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두식 교수
김두식 교수의 저서 <불멸의 신성가족>은 대한민국 사법부의 폐쇄성과 그들만의 공고한 네트워크를 내부자의 시각과 법사회학적 분석으로 파헤친 기념비적인 저작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법조계의 비리를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사법 개혁이 번번이 실패하며 그 정점에 있는 '신성가족'이 어떻게 불멸의 생명력을 유지하는지 구조적으로 분석합니다. 이 책에 대한 상세한 리뷰를 주요 논점별로 정리해 드립니다.
1. '신성가족'의 정의와 폐쇄적 네트워크
책의 제목이기도 한 '신성가족'은 판사, 검사, 그리고 전관 변호사들로 구성된 대한민국 법조계의 카르텔을 상징합니다.
•혈연보다 진한 '기수' 문화: 사법연수원 기수와 학벌로 촘촘하게 엮인 이들은 서로를 '가족'으로 인식합니다. 이 네트워크 안에서는 공적인 법적 절차보다 사적인 연고와 '형님, 아우' 식의 관계가 우선시 되기도 합니다.
•그들만의 성채: 외부의 비판에 대해 극도로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며, 동료의 잘못을 감싸는 것이 조직의 안녕을 지키는 길이라 믿는 폐쇄적인 조직 문화를 형성합니다.
2. '전관예우'를 넘어선 '전관비리'
김두식 교수는 '전관예우'라는 완곡한 표현 대신, 그것이 실질적으로는 사법 정의를 훼손하는 비리임을 명확히 합니다.
•보험금으로서의 수임료: 전관 변호사에게 지급하는 거액의 수임료는 변호의 대가가 아니라, 현직 판·검사와의 인맥을 사는 '보험금' 혹은 '로비 자금'의 성격을 띱니다.
•강화되는 유착: 퇴직한 선배(전관)의 부탁을 들어주는 현직의 행위는, 훗날 자신도 퇴직 후 같은 혜택을 누릴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구조적 공생 관계입니다.
3. 사법 엘리트주의와 공감 능력의 부재
저자는 법조인들이 양성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엘리트주의'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시험 기술자로의 전락: 오직 사법시험 합격만을 위해 청춘을 바친 이들이 세상의 다양한 가치나 서민들의 고통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관료화된 판사: 정의의 수호자이기보다 승진과 평정에 목매는 '법 기술자'나 '관료'로 변모해 가는 판사들의 모습을 통해, 사법부 내의 민주적 토대 부족을 비판합니다.
4. 구조적 모순: 왜 개혁은 어려운가?
이 책이 훌륭한 점은 개별 법조인의 도덕성을 비난하기보다 구조적 모순에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내부 고발자의 부재: 신성가족의 질서를 거스르는 자는 철저히 배척당합니다. 조직 논리가 헌법적 가치보다 앞서는 상황에서 내부로부터의 자정 작용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법의 사유화: 공적인 권력인 사법권이 특정 집단의 사익을 지키는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일반 국민들은 법 앞에 평등하지 못한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총평 및 시사점
<불멸의 신성가족>은 출간된 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사회의 사법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 가장 유효한 답을 주는 책입니다.
"법조계는 괴물들의 집합소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지독하게 평범하고도 견고한 이익 집단이다."
저자는 시종일관 냉철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문체로 독자들을 법조계의 뒷골목으로 안내합니다. 이 책은 사법 개혁의 필요성을 느끼는 시민뿐만 아니라, 글쓰기를 통해 사회의 부조리를 조명하고자 하는 분들에게도 훌륭한 텍스트가 될 것입니다. 구체적인 사례와 이론적 배경이 조화를 이루어, 한국 사법부의 민낯을 이해하는 데 이보다 더 상세하고 깊이 있는 입문서는 드뭅니다.
김두식 교수의 <불멸의 신성가족> 개정판은 초판 출간(2009년) 이후 약 10년 만인 2019년에 발행되었습니다. 이 개정판은 초판의 핵심 메시지를 유지하면서도, 그사이 급변한 한국 사법 환경의 결정적 사건들을 반영하여 분석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개정판에서 주목해야 할 주요 변경 사항과 추가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양승태 대법원 파동)' 분석 추가
개정판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2018년 불거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고찰입니다.
•성역의 붕괴: 초판에서 '신성가족'의 견고함을 경고했다면, 개정판에서는 그 성역의 정점인 대법원조차 재판을 거래의 수단으로 삼았다는 충격적인 현실을 기록합니다.
•쇄신의 기회: 저자는 이 사태가 법조계에 대한 불신을 극대화했지만, 역설적으로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그들만의 세계'가 햇볕 아래 드러남으로써 진정한 개혁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라고 진단합니다.
