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남양 전통시장은 매월 4일, 9일, 14일, 19일, 24일, 29일에 열리는 5일장이다. 남양읍 중심부에 자리한 이 시장은 지역 주민과 상인들이 오랜 시간 이어온 전통의 장터로, 신선한 농산물과 사람 간의 정이 살아 있는 공간이다. 본문에서는 장날 날짜, 시장의 풍경, 지역적 의미까지 모두 담았다.
나는 어느 평일 오후, 우연히 지인에게서 “요즘 남양시장 장날에 가면 먹거리도 많고 분위기도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화성이라는 도시는 산업단지와 신도시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그 속에도 여전히 전통의 숨결이 살아 있는 시장이 있다는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렇게 나는 남양 전통시장을 처음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남양시장은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에 자리 잡고 있다. 시장 주변에는 오래된 상가와 주택이 혼재해 있어, 도시 개발의 흔적 속에서도 여전히 옛 정취를 간직하고 있었다. 차를 세우고 골목 안으로 들어서자, 어릴 적 외할머니 손을 잡고 따라가던 시골 장터의 냄새가 떠올랐다. 신선한 채소의 풋내, 갓 튀겨낸 꽈배기의 달콤한 향, 그리고 사람들의 활기찬 목소리가 공기를 채우고 있었다.
남양 전통시장은 상설시장으로 평일에도 문을 여는 곳이지만, 진짜 활기가 도는 날은 바로 ‘장날’이다. 남양시장의 장날은 매월 4일과 9일, 14일과 19일, 24일과 29일에 열린다. 즉, 5일마다 한 번씩 열리는 전통적인 ‘오일장’ 형식이다.
장날이 되면 평소보다 훨씬 많은 상인들이 찾아와 시장 안은 물론 도로 주변까지 좌판이 늘어선다. 지역 농민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내다 팔고, 어촌에서 올라온 상인들은 당일 새벽에 잡은 생선을 진열한다. 잡화상, 의류상, 방앗간, 약초상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 장사를 준비한다. 이 장날을 기준으로 일상을 계획하는 어르신들도 많다. “19일에 장 보러 가야지”라는 말은 남양 주민들에게는 그 자체로 익숙한 약속의 언어다.
장날의 남양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이어지는 장소다. 나는 오전 10시쯤 시장을 찾았는데, 이미 좁은 골목마다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주머니에 현금을 쥐고 다니는 손길, 가격을 흥정하며 웃음을 터뜨리는 상인과 손님, 손수레를 끌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어우러져 있었다.
어느 채소가게 앞에서는 직접 키운 상추를 묶어 판매하던 할머니가 있었다. “이건 내가 아침에 따온 거야, 향이 달라.” 할머니의 말에는 자신이 키운 농산물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 있었다. 그 옆에서는 젊은 부부가 갓 지은 두부를 나누며 시식권을 나눠주고 있었다. 시장의 세대 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졌다.
남양시장의 장날은 단순한 경제적 행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속에서도, 이곳에서는 여전히 ‘정(情)’이 흐른다. 상인은 단골의 얼굴을 기억하고, 손님은 지난번보다 더 좋은 상품을 권해주는 마음을 안다. 나는 떡집 앞에서 기다리며 그 풍경을 지켜보았다. “지난번에 사간 그 시루떡 맛있었지? 오늘은 팥이 더 잘 됐어.” 상인의 이런 말 한마디에 손님은 미소로 답한다.
이런 소통의 문화가 바로 오일장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물건을 사고파는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서로의 안부를 묻고 삶의 조각을 나누는 자리다. 장날마다 이어지는 이 만남들이 지역 공동체를 단단하게 지탱한다.
한편으로는 남양시장도 변화의 흐름 속에 있다. 주변에는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 상권이 들어서며 전통시장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남양시장은 여전히 지역 주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신선한 재료, 정직한 가격, 그리고 사람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화성시에서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차장 확충, 간판 정비, 청년 창업 부스 운영 등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시장의 형태로 발전하려는 노력이다. 장날에 찾아온 젊은 세대들은 이런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시장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남양시장을 다녀온 그날, 나는 시장 입구에 있던 작은 분식집에 들러 떡볶이와 튀김을 주문했다. 시장 특유의 시끌벅적한 소리 속에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곳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는 것. 사람들은 급하지 않았다. 장날 하루를 즐기듯 살아가고 있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손에 들린 장바구니에는 단순한 채소 몇 단이 아니라, 시장의 따뜻한 공기와 사람들의 미소가 함께 담겨 있었다. 남양 오일장은 나에게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니라, 도시 속에서 잊기 쉬운 인간적인 온기를 다시 느끼게 해준 장소였다.
화성 남양 전통시장의 5일장은 단순히 ‘언제 열리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정보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그것은 지역의 시간표이며, 사람과 삶이 이어지는 리듬이다.
매월 4일, 9일, 14일, 19일, 24일, 29일.
이 숫자들은 단순한 날짜가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가 쌓이는 날들이다.
장날마다 남양시장에는 새로운 계절이 피어난다. 봄에는 달래와 냉이가, 여름에는 옥수수와 복숭아가, 가을에는 햇밤과 배추가, 겨울에는 군고구마의 향이 골목마다 퍼진다. 그렇게 시장은 사계절의 변화를 고스란히 품으며 오늘도 사람들을 맞이한다.
나는 앞으로도 그 날짜가 다가올 때마다 자연스레 시장을 떠올릴 것이다. 화성 남양의 오일장은 단순한 장터가 아니라, 이 도시의 맥박이자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