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본격적인 가을 날씨에 접어들었다. 아직 낮에는 조금 덥다고 해도 이제 가을은 잠시 스치듯 우리 곁을 지나고 금세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겨울을 향해 내달릴 것이다. 그 말은 이제부터 적어도 6개월은 뜨끈한 탕이나 전골과 같은 메뉴를 자주 찾게 될 거란 의미이기도 하다.
몇일 전 점심에는 오랜만에 만두전골을 먹었다. 예전에 함께 일하는 분들과 겨울에는 가끔 가던 곳이었는데 작년 봄부터 올봄까지 그곳을 떠나 있으면서 집에서 멀지 않아도 한 번도 따로 가서 먹은 적은 없었다. 그리고 올해 5월부터 다시 함께 하게 되었지만 금세 여름이 되어서 그렇지 않아도 습한 여름에 전골 음식을 먹으면 땀을 흘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다시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다시 뜨끈한 국물의 전골 음식이 생각나기 시작한 것이다.
“진정한 맛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워하는 것이다.” 만두전골 집에 벽에 쓰여있는 글이다. 아마도 그만큼 그 맛이 그리워 다시 찾게 될 맛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일 것이다. 그럴 만도 하다. 가을과 겨울을 지나면서는 가끔씩 기억이 나 찾아가 땀을 흘리며 먹게 된다.
적어도 손만두는 기계로 찍어낸 음식이 아니라, 손으로 빚어낸 손맛의 정성이 담긴 음식이다. 예전에는 집에서도 만두를 종종 해 먹었지만 최근에는 집에서 만두를 직접 해 먹은 적이 없다. 그래도 만두를 좋아해서 냉면집에 가서도 왕만두를 함께 먹기도 하지만 큼지막한 손만두를 각종 야채 육수에 우려내 먹는 만두전골과 그 국물에 칼국수까지 먹고 나면 그 맛이 생각나고 그리워진다.
만두전골 집에 쓰여있는 글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누군가에게 다시 만나고 싶고 그리워할 만한 사람일까?”
디지털 세상에서 모든 것이 쉽게 만들어지고 쉽게 소비되지만 사람의 정성이 들어가지 않고는 만들 수 없는 손만두처럼, 서로 마음과 정성을 다해 빚어가는 소중한 관계를 통해 누군가에게 쉽게 평가되기보다, 더 만나고 싶고 그 깊은 맛을 알아가고 싶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