2. 법조인 양성 체제의 변화 반영
초판 집필 당시에는 논의 단계였거나 도입 초기였던 사법시험 폐지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출범 이후의 변화를 다룹니다.
새로운 신성가족? 로스쿨 도입이 법조계의 폐쇄성을 타파할 대안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또 다른 형태의 '금수저' 논란이나 새로운 인맥 형성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점검합니다.
•시스템의 연속성: 제도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수 문화'와 '엘리트주의'라는 본질적 DNA가 어떻게 살아남아 변형되고 있는지 추적합니다.
3. 업데이트된 구술 기록과 시대적 시사점
저자는 초판에서 스물세 명의 법조계 안팎 인사들을 인터뷰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10년이 지난 지금 그 부조리들이 어떻게 고착화되었는지 혹은 진화했는지를 보완했습니다.
•전관예우의 고도화: 과거의 단순한 청탁을 넘어, 이제는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더욱 정교하고 구조화된 방식으로 변모한 전관 카르텔의 실태를 짚어줍니다.
•시민의 역할 강조: 개정판 서문 등을 통해 저자는 '거절할 용기'를 가진 소수의 내부자와 이를 감시하는 시민들의 연대만이 '불멸'해 보이는 신성가족을 해체할 수 있음을 더욱 강력하게 역설합니다.
요약: 왜 개정판을 읽어야 하는가?
초판이 한국 법조계의 '태생적 한계와 구조'를 보여주는 교과서라면, 개정판은 그 구조가 현대 사회에서 '어떤 괴물이 되어 나타났는지'를 보여주는 임상 기록과 같습니다.
[덧 1]
헌법의 풍경
법전의 문턱을 낮춘 인권의 인문학: 김두식의 <헌법의 풍경> 서평
대한민국에서 '법'이라는 단어는 대중에게 이중적인 의미로 다가옵니다. 한쪽에는 정의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라는 신뢰가, 다른 한쪽에는 가진 자들의 논리이자 일반인은 범접하기 힘든 ‘그들만의 리그’라는 냉소가 공존합니다. 김두식 교수의 <헌법의 풍경>은 바로 그 차갑고 높은 법전의 성벽을 허물고, 그 안에 숨겨진 '인간'과 '인권'의 얼굴을 대중에게 투영한 저작입니다.
1. ‘불온한’ 법학자가 들려주는 법조계의 속살
이 책이 출간 당시부터 지금까지 스테디셀러로 읽히는 이유는 저자의 독특한 위치 덕분입니다. 검사 출신 법학자인 김두식 교수는 내부자의 시각으로 법조계의 권위주의와 폐쇄성을 통렬하게 비판합니다.
법률가의 선민의식: 저자는 법조인들이 자신들을 특별한 계급으로 인식하며 대중과 격리되는 과정을 '그들만의 언어'와 '사법시험'이라는 관문을 통해 설명합니다.
기록 너머의 인간: 법정에서는 종이 뭉치(기록)가 인간의 실제 삶보다 우선시 되는 주객전도 현상을 꼬집으며, 법이 놓치고 있는 ‘구체적인 개인’의 고통에 주목할 것을 제안합니다.
2. 헌법, 차가운 조문에서 뜨거운 삶의 원리로
<헌법의 풍경>은 딱딱한 헌법 조문을 해설하는 수험서가 아닙니다. 대신, 우리 사회의 갈등 사안들을 헌법적 가치로 풀어냅니다.
"헌법은 국가의 통치 구조를 정하는 문서이기 전에,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방어벽이다."
저자는 양심의 자유, 평등권, 신체의 자유와 같은 개념들이 어떻게 일상의 민주주의와 연결되는지 보여줍니다. 특히 국가보안법이나 병역거부 문제 등 민감한 주제들을 회피하지 않고, 헌법이 지향해야 할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집니다.
3. 핵심 키워드로 보는 서평
<구분: 주요 내용>
•비판의 대상: 법조계의 권위주의, 전관예우, 형식주의적 법치
•지향하는 가치: 낮은 곳을 향하는 법, 소수자 보호, 인권 감수성
•문체와 접근성: 전문 용어를 배제한 유려하고 친절한 에세이적 서술
4. 총평: '법 없이도 살 사람'을 위한 헌법 가이드
이 책을 관통하는 가장 따뜻한 시선은 "법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라는 당연하지만 잊기 쉬운 명제입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법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이나 공포를 버리라고 말합니다. 대신 법을 감시하고, 그 법이 나의 존엄성을 제대로 지켜주고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시민의 의무'를 강조합니다.
<헌법의 풍경>은 법학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라기보다,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인문학적 성찰에 가깝습니다. 법치주의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폭력을 경계하고, 법의 온기가 사회 구석구석까지 닿기를 바라는 모든 시민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한 줄 평:
법전의 먼지를 털어내고 그 속에서 '사람의 향기'를 찾아낸, 한국 교양 법학의 고전.
