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은 배웠지만,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by 미네르바의 올빼미

수의 체계는 공리로 정의되었다.

자연수, 정수, 유리수, 실수, 복소수는 이미 논리적으로 정해진 구조다.

오늘 이 글은 이 구조를 설명하려고 시작한 글이 아니다.

내가 쓰고 싶은 것은, 언어로 개념을 배우지 않고 연산방법만 배운 아이들이 수학을 공부할수록 왜 점점 힘들어지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연산을 시작하자마자 만나는 벽


교실에서 만난 친구들은 이미 뺄셈을 배우는 순간부터 한 가지 조건 안에서 연산을 하고 있다.


"큰 수에서 작은 수를 빼야 해"


연산을 처음 배우는 아이들은 실제 존재하는 것을 '하나, 둘, 셋... ' 세며 자연수 세계 안에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3에서 5를 왜 못 빼지?'라는 질문하기보다는 '5에서 3을 빼는 거구나'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만약 왜 3에서 5를 빼면 안 되느냐 묻는다면, 좀 더 수학을 배우면 3에서 5를 빼는 방법을 알려줄게 하고 말해준다. 그리고 실제로 3에서 5를 빼는 것을 배우는 중1학년, 추상적 사고를 시작하는 연령이다. 앞으로 배울 수학이 우리가 경험하는 실세계 규칙과는 다른 방식으로 굴러가기 때문이다.


나누기에서 왜 좌절하는가


아이들은 나누기를 배우면서 또 하나의 벽을 만난다.

나누고 난 뒤에 남는 것, 나머지의 존재다.

아이들에게는 나머지는 마치 나눗셈을 배우면 따라다니는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조금 뒤, 별개의 단원에서 분수를 '1개를 똑같이 나눈 것 중 한 부분'라고 배우며, 이와 동시에 1개를 10개로 나누어 10개 중에 1개는 0.1, 10개 중의 2개는 0.2... 이렇게 소수를 만난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이들로 하여금 마치 자신이 알고 있는 수의 범위 안에서 연산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실제로는 이 수들이 서로 어떤 관계로 이어지는지 충분히 말로 설명받지 못하고 수와 연산의 미로에서 헤매는 아이들이 생긴다.


이렇게 연산을 배우는 아이들은 수학이 마치 눈을 감고 코끼리 다리를 만지는 기분일 것이다. 이런 모호함은 앞으로 만나게 되는 수의 개념에서 크고 작은 부작용을 남긴다.


중학교 2학년, 3학년, 고등학생이 되면서 만나는 순환하는 무한소수가 왜 유리수인지, 순환하지 않는 무한소수가 왜 무리수인지, 일차방정식에서 왜 해가 없다는 말을 쓰는지 서로 연결하지 못하는 것이다.


초등학생에게 추상적인 수의 체계를 이해시키는 일은 분명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수의 체계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도구로 수직선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수직선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수가 확장된 상태를 보여주고 수의 값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보여준다.

중학교 수학에서 두 수직선이 만나 좌표를 만들고 그 위에 함수가 그려지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그제야 수가 단순한 계산 대상이 아니라 구조 속에서 움직이는 존재로 조금씩 알게 된다. 그리고 그 그래프 위에서 기하를 만나고,

확률을 만나게 된다.


내가 보기에 아이들이 수학을 점점 힘들어지는 과목이라 여기는 이유는 개념이 어렵고 연산이 복잡해서가 아니라 이 수들이 하나의 체계로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충분히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님아, 그 길을 가지 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