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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광문 Sep 21. 2021

'남성 갱년기' 무조건 견뎌야 합니까?

나를 가장 잘 알고 이해하는 아내가 내린 처방이 곧 '명약'입니다.

막대 아이스크림 종류 중에 '옥동자'를 제일 좋아합니다. 바닐라 속에 초코맛은 성인이 되어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마음이 상하는 것은 아이스크림이 해가 지날수록 크기가 자꾸만 작아진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마트에 갈 때마다 10개 이상은 꼭 구입해서 냉장고에 쟁여 놓습니다.


"이거 아빠 거니까 먹으면 안 돼~~ 알았지?"


며칠 뒤 입이 궁금해서 냉장고를 열었을 때 '욱' 할 뻔했습니다. 우리 동글이가 날름 다 먹어치웠습니다. 아이스크림에 '아빠 꺼'라고 이름이라도 적었어야 했습니다. 아들 뱃속에 들어간 '옥동자'라 아깝지는 않았으나 서운함이 밀려왔습니다.



출처이미지 : 롯데제과 블러그



갱년기 하면 보통 여성분들이 대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중년 남성들도 잘 겪는 성장통입니다. 남성호르몬 (testosterone), 성장호르몬, 멜라토닌 등이 종합적으로 감소하면서 작용합니다. 중년에 접어들수록 점점 남자다움은 사라지고 본인도 못 느끼는 사이에 여성스러워집니다.


"여보. 요즘 재밌고 인기 있는 드라마 뭐 없어?"

"많죠. 왜 맨날 골프하고 뉴스만 보다가 갑자기 드라마를 찾아요?"

"그냥 아줌마들 나오는 드라마가 재밌어졌네."


아내가 즐겨보는 드라마를 찾아보면서 가끔 몰래 눈물도 찔금 흘립니다. 몸도 예전 같지 않아서 아침에 일어나면 기운이 없고 막상 저녁에는 잠도 잘 오지 않습니다. 기억력도 가끔 더듬어야 찾을 수 있을 때가 많아졌고 가슴이 두근두근 울렁거릴 때도 가끔 있습니다. 술을 잘 못해서 친구를 만나는 모임에는 잘 안 나갑니다. 그러다 보니  '회사 갔다, 집에 왔다'만 반복하게 되는 일상이 우울하다고 푸념을 합니다. 가끔 우리 동글이를 꼭 끌어안고 '사랑해~'라고도 말합니다.



출처 이미지 (카터 뱅커)



신체의 변화는 감정의 변화보다 더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얼굴에 피는 검버섯과 흰머리카락 개수가 점점 많아지고 체지방이 늘어 배만 불룩해지는 D자형 몸매를 볼 때면 체중계에 올라타 '아이고아이고'를 연발합니다.


아내도 갱년기를 피해 갈 수는 없었나 봅니다. 언제부터인지 저녁마다 남편을 돌하르방으로 보는 방법을 터득해서는 '휙' 먼저 들어가 잔다고 하고 사라집니다. 자주 얼굴에 홍조를 띠며 열이 난다고도 했습니다.

여성호르몬제를 하루 한 알씩 매일 복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핑계 김에 나도 같이 비타민을 열심히 챙겨 먹습니다.




그런 아내는 나에게 늘 선배님입니다. 몸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저는 의사 선생님에게 말하듯 하나도 빼지 않고 아내에게 고해성사를 합니다. 아내는 현명하고 똑똑합니다. 지혜롭기까지 합니다. 의료에 관해 박식합니다. 저보다 어립니다. 내가 실수라도 할라치면 엄마의 잔소리처럼 '으다다' 꾸중을 내지릅니다. 그런데 듣기 싫지는 않습니다.


"마누라 말 들어서 손해 볼 거 하나 없다고 했지~"


정답입니다. 그냥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하고 아내의 아들이 되는 겁니다. 점점 더 남성호르몬이 줄고 여성호르몬이 생기는 자연에 섭리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겨내려고 하면 안 됩니다. '엄마의 치마폭에 잘 숨어있던 어린 아들이다' 생각하면 편합니다. 결단력이나 추진력이 떨어질 때는 먼저 아내와 상의를 해야 합니다.


나를 가장 잘 알고 이해해주는 아내에게 처방전을 받는 게 진정한 '약'입니다.




갱년기 극복 방법
"규칙적인 운동 ∙ 균형 잡힌 식사 ∙ 스트레스 관리"










출처 사진 : 픽사 베이 & 카터 뱅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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