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살이 되던 2026년 새해 첫날
2년 넘게 연애하던 남자친구와의 결혼결심을
부모님께 알렸다.
나는 이 나이 먹도록 매사 걱정도 많고, 자신감도 부족하고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생각부터 하는 순전히 몸만 크고 생각은 어린아이에 머물러 있는 여전히 겁 많고 여린 사람이다.
그래서였는지 모르겠지만 남들 다 하는 취직, 결혼 등 인생의 모든 순간들이 쉽진 않았다. 고난을 만나면 쉽게 좌절도 하고, 회복하지도 못했다. 사회생활도 적응하는데 오래 걸렸던 것 같다. 낯가림이 심하고 워낙 내성적이라서 불안증이 있는지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언제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도 늘 생각했다. 사실은 지금도 그렇다.
그래도 이렇게 결혼할 사람을 만나고 부모님께 내 마음을 알리는 날이 왔다는 게 스스로도 신기하다.
나는 내가 처음에 회사에 취직하고 돈을 벌고 나중에는 조금씩이라도 돈을 모으고 가족들에게 비싼 건아니어도 맛있는 음식을 대접할 수 있고 그랬을 때도 스스로가 신기했던 것 같다. 내가 사회의 일원이 되어 돈을 벌고 사회생활을 한다는 게 여전히 놀랍고 신기하다고 하면 이상할까? 근데 여전히 난 남들이 평범하게 하는 일들을 내가 해내고 있는 게 신기할 때가 많다.
결혼에 대해서도 여전히 두렵지만 용기를 가져보려고 한다. 새해 첫날, 식탁에 앉아 떡국을 먹다가 내 마음을 부모님께 고백했다. 늘 노심초사, 불안하고 걱정되던 딸이 결혼을 이야기하니 떡국 먹다가 놀란것 같던 부모님의 표정이 며칠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항상 뭐든 해보지도 않고 두려워하던 딸이어서 연애는 하고 있어도 결혼은 늘 자신 없다고 하던 딸이어서.. 오늘의 이런 내 결심이 부모님은 좋으면서도 내심 놀란 눈치였다.
엄마는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응원의 말을 했고, 아빠는 밥을 다 드시지 않고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면서 은근히 당황한 티를 내셨다. 그러더니 안정을 찾고 다시 자리에 앉아서 궁금한 것들을 묻기 시작했다.
아빠도 딸의 결혼소식이 좋으면서도 갑작스러움에 놀란 것 같다. 부모님 마음이 지금 어떤 심정인지
전부 알 순 없지만 알렸다는 것에 첫 발을 내디딘 안도감이 든다.
부모님께 실망드리지 않고, 알콩달콩 좋은 모습 보여주며 내가 잘 살 수 있을까? 수많은 걱정과 질문들이 머리에 무수히 스치지만 여기에 오늘부터 내 마음을 정리해 가며, 나도 결혼이라는 것을 준비해보려고 한다. 좋은 아내가 되고, 좋은 엄마가 될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