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마토세무사 Aug 19. 2021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세무사 공부를 결심하다


세종시에서 외로워하던 나를 안타깝게 생각한 학교 선배가 소개팅을 주선해주었다.

상대는 회계사 준비생이었다. 2차 시험까지 본 후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었다.


사실 내 전공이 회계이기 때문에 주변에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은 많았다. 동기 중 80퍼센트가 회계사 시험을 준비했으니 말 다했다. 나머지 20퍼센트는 세무사 시험을 준비하거나 세무공무원을 준비했다. 그런 환경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격증 공부에 눈곱만큼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남들 다 가는 뻔한 길을 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방학마다 세계 곳곳을 여행했고 온갖 알바를 했다.

하지만 나만의 길을 찾지 못했다. 나는 창업을 하거나 획기적인 일을 할 위인은 아니었다. 

모두가 같은 길을 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다른 방법이 없다면 취업을 해야 했고 좋은 곳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자격증이 필요했다.


처음으로 "우위"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을 했다. 우위의 사전적 정의는 '남보다 나은 위치나 수준'이다.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남보다 나은 위치에 있어야 했다. 그 위치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바로 대학교 졸업장과 자격증이었다. (물론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긴 했다.)

이제 와서 대학교 졸업장을 바꿀 수 없으니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노무사와 같은 전문 자격증이 필요했다. 남들 대학생 때 할법한 생각을 뒤늦게 하게 된 것이다.


마침 소개팅에서 만난 회계사 준비생이 자극제가 되었다. 대화를 나눠보니 꽤 평범한 사람이었다. 이 사람도 회계사 공부를 하고 1차에 합격했다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한 자신감이 솟구쳤다. 세종시에서의 인턴은 4개월이나 남았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그렇다면 다음 길을 찾아야 했다.


회계팀 인턴을 하면서 나의 성향도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자격증을 갖고 일을 한다면 보다 주체적으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전문지식을 토대로 하는 일이라 보람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고민은 길었지만 결정은 순식간이었다. 회계사보다는 세무사 수험기간이 더 짧기 때문에 세무사 시험을 준비하기로 했다. 대학교 때도 회계 과목보다는 세무 과목이 잘 맞았고 학점도 좋았으니 세무사 시험이 적합했다. 회사에 말씀을 드리고 부동산에 집을 내놨다.


부모님은 좋아하셨다. 특히 아빠가 기뻐하셨다. 아빠는 언제나 나의 결정을 응원해주셨다. 친구들도 충분히 잘할 거라고 응원해줬다.

그렇게 세종시에서의 5개월 인턴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 학교 근처로 방을 구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아갈 방향을 찾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