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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낭아 Jan 12. 2022

5. 천자 치우 - 전쟁

다음날 부지런히 걸어 마을이 보이는 언덕에 올라서니 마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밥때가 아닌 데 여기저기 연기가 피어오르고 가축들이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아이들은 언덕을 달려 내려갔다. 집들은 모두 불에 탔고 마을 사람들은 죽어있었다. 무너진 지붕 아래에 깔려 있는 신괴를 발견했다.

“신괴,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유망의 군대가 들어와 마을 사람들을 죽이고 무기들을 죄다 쓸어갔다.”

신괴의 눈동자는 텅 비어 아무것도 담지 못했다.

“달래는, 달래는 어찌 되었느냐?”

자오는 피투성이인 신괴의 멱살을 흔들며 물었다.

“마을 여자들을 붙잡아 갔다.”

자오가 뒤쫓아 가려 벌떡 일어서자 신괴가 옷자락을 붙잡았다.

“이 아래를 열어보아라.”

신괴가 몸을 움직여 비켜 준 곳에 거적이 덮여 있었다. 거적을 치우고 나뭇가지들을 걷어내니 구덩이가 나왔다. 그곳은 무기를 숨겨두는 장소였다. 구덩이 안에서 신괴의 동무들이 올라오더니 신괴에게 화를 냈다.

“함께 싸우게 둘 것이지 이곳에 가두어 비겁하게 살아남게 하였느냐?”

“비겁하게라도 살아남았으니 잡혀 간 사람들을 구하러 갈 수 있지 않겠느냐?”

신괴가 동무들에게 소리쳤다.

“신괴 말이 맞다. 우리가 살아남았기에 기회가 남아있는 것이다. 가족들을 구하러 가자.”

하고 자오가 끼어들었다.

“신괴, 걸을 수 있겠느냐?”

신괴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오와 신괴의 동무들은 무기저장고에서 꺼낸 무기들로 무장을 하고 길을 나섰다.


땔나무를 마련하고 사냥하며 뛰어다니던 산길이라 눈 감고도 훤한 길이었다. 반달이 떠올라 더욱 선명하게 비추어 주었다. 게다가 무기를 실은 수레가 선명한 흔적을 남겨놓았다. 빠른 걸음으로 유망의 군대를 따라잡으니 마을 여자들이 한 줄로 묶여 끌려가고 있었다.

신괴는 바위 아래 그늘에 들어가 부싯돌을 탁탁 두드렸다. 달래는 어렸을 때부터 신괴에게 길 읽는 법을 배웠다. 평원을 이동할 때는 주변의 바위 하나라도 잘 기억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래서 주변의 지형지물을 살피던 달래는 신괴가 일으킨 불꽃을 발견했다.

달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넘어졌다. 달래가 넘어지니 앞뒤의 사람들이 딸려 넘어졌다.

“일어 나!”

병사가 채찍을 휘둘렀다. 가까스로 일어 선 달래의 손에 작은 칼이 쥐어져 있었다. 발 빠른 망량이 길가에 숨어 있다가 소란 틈에 던져 준 것이었다. 달래가 다시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신괴는 산 반대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름길로 앞질러 가서 협곡에서 길을 막자.”


협곡에 도착 한 유망의 부하 장수 호우랑은 군대를 멈춰 세웠다. 바위가 굴러 떨어져 길이 막혀있었기 때문이었다.

“매복이다!”

호우랑은 칼을 뽑아 들었다. 졸음에 겨워 걷던 군사들이 화들짝 놀라 주위를 경계하였다.

달래는 줄에 묶인 마을 사람들을 벼랑에 바싹 붙어서게 했다. 벼랑 위에서 불붙은 마른풀 뭉치가 떨어져 협곡 안을 환하게 했다. 그와 동시에 화살이 군사들의 몸을 하나하나 꿰뚫었다. 이에 놀란 황소가 펄쩍펄쩍 뛰니 수레 위의 무기가 쏟아졌다. 그 사이 달래는 칼로 줄을 끊고 협곡을 막은 바위틈으로 마을 사람들을 이끌고 도망쳤다.

호우랑의 퇴각 명령 소리가 들려왔다. 군사들이 협곡을 되돌아 나가는 줄 알았는데, 몇 명은 벼랑 위로 올라오는 것이었다.

“흩어져!”

자오와 형제들은 서둘러 도망쳐야 했다. 겨우 추격병을 따돌리고 협곡으로 돌아오니 수레가 없었다.

“놈들이 수레를 끌고 가 버렸어. 내 손으로 키우던 소라 차마 활을 쏘지 못하였더니.........”

“놈들은 늪지대로 향했을 것이다. 그곳은 진흙탕이니 수레가 지나기 힘든 곳이니 그곳에서 치자.”


