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주의보

자작시 2026. 1. 21

by 김양훈

한파주의보

김양훈


자라 등처럼 갈라지고 때낀 손등을 어쩌지 못하고

위생검사에 지적을 받았던 그날 아침,


소년은 까만 비로드 치마에 털 쉐타를 입은

예쁜 선생님 앞에서 어쩔 줄을 몰랐다.


반장은 모든 아이의 모범이 되어야 해, 라고

선생님은 회초리를 거두며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내가 변소 문을 닫은 채 울어버린 것은

잃어버린 반장 때문이 아니었다.


열 형제 부잣집 막내가 반장을 차지해,

억울한 마음에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손전화기에 연일 날아드는 한파주의보,

그날 눈물을 훔친 손등을 바라본다.


세월에 말라버린 볼품 없는

늙은 가죽.


(2026. 1. 21 새벽, 이불속에서 쓰다)

래리 버로스(Larry Burrows)가 1963년 제주도 구좌읍 하도리 해변에서 촬영했다.
변시지 선생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