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합덕시장은 충청남도 당진시 합덕읍의 중심 전통시장으로, 매달 3일과 8일마다 열리는 5일장이 지역의 활력을 더한다. 이곳에서는 지역 농산물과 생활용품이 거래되며, 오랜 세월 지역민의 정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충남 당진을 처음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그 지역의 정직한 삶의 결이었다. 그 중심에는 합덕시장이 있었다. 합덕읍의 오래된 중심부에 자리한 이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지역 사람들의 일상과 역사가 스며 있는 곳이다.
합덕시장은 오랜 세월 동안 당진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으로 자리 잡아왔다. 특히 ‘합덕 5일장’이라 불리는 장날은 인근 마을과 농촌에서 모여드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장날마다 펼쳐지는 풍경은 정겹고 활기차며, 그 속에는 여전히 살아 있는 공동체의 온기가 느껴진다.
합덕시장은 5일마다 한 번씩 장이 서는 전통 5일장 형식으로 운영된다. 매달 3일과 8일에 장이 열리며, 한 달에 여섯 번 정도 장날이 돌아온다. 이 단순한 날짜 규칙 덕분에 지역 주민들은 달력을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장날을 자연스럽게 기억한다.
장이 서는 날이면 아침부터 도로에는 짐을 실은 트럭이 줄을 잇고, 합덕역 인근까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농민들은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가져와 판매하고, 상인들은 지역 특산품과 생활용품을 진열한다. 이 날은 단순한 거래의 날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다시 이어지는 날이다. 도시의 대형 마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관계의 온도가 이곳에서는 여전히 살아 있다.
합덕시장의 장날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그 풍경은 마치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시장 입구에서는 갓 구운 호떡 냄새가 풍기고, 그 옆에서는 장작불에 구운 군밤이 노릇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좁은 골목 안쪽에는 손수 만든 두부, 김치, 직접 담근 고추장과 된장이 줄지어 있었다.
그날 나는 한 어르신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평생을 합덕읍에서 살아오신 분으로, “이 시장이 살아야 동네가 산다”라는 말을 남기셨다. 그 말이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았다. 장날은 단순한 물건 거래의 날이 아니라, 지역이 자신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당진은 산업단지와 항만이 발달한 도시이지만, 합덕시장 같은 전통시장은 여전히 지역 경제의 뿌리를 지탱하고 있다. 오일장은 농민들에게는 안정적인 판매 통로이자 도시 소비자들에게는 신선한 먹거리를 구할 수 있는 공간이다.
무엇보다 오일장은 지역 상권의 순환을 만들어낸다. 장날에 모인 인파는 주변 식당, 카페, 미용실, 문구점 등 소상공인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한 식당 주인은 “장날에는 매출이 평소의 두세 배는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제적 순환은 단순한 거래를 넘어 지역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합덕시장의 역사는 일제강점기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합덕은 교통의 요지이자 농산물 집산지로 번성했다. 기차역이 들어서기 전에도 이 지역은 인근 농촌의 생산물을 교류하는 중심지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현대화의 물결이 밀려왔지만, 합덕시장은 여전히 전통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시장 현대화 사업을 통해 일부 구역이 정비되었고, 아케이드가 설치되어 비가 오는 날에도 장이 열린다. 하지만 상인들은 여전히 사람 냄새 나는 시장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편의시설은 개선되었지만 그 속에 깃든 정은 그대로다.
합덕시장 5일장은 보통 아침 7시 전후부터 열리기 시작해 오후 3시쯤 마무리된다. 가장 활기찬 시간은 오전 9시에서 11시 사이다. 이때는 농산물 판매대가 가득 차고 상인들의 손놀림이 가장 분주하다.
시장에 방문할 때는 현금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상점에서 카드 결제가 가능하지만 일부 노점상은 현금 거래를 선호한다. 또한 장날에는 주차공간이 부족하므로 합덕역 인근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합덕시장을 걷다 보면 세월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사람들의 인사, 장터의 소리, 정겨운 사투리 속에서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기억을 나누는 장소이자 지역의 정체성이 남아 있는 곳이다.
이곳을 다녀온 뒤로 ‘장날’이라는 단어가 단순한 일정이 아니게 되었다. 그것은 한 지역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증거이며,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가장 따뜻한 방식이었다.
합덕시장 5일장은 과거의 유산을 넘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지역 공동체의 상징이다. 장날마다 모여드는 사람들은 단순한 손님이 아니라 이 지역의 맥박을 함께 이어가는 존재들이다.
앞으로 시장은 더 변할 것이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합덕시장에 흐르는 느릿한 리듬과 온기는 세월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으리라 믿는다.
합덕의 장날은 매달 3일과 8일.
그 날짜를 달력에 표시해두면 좋다. 언젠가 그날, 당신도 합덕의 정겨운 장터 한가운데에서 삶의 리듬을 다시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