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출근하지 않았다.
갑자기 아이들이 아파서 일 년에 몇 번 꼽을 정도로 급하게 빠지는 것 외에는 꾸준히 출근하는 내가 오늘은 그냥 회사에 가고 싶지 않아 정말 출근을 안 했다. 11년 늘 같은 자리에 출근을 했는데 오늘만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승진이 안돼서 삐진 나의 소심한 복수라고 생각해도 좋다. 다행히 오늘은 날씨가 안 좋아 막내 어린이집이 문을 닫았고 그걸 핑계 삼아 가지 않았다.
그렇게 공짜로 주어진 나의 하루.
맛있는 것 먹으며 (라뽂이를 먹을까 고급 햄버거를 시켜먹을까 고민중이다) 글을 쓰고 읽고 싶은 책 읽기로 스케줄이 가득 찼다. 오랜 시간을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 챗바퀴처럼 일하고 육아하며 살았다. 회사생활은 나에게 동물원의 동물들처럼 안전함을 제공했지만 그 울타리의 경제적 안전함과 시회적지위를 제공한 만큼이나 자유로움을 뺏어갔다. 열심히 일할 때가 대부분이었지만 회사에 삐져있는 내 마음을 회사에서 시간 때우기로 복수할 때도 많았다. 많이 바쁘지 않을 땐 핸드폰에 책을 다운로드해서 하루에 한 권을 읽는 과감함도 보였다.
책을 읽기 시작한 게 그쯤이었다. 매일 같은자리에 성장이 멈춘 것 같았던 직장생활 8년 차쯤. 답답한 내 마음을 달랠 길이 없었다. 일에 아이들을 연령 생으로 3명을 낳으니 몸도 마음도 지쳤고 정말 매일이 지옥의 터널을 지나는 것 같았다. 30살에 첫째를 낳아 33살에 셋째를 낳으며 직장생활을 계속했다. 내가 다니는 직장도 만만한 곳은 아니다. 미국에 있는 한국 대기업으로 제조업이라 새벽같이 출근해야 한다. 한 4년 전에 시부모님이 강제 정년퇴직을 하시고 우리를 도우러 이사 오시면서 조금씩 숨을 쉴 수가 있었고 나의 힘들고 지친 마음을 달래준 건 책이었다.
코로나로 물류에 문제가 많아지자 작년엔 회사에서 밤에 퇴근하기가 일쑤였고 심지어 확진자가 되었어도 애 셋과 함께 집에서 격리하며 리모트로 업무를 하였다.
(물론 내가 자진해서)
몸도 마음도 지친 내게 책은 위로와 공감을 주었고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 울다가 웃다가 마음에 평안과 안식을 주었다.
그게 인연이 되어 한국에 브런치라는 글쓰기의 공간이 있는 걸 알게 되었고 어릴 때부터 글쓰기에 뭔가 가슴이 뛰었던 내게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게 해 준 용기를 주었다.
잠이 안 오던 어느 날 밤 그렇게 별생각 없이 머리에 생각난 것을 30분 적었나.
며칠 후 작가가 되었다는 말에 너무 기뻤다.
나와 마찬가지로 회사 생활에 지쳐있는 나의 여직원 동료들에게 수줍게 작가의 말을 꺼냈고 지쳐있던 그들도 나를 격렬하게 축하해주었다.
공감과 위로는 사람을 살리기도 변화시키기도 하는 큰 힘이 있다. 글로 다른 사람에게 숨구멍을 만들어줄 수 있다면 그 얼마나 멋진 인생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