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탄생과 한국인의 저력
홍대선 작가의 [한국인의 탄생]에서 작가는 지금 한국인의 탄생을 고려 시대 고려 거란 전쟁 이후로 정의한다.
고조선을 한민족의 기원으로 보지만 고조선은 국가적으로는 고구려의 기원이 되었지, 한반도 전체 통일 국가의 기원으로 보기는 어렵다. 고려에 의해 통일이 되기 전, 한반도는 고구려, 백제, 신라로 각기 다른 정체성을 가진 민족과 국가로 나뉘어 있었다. 고려에 의해 삼국이 통일이 되었어도, 고려 거란 전쟁 이전에는 명목상 통일 국가였지, 정치적으로나 정서적으로도 다른 나라나 마찬가지였다.
고려 거란 전쟁 당시 고려의 임금은 8대 임금 현종이다. 사생아로 태어나 온갖 구박을 받았지만 왕이 되었고, 강감찬을 등용해서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대 거란 전쟁이야말로 한반도의 주민을 처음으로 하나의 민족이라는 틀로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다. 신라의 삼국 통일 이후에도 고구려, 백제의 잔재가 남아 있었다. 그게 고려에 의해 재통 일되었어도, 고려 거란 전쟁 이전에는 고려의 왕도 고구려의 정통성을 가지고, 고구려 출신 사람들 위주로 북쪽 중심으로 나라를 운영하였다. 하지만 고려사에 큰 위기와 아픔을 가져왔던 3차에 걸친 거란의 침공은 역설적으로 명목상으로는 하나가 되었지만, 정서적으로나 실질적으로는 분열되어 있던 한반도에 사는 모두가 같은 적을 싸워 이긴 이야기 안에서 하나가 되기 시작했다.
아래는 그의 책에 ‘한민족의 탄생’ 부분에 나오는 내용이다.
오직 전쟁만이 민족을 탄생시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과 아군의 무덤 위에서 탄생하는 경우라면, 민족의 역사는 비명((碑銘, 비석에 새겨진 글자)이다. 싸움터에서 생존한 자들만이 비석을 세우고 그들의 이야기를 새길 수 있다. 여기서 순서를 분명히 하겠다. 민족이 비명을 새기는 것이 아니다. 비명을 함께 읽고 기억함으로써 민족이 되는 것이다. 민족은 이야기 위에 세워진다.
민족국가는 이야기의 비계(건물을 짓기 위해 먼저 세우는 가건물) 안에서 굳어진 건축물이다. 철학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단일민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민족은 상상으로 세워진 모래성이지만, 모래성에서 출발한 민족국가는 가상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한다. 민족은 스스로는 실체가 없으면서 국가와 국민이라는 현실을 만든다. 비계는 존재했던 틀이며, 민족은 실존하는 허구다.
한반도 주민들은 함께 고통받았고 승리의 기억 역시 함께했다. 귀주에 모여든 20만 명은 각자가 고향으로 돌아가 이제는 하나가 된 승리와 극복의 서사를 이야기했으리라. 현종이 겪은 끔찍한 굴욕과 공포는 모든 고려인들이 겪은 고난과 함께하는 것이었다. 말을 탄 귀족들이 평민 보병을 구원하기 위해 돌진한 결과 세계가 구원받았을 때, 그 세계는 ‘우리’가 된다. 이제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도저히 불가능해졌다. 한민족이 탄생했다.
오늘날 정치 갈등, 세대 갈등, 지역 갈등으로 한국인은 다시 삼국 시대 이전보다 갈등의 골이 깊어 보인다. 하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우리는 서로 분열하고, 서로 헐뜯다가도 척박한 환경이나 재난을 이겨낼 때는 서로 도왔다. 또한 수많은 외세의 침입을 이겨낼 때는 서로의 배경과 출신을 뛰어넘어 함께 싸우고 이긴 역사를 가졌다.
서로 비판할 수도 있고, 경쟁할 수도 있지만 이 땅에서 혼자서 이겨내고 생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거란, 몽골을 제외하고 수천 년간 우리를 침략하고 공격했던 주변 민족과 국가는 여전히 잠재적 위협이다.
앞으로도 어떤 국난의 상황이 우리에게 다가올지 모르지만 어떤 외적이 침입해도 결국은 민족을 지켜내고, 한민족의 국가를 유지하는 힘이 여전히 우리에게 있음을 믿는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분명 내외적으로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내부적으로는 너무도 분열과 갈등이 심해 “그런 위기를 하나 된 힘으로 잘 이겨낼 수 있을까?”우려도 생긴다.
하지만 수많은 국난을 이겨내고 오늘에 이른 한국인의 저력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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