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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스트랄 Sep 04. 2024

라스트 콘서트

<Take on Me>-`아하`의 리드싱어 모튼 하켓을 추억하며

지켜본다

닳고 닳아 해질 때까지

지겨워서 쳐다보기도 싫어질 때까지

줄이어폰을 끼고 듣고 듣고 또 듣고

앨범 자켓 표지 책받침 눈코입의 얼굴선을 따라

손가락으로 그리고 또 그려서

마침내 입술선까지 흐릿해져 턱선과 구분이 가지 않을 때까지


그렇게 될 때까지

몇십년이 걸리든

곰팡이가 푸르게 피어오르는

다락방 구석 갈라진 벽지가 될지언정


그때가 되면

머리에 하얀 먼지가 앉고

빈약해진 허벅지로 무대에서 쓰러져

돋보기를 쓰고 음이탈을 무릅쓰는

그를 상상할 수 있었을까


나는 십오 세

교실 책상에 앉아 책받침을 본다

자습 시간이야

이런거나 보고 말이야

담임이 긴 막대기로 그의 얼굴을 두드린다

얼른 책을 덮는다

마력에서 깨어난 나는

그리고는


들어본다

지칠 때까지

두근거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두근거리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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