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낭아 Jan 10. 2022

4. 천자 치우-귀신 붙은 검

자오는 고개를 흔들며 진드기처럼 따라붙는 형제들을 달고 산을 넘었다. 골짜기 아래가 짙은 안개에 덮여 있어 한 치 앞도 분간 할 수 없었다. 한나절을 해맨 끝에 불에 그슬린 흙을 발견하였다. 그슬음이 짙어지는 쪽으로 더듬어 드니 움푹 팬 구덩이 안에 시커먼 돌이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별똥별이 꺼졌잖아.”

비가 실망하며 별똥별에 다가갔더니 불에 그슬린 바위에 칼 한 자루가 꽂혀있었다.

“우와 멋진 칼이다. 그런데 바위에 꽂힌 칼이라니. 쇳물을 부을 때 거푸집이 터졌나?”

비가 칼을 뽑으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비는 양손으로 칼을 당기다가 무언가를 보고 놀란 듯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하하, 비 너는 아직 어리구나.”

망량이 놀리며 칼자루에 손을 대더니 두 팔로 얼굴을 막으며 엎어졌다.

“얘들이 왜 이래? 하나는 뒤로 넘어지고 하나는 앞으로 넘어지고.”

이매는 두 아우가 장난을 치는 줄 알고 칼에 손을 댔다가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커다란 괴물이 삼킬 듯 덤벼드는 것이었다.

“손 대지마!”

자오가 칼에 다가는 것을 보고 소리쳤다.

“이매 너까지 왜 그래?”

“돌아가자. 귀신들린 칼이야. 그걸 뽑았다가는 다 죽고 말거야.”

“자오 형, 그만 돌아 가. 괴물의 발톱이 곡괭이보다 커. 찍혔다가는 머리가 깨질 거야.”

비가 자오의 손을 잡아끌었다.

자오는 심상치 않은 칼이라 여겨졌지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칼이 자꾸만 붙드는 것 같았다. 하늘에서 불덩이로 떨어진 칼을 보고 그냥 갈 수는 없었다.

“너희들은 멀리 떨어져 있어.”

자오는 비를 먼저 구덩이 바깥으로 내 보내고 칼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칼은 정말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자오는 한 쪽 다리를 바위에 대고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바위 안에서 시퍼런 연기가 훅 솟구치더니 용의 형상이 되어 자오의 얼굴을 향해 다가왔다. 자오는 얼굴을 옆으로 돌렸지만 칼을 놓지는 않았다. 용의 형상은 자오의 몸을 훑고 지나 다시 자오의 정면에 섰다. 시퍼런 연기가 훑고 지나간 얼굴이 냉기로 얼어붙는 것 같았다. 시퍼런 연기가 짙어지더니 하늘로 솟구쳤다. 구름에 닿을 듯 몸을 부풀려 소리를 질렀다. 자오는 귀가 터질 것 같았다. 용의 형상은 자오를 향하여 화살처럼 내리꽂혔다.

‘그냥 연기 일 뿐이야.’

자오는 칼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순간 자오의 아랫배가 뜨거워졌다. 불덩이가 몸을 태울 듯 뱃속에서 요동을 쳤다. 자오의 얼굴로 내리꽂히던 용의 형상이 급작스럽게 방향을 바꾸더니 바닥에 뒹굴었다. 분한 듯 자오를 노려보더니 시퍼런 연기가 되어 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쩡! 바위가 두 동강이 났다. 어느새 칼은 자오의 손에 들려있었다. 검푸른 칼이 김을 내뿜고 있었다.

이매와 망량은 떨어지는 턱을 받히지도 못 했다. 비가 두 형제를 향해 으쓱해 보이더니 달려 와 칼을 만져보았다.

“이리 줘봐.”

비가 칼을 쥐고 휘둘러보더니 실망하여 말했다.

“무슨 칼이 이래? 무게 중심이 형편없어.”

이매도 칼을 휘둘러보더니 칼을 바위에 내리쳤다. 칼은 부러지지도 이빨이 나가지도 않았다.

“무게 중심이 손잡이 쪽에 몰려있어 아무런 타격도 줄 수 없는 칼이야.”

이매는 칼을 자오에게 휙 던졌다. 자오는 칼을 붙잡아 말없이 걸었다. 아이들의 말이 모두 옳기 때문에 무어라 대꾸 할 것이 없었다.

날이 저물어 야영을 해야 했다. 불가에 둘러앉아 말린 고기를 씹으면서도 자오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단한 것을 찾을 듯이 왔건만, 조악한 칼 한 자루 건진 것이 동무들 보기 민망했다.

형제들이 떠드는 소리가 아득히 멀어지나 싶더니 깜빡 졸았던 모양이다. 웅웅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더니 아이들은 어느새 잠들어 있었고 모닥불도 꺼져가고 있었다. 불속에 나무를 넣고 일어서는데 무릎에서 칼이 떨어졌다. 칼을 집어 들었더니 흙이 붙어있었다. 칼이 땀을 흘리고 있는 게 아닌가? 웅웅거리는 소리가 칼에서 난건가? 자오는 꺼림칙하여 칼을 불에서 멀리 던져놓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5. 천자 치우 - 전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