[덧 2]
법률가들
김두식 교수의 <법률가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탄생>은 대한민국 사법권력의 뿌리를 추적한 기념비적인 역작입니다. 이 책은 해방 직후부터 한국전쟁 전후까지, 오늘날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법조계의 '성골'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미시사적 관점에서 파헤칩니다. 주요 줄거리와 핵심 맥락을 정리해 드립니다.
1. 책의 핵심 줄거리
이 책은 방대한 사료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법조계의 기원을 다룹니다. 핵심은 현재 한국 법조계의 주류인 '판·검사' 집단이 사실은 해방 공간의 혼란 속에서 기회주의적으로 살아남은 인물들에 의해 설계되었다는 점입니다.
친일 법률가들의 변신: 일제강점기 판사와 검사로 활동했던 이들이 해방 후 청산되지 않고 그대로 대한민국 법조계의 뼈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월남 법률가들의 합류: 북한 체제에서 도피해 내려온 법률가들이 남한의 반공주의 노선과 결합하며 사법부의 보수적 색채를 강화했습니다.
고등고시와 폐쇄적 네트워크: '시험'이라는 공정한 형식을 빌려 어떻게 특정 집단이 권력을 세습하고 카르텔을 형성했는지 분석합니다.
2. 이야기의 주요 맥락
①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정당성 문제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투표로 선출되지만, 사법부는 시험 성적과 임명을 통해 권력을 얻습니다. 김두식 교수는 이들이 국민의 통제를 받지 않는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된 배경에 '과거 청산의 실패'가 있음을 지적합니다.
② 실무가 중심의 사법 체계
이 책은 한국 법조계가 철학이나 정의보다는 '기술적 행정'에 치우치게 된 이유를 설명합니다. 일제 밑에서 서기나 대서소 직원으로 일하던 이들이 해방 후 법관 부족 사태로 인해 판·검사가 된 사례를 조명하며, 이들이 법을 '통치의 도구'로만 인식하게 된 맥락을 짚습니다.
③ '법조인 가족'과 네트워크의 탄생
단순한 개인의 출세기가 아니라, 혼맥과 학맥으로 얽힌 법조 카르텔의 시초를 다룹니다. 책은 특정 가문들이 어떻게 수십 년간 사법부를 장악하며 그들만의 리그를 구축했는지 구체적인 실명을 거론하며 추적합니다.
3. 이 책이 갖는 시사점
김두식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지금의 법조계가 왜 이렇게 보수적이고 폐쇄적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역사 속에서 찾습니다.
역사적 연속성: 일제-미군정-독재 정권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법률가들이 권력에 기생하며 살아남은 방식이 현재의 사법 불신과 맞닿아 있다는 비판입니다.
엘리트주의의 이면: '정의의 수호자'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생존 본능과 세속적인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냅니다.
한 줄 평:
"대한민국 사법부의 족보를 파헤쳐, 성역화된 법률가 집단의 민낯을 기록한 잔혹한 근대사."
「불멸의 신성가족」;
눈에 띄는 문장들
∎ 권변호사는 브로커와 대형 로펌 고문의 차이를 한마디로 정리합니다.
"표현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고급 창녀하고 사창가에 있는 창녀의 차이겠지요. 다를 게 뭐가 있습니까? 내가 아까 말했지 않습니까? 법조계에만 왜 전관을 얘기하느냐 이거죠."(권용준. 24면)
성매매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을 쓰고 있어서 인용이 주저되기는 하지만, 대형 로펌이 고문들에게 왜 거액을 지불하는지 생각해 보면, 그들이 브로커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 권변호사의 결론입니다. (224쪽)
∎ 철학자 변성환 교수는, 사법시험을 인간성에 대한 "조직적인 파괴의 과정"이라고 이해했습니다.
“오로지 자기 욕망 하나에 의해서, 수년에 걸쳐서 자기를 채찍질해서 결국 거머쥔 합격증이니까 저는 그것 자체가 인간성의 파괴, 어떤 조직적인 파괴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변성환. 35면) 236쪽
∎ 우선 시민들은 법을 잘 지켜야 할 대상으로 인식할 뿐, 현실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로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 지레 겁을 먹고 아예 처음부터 법률문제는 '포기가 곧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법률문제에 시달려본 구술자 중에는 판검사들이 변호사를 통해 돈을 받는다고 믿고 변호사에게 거액을 건넨 사람도 있습니다. 법원에만 가면 "어린아이가 엄마한테 무슨 잘못을 저질러서 판결을 내려주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가슴이 쿵쾅거리고 떨린다는 시민이 있을 정도로, 법원이나 검찰은 여전히 시민들에게 무서운 조직입니다. (319-3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