한편, 호우랑은 늪지대 입구에서 군사들을 멈춰 세워야 했다.

“갈대를 베어 수레 길을 만든다.”

군사들은 갈대를 베느라 흩어졌다. 소가 수레를 끌고 늪지 중간쯤 들어섰을 때 신괴 일행이 도착했다.

“소를 죽이면 수레는 꼼짝 못 한다.”

“내 손으로 처리하겠다.”

신괴가 소를 향해 화살을 메겼다가 이내 활을 내렸다. 싸맨 상처가 터져 활줄을 당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자오가 신괴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내가 할게.”

하고 화살을 당겼다.

“한 번에 보내주어라.”

신괴가 당부했지만, 소의 급소를 맞추기에는 각도가 안 맞았다. 화살은 소의 멱에 맞았고, 놀란 소가 몸을 뒤채었다. 그 사이로 보이는 급소를 향해 화살 한 대를 더 날려 숨통을 끊어주었다. 소가 쓰러지자 신괴는 고개를 돌렸다.

호우랑의 군사들이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진흙탕에 발이 빠져 느린 걸음이었지만, 수십 명의 군사를 상대하기에는 아직 약한 청년들이었다. 미처 빠져나가지 못해 붙잡힐 상황이었다.

그때 측면에서 북소리가 나며 군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군대의 선두에 천자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배달의 군대가 왔다!”

신괴가 깃발을 알아보고 소리쳤다.

배달의 군대가 쏘아대는 화살에 호우랑의 군대는 전멸 하다 시피 쫓겨 갔다.


천자의 군대 백인대장이 자오와 신괴의 형제들을 불렀다.

“너희들이 저들을 상대했더냐? 용맹하구나. 이름이 무엇이냐?”

“갈로산 아래 야철 마을의 신괴라 합니다. 이들은 저의 형제들입니다. 저희들도 배달의 군대에 넣어주십시오.”

“신괴라고 하였느냐? 좋다. 너를 내 휘하의 십인대장으로 임명하니, 형제들을 이끌고 참전하라.”

“명 받잡습니다!”


백인대장의 군대는 소규모 전투를 하며 전진하여 천자의 본대와 합류하였다. 자오는 멀리서 천자의 수레를 보며 가슴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천자께서는 총명부인을 기억하실까? 우리 형제가 태어난 것을 아시기나 할까?’

“정신 차려!”

이매가 자꾸 뒤를 돌아보는 자오의 등을 쳤다.

앞에는 어느새 유망의 반란군이 도열해 있고, 동맹 부족의 깃발들이 좌우에서 휘날리고 있었다. 쇠멍에를 벗은 유망은 기세가 등등하여 배달의 군대에 도발하였다.

“놈들은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싹 쓸어버려라.”

배달의 장수가 명을 내리자 기마부대가 달려 나갔다. 전방의 부족이 기마부대에 깨지자 유망의 동맹군들은 대열이 깨지면서 흩어졌다. 기마병들이 도망가는 반란군을 쫓아갔다. 그 뒤를 보병들이 달려들어 반란군을 밀어냈다.

“우리도 나가자.”

한껏 들뜬 신괴가 외치자 동무들이 달려 나가려 했다.

“기다려! 천자의 입술이 비었어.”

자오의 말에 신괴는 의아해했다.

“반란군이 저렇게 쉽게 도망치는 것이 수상해. 우리 군대를 흩으려는 전략이야. 우리는 천자를 지켜야 해.”

그제야 신괴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오른쪽 늪지대에서 매복군이 달려오고 있었다. 근위대가 그들을 막으려 집중하는 사이 흩어졌던 반란군이 왼쪽으로 돌아들어 왔다.

“천자를 지켜라!”

신괴가 창을 휘둘러 적들을 베어나가자 비와 형제들이 뒤따랐다. 남은 근위대가 천자의 수레를 움직여 후퇴를 하는 동안 신괴와 자오와 형제들은 뒤를 막아섰다.


자오는 아까부터 배꼽 아래가 뜨거웠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화살이 떨어져 별똥별에서 얻은 검푸른 칼을 뽑아 들었지만, 무게 중심이 손잡이에 몰린 칼에서는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베는 힘은 포기하고 찌르기만으로 적을 공격하기로 했다. 앞으로 달려 나가려 했지만 아랫배가 뜨거워 주저앉을 것 같았다. 단전이 뜨거울수록 칼이 제멋대로 날뛰었고 손잡이는 얼음보다 차가웠다. 아우들이 귀신 붙은 칼이라고 했던가?

자오는 칼을 땅에 박아 눌러두어야 했다. 칼이 박힌 땅에 얼음이 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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