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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낭아 Jan 05. 2022

1. 한무제와 동방삭의 대화

(듕국에 빼앗긴 우리신화와 역사 되찾기)



기원전 110년 7월의 어느 날, 한나라 무제는 상시랑 동방삭을 궁으로 불러들였다.

동방삭은 평원군 염차현 출신으로 성은 장씨였다. 어렵게 관직에 올랐으나 제대로 기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하여 서왕모의 복숭아를 훔쳐 먹고 도망 중이라 재능을 드러내면 안된다는 말을 하곤 하였는데, 무제의 귀에도 들어갔던 것이다. 무제는 흉노를 몰아낸 후로 방종한 생활을 즐기던 터라 불로장생에 부쩍 관심이 생겼다.

“신, 태중대부 폐하의 부르심을 받았사옵니다.”

“태중대부, 그대가 신선들의 도에 일가견이 있다하여 불렀네. 주나라 목왕은 서왕모를 만나 요지연(瑤池宴)에 초대되었다지? 자네가 삼천년을 살았다니 서왕모를 만나게 주선을 좀 해 주게.”

무제의 명에 동방삭은 몹시 당황했다.

“소신에게 명을 내리시니 서왕모께 청을 올려 보겠습니다만, 과연 서왕모께서 수락하실지 의문입니다.”

“어찌 그리 자신 없는 말을 하는가?”

“소신과 서왕모의 악연 때문이지요.”

“경이 천계의 복숭아를 훔쳤다는 그 소문과 관련이 있던가? 짐도 그것이 궁금하던 차였네.”

“그렇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자면 밤을 새워야하는데, 들으시겠습니까?”

“여기 향이 좋은 차가 있으니 밤을 새워 이야기 듣는 들 어떠한가? 이야기 해 보게.”

무제의 허락에 동방삭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한동안 찻잔을 들여다보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아직 곤륜 하늘이 생성되기 전이었습니다. 하늘뫼(天山)에 환국이 있었습니다. 환국의 통치자 환인에게는 여러 명의 아들이 있었지요. 그 중의 한 아들인 환웅이 신시(神市)를 열었습니다. 신시가 바로 지상을 다스리는 천계이지요. 환웅은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를 거느리고 지상에 배달국을 세워 곡(穀), 명(命), 병(病), 형(刑), 선(善), 악(惡) 등 무릇 인간의 360여 가지 일을 맡아서 세상을 다스렸습니다. 그러자 환인을 모시던 술사 반고가 자신도 지상에 나라를 열고자 청하였습니다. 환인이 허락하니 반고는 공공, 유소, 유묘, 유수와 함께 삼위산 납림으로 내려갔습니다.”

“오호라, 반고와 공공이라......... 그분들이 곤륜의 하늘을 여신 분들이렷다.”

무제가 익숙한 이름을 듣자 반색을 하였다.

“그렇기는 하지요. 그건 차차 말씀 드리겠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환국에 남아있던 환웅천제의 아우 이묵이 찾아와 신시의 일을 돕고자 청하였습니다. 환웅천제는 이묵에게 서천구역을 맡겼습니다. 하지만 서천구역을 개척하는 일에 싫증 난 이묵은 천제의 자리를 탐했습니다. 그때 발견한 것이 황금천도밭이었습니다. 황금복숭아는 신시 천신들의 불사약으로 삼천년에 한 번 열매를 맺기 때문에 관리감독이 매우 엄격했습니다. 황금천도밭을 관리하는 도감관 왕모(王母)는 성격이 매우 깐깐해서 이묵도 어찌 해 볼 수가 없었지요. 이묵은 복숭아밭 밭지기인 저를 꼬드겼습니다.  일개 밭지기인 저는 천제 아우의 말을 믿고 황금복숭아를 훔쳤고, 우리는 그것을 맛있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소신은 그 일이 얼마나 큰일인지 알지 못하였지요. 화가 난 천제는 이묵을 추포하라 명하였습니다. 그리고 도감관 소임을 게을리 한 죄로 도감관 왕모는 서쪽으로 유배되었고 소신은 삼천년 동안 도망 다니는 신세랍니다.”

“허허 그런 일이 있었던가? 그런데 왕모는 유배자 신세에서 어찌 아름다운 여신이 되었는가?”

무제가 한 층 더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동방삭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대답했다.

서쪽 곤륜산에 유배 된 서왕모(西王母)는 헌원을 도와 곤륜하늘을 열게 하고 여신의 지위를 받은 것입니다.”

“그런 내막을 알고 있는 것을 보니 태중대부가 오래 살았다는 소문이 맞는 말인가 보네. 곤륜하늘과 헌원제의 연원에 대해 들려주게나.”

“그 이야기를 하려면 치우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합니다. 천자의 신분에서 도깨비로 전락한 사연 말입니다.”

“치우가 천자였다니? 치우는 헌원제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패배한 동이의 장수 아니던가?”

무제가 놀라 되물었다. 동방삭은 잠시 난처한 표정을 짓고 주위를 살피더니 사관이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소리로 대답을 이었다.

“신화에는 그리 전해져오고 있습니다만, 이는 ‘주술의 붓’에 의해 고쳐진 것입니다.”

“주술의 붓이라? 그런 것도 있는가?”

“예, 그것에 대해서도 잠시 후에 설명을 올리겠습니다. 우선, 치우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단군의 조선을 이은 동이의 부여땅에는 전해져 오는 신화가 있습니다. ‘천지왕과 쇠멍에장자(수명장자)’의 전쟁이야기 말입니다. 실은 치우와 유망의 전쟁이야기랍니다. 유망은 헌원의 선조이지요.”

동방상은 옆에 놓인 보자기를 풀어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아이 머리통 만 한 옥구슬이 있었다.

“이 야광주가 폐하와 소신을 오랜 옛날로 데려 갈 것입니다.”

야광주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찌나 밝은지 두 사람의 모습이 하얀 빛 속에 묻혔다.


(이 장면이 생뚱맞아 보일 수 있겠지만, 문헌의 기록에 근거한 설정입니다.

동방삭은 실제 전한시대의 사람인데 성은 장씨이고 자는 만천(曼倩, BC.154년 ~ BC.93년)으로  탁월한 처세가였다고 합니다. - 인터넷 중국인물사전 참고

<<한무고사>>, <<박물지>>에 한무제와 서왕모가 만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고, 서왕모가 동방삭에게 복숭아 훔친 일을 나무라는 장면이 있다고 합니다.

서왕모를 ‘신시의 천신이었다가 유배’ 되었다고 설정한 것은 <<산해경>>에 "서왕모는 사람처럼 생겼지만 표범꼬리에 호랑이이빨이 있고 울음소리를 잘 냈고 머리는 봉두난발에 옥비녀를 꽂았다." 라는 구절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후대로 갈수록 서왕모는 차츰 아름다운 여신으로 신화의 내용이 변한다합니다. - <<김선자의 이야기중국신화>> 참조 )




https://hellena2188.upaper.kr/content/1148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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