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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스트랄 Sep 25. 2024

용서의 필요충분조건

그림책 <사자가 작아졌어>를 읽고

  밀림에서 한가롭게 낮잠을 자던 사자가 어느날 갑자기 엄지 손가락만하게 작아져버린다. 자신이 작아졌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주변의 모든 것이 커져 버렸기 때문에, 그때서야 깨닫게 되는 사실. 그제서야 다른 약한 동물의 입장이 되어보는 동물의 왕.


  물에 빠져 죽을 뻔했던 사자를 구해준 건, 지난번에 사자가 잡아먹었던 가젤의 아이다. 그때 그 사자가 작아진 줄 모르고 사자를 구해준 걸 후회하는 가젤의 아이. 하지만 새끼 가젤은 사자를 죽이지 않는다. 그러나 엄마를 죽인 원수를 만난 가젤의 마음은 분노로 조각 조각난다.


  노래도 불러 주고, 빗질도 해 주고ᆢ가젤의 마음을 풀어주려 노력했던 사자는, 그 무엇도 소용이 없자 진심으로 사과하며 자신을 그대로 가젤에게 내어준다.


"그럼 날 먹어ᆢ"


조그만 접시에 조용히 누운 조그만 사자.


            *       *       *


이제 가젤과 사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사자가 작아졌어> 는 사과와 용서와 화해에 관한 그림책이다. 십여년 전에 아이에게 읽어주려 산 책이었는데, 가젤의 이 말에 매번 눈물을 흘렸다.


"어떻게 해도, 엄마는 더이상 돌아오지 않아ᆢ."


  몇년 전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에서 '행복해지기 위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그 가장 마지막 단계가 '용서'다. 진정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용서'라는 마지막 단계를 반드시 뛰어 넘어야 한다고 한다.

용서는 아마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일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일 것이다.


 가젤이 사자를 용서한 것은, 사자가 가젤의 고통을 충분히 공감하고 진심어린 사과를 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진정한 용서는 심지어 상대가 전혀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아도 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데ᆢ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그리고 그것이 옳은 걸까?



누군가를 용서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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