 꼭꼭 눌러 담은 채, 조용히 책임을 떠안으려 애쓰는 누군가.
말은 안 하지만, 표정으로 다 말하고 있는 리더.

엘사는 사실,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는 사람입니다.
아니, 어쩌면 우리 자신일 수도 있어요.


1. 감정을 눌러 담다가, 결국 터져버린 어느 날

몇 년 전, 함께 일했던 팀장님 한 분이 떠오릅니다.
항상 침착하고, 감정 기복도 거의 없는 분이었죠.
회의 때도, 피드백을 줄 때도 목소리는 늘 한결같았어요.

속으로 ‘진짜 대단한 분이다’ 싶었죠.
그런데 어느 날, 정말 사소한 일에 갑자기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순간 회의실 공기가 싸해졌고, 저도 당황해서 말문이 막혔어요.

그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들으니
몇 달 동안 쌓여온 감정과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터진 거였더라고요.

엘사도 그랬을 거예요.
어릴 때부터 “감정을 드러내면 위험해”라는 말만 듣고 자라면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는 데 익숙해졌죠.
그리고 결국 여왕이 되던 날, 감정이 폭발해 나라 전체가 얼어붙습니다.

조직에서도 자주 보이는 장면이에요.
감정을 꾹꾹 눌러 담고 버티던 리더가 결국 한 번에 터지는 순간.
엘사의 ‘Let it go’는 억압에서의 해방이라기보다,
감정 조절에 실패한 순간에 가까워요.


2. “저는 감정적으로 일 안 해요”라는 말, 정말일까요?

“전 감정 없이 일합니다.”
리더들 입에서 이런 말, 한두 번쯤은 들어보셨을 거예요.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건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그냥 외면하고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엘사도 비슷했죠.
“혼자 있고 싶어!”라는 말속에는
“지금 너무 불안해요”라는 마음이 숨겨져 있었던 겁니다.

심리학자 다니엘 골먼의 감정지능 이론에 따르면,
리더는 자기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며,
타인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해요.

우리 모두 흔들릴 수 있고, 불안할 수 있어요.
감정을 안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
그걸 드러낼 수 있는 용기가 더 필요한 시대잖아요.

리더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면,
그 감정은 결국 팀원들이 대신 감당하게 됩니다.


3. 엘사의 진짜 리더십은 ‘공감’에서 시작된다

엘사의 리더십은 힘이 생겼을 때 시작된 게 아니었어요.
동생 안나와의 관계를 회복하면서,
비로소 타인과의 연결이 생긴 순간부터였죠.

회사에서도 이런 경험 한 번쯤은 있으실 거예요.
업무 잘하는 상사보다,
내 감정을 이해해 주는 상사와 일할 때
훨씬 편안하고, 일도 더 잘 풀리잖아요.

결국 진짜 리더는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
사람과 함께하려는 사람 아닐까요?


4. 감정은 숨긴다고 사라지지 않아요

감정은 사라지지 않아요.
그냥 회의실 공기 속에 스며 있거나,
팀 채팅방 말투 한 줄에서 묻어나기도 하죠.

예전에 함께 일하던 리더 한 분은
아무 말 없이 방에 들어와도 공기가 싸해졌어요.
기분이 안 좋은 날이면, 다들 알아서 눈치 보며 조용히 퇴근하곤 했죠.

말은 없었지만, 감정은 팀 전체에 그대로 퍼지고 있었습니다.
감정을 못 느끼는 리더는 없어요.
그저 표현하지 않을 뿐이죠.


5. 지금도 어딘가엔 ‘엘사’가 있다

엘사의 이야기는 영화 속에서 끝난 게 아니에요.
지금도 어딘가에, 감정을 꼭꼭 숨긴 채
자기만의 얼음궁전 같은 사무실에서 조용히 버티고 있는 리더가 있겠죠.

그들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아마 이 한마디일 거예요.

“Let it go”가 아니라,
“Let it show.”

감정을 보여줘도 괜찮아요.
리더도 완벽하지 않아도 돼요.
리더도, 결국 사람입니다.

sticker sticker

혹시 지금 당신 주변에도 ‘엘사’ 같은 리더가 있다면,
오늘은 이렇게 한 마디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요즘 좀 힘들어 보여요. 괜찮으세요?”

그 한마디가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시작이 될지도 모릅니다.

사진: UnsplashJason Good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