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바이브 코딩 도전기 – 산다가계부 제작기2
5월 30일, 혼자서 6주만에 만들었던 산다가계부를 앱스토어에 출시했다.
그리고 브런치와 링크드인에 제작 과정을 공유했다. 반응은 내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다. 링크드인에서는 좋아요 795개, 댓글 46개, 공유 30개가 달렸다. 이외에도 여러 커뮤니티로 글이 퍼져 나갔고 응원도 정말 많이 받았다. 덕분에 마케팅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6월 한 달 다운로드 수가 159개까지 올라갔다.
앱 내 문의 채널로 “이런 기능이 있으면 좋겠어요” 같은 메시지가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제야 ‘아, 사람들이 진짜로 쓰고 있구나’라는 실감이 났다.
6월 26일 첫 업데이트를 배포하면서 사고가 났다. 사용성 개선과 믹스패널 연동을 포함한 버전이었다.
새벽에 심사를 올리고 잠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기존 사용자 데이터가 사라졌다는 문의가 와 있었다.
문제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어디까지 건드려도 되는지, 지금 이 상황을 내가 해결할 수 있는지조차 확신이 없었다. 가장 답답했던 건 문제가 터진 영역을 내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그 원인을 찾는 과정마저 전부 AI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주변 개발자에게도 물어봤지만 결국 이미 사라진 데이터는 복구시킬 수 없었다.
사과와 함께 기프티콘이라도 보내겠다고 연락을 드렸고,돌아온 답변은 예상 밖이었다.
“기프티콘은 괜찮고, 좋은 서비스 만들어줘서 고맙습니다.”
그 말을 읽고 나서야 숨을 한 번 고를 수 있었다. 감사함과 함께, 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분명해졌다.
사고 이후 가장 먼저 떠올린 건 DB 연동이었다. 로컬 데이터 방식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처럼 느껴졌고,
비슷한 일이 다시 생길 것 같아 계속 마음에 걸렸다. 가입 없이 바로 지출을 입력할 수 있는 구조는 유지하면서, 로그인 시점에만 Supabase로 마이그레이션하는 방식을 설계했다.
기기 변경, 동시 수정, 데이터 충돌까지 고려하다 보니 안정성을 챙길수록 작업 속도는 느려졌다.
며칠 작업하다가 롤백하고, 다시 시도했다가 또 막히고. 그 사이 앱 업데이트는 자연스럽게 밀렸다.
7월에는 회사에서 팀 이동이 있었고, 일의 우선순위도 다시 정리해야 했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이전처럼 몰입하기보다는 남는 시간 안에서 가져가게 됐다.
이 과정을 거치며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했다.
하나는 디자이너도 안정성을 챙길 수 있다는 걸 끝까지 검증해보는 것이었다. AI의 가능성도, 디자이너의 역할도 여전히 낙관적으로 보고 있었고 그 믿음 자체는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지출 중심 가계부라는 가설이 실제로 의미 있는지 더 빠르게 확인하는 것이었다.
점점 업데이트가 밀리는 것을 보면서 제한된 시간속에서 두 가지를 모두 가져가는 건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무엇을 선택할지 결정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남아있는 사용자였다. 거의 개선을 하지 못했던 4개월 동안에도 주간 활성 사용자는 평균 20.8명, 그중 실제로 지출을 입력한 사용자는 평균 11.2명이었다. 특히 10일 이상 연속으로 기록한 사용자가 4명 있었다. 가계부라는 서비스 특성을 생각하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실험해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리스크를 사용자에게 지게 할 수는 없고, 안정성을 포함한 모든 기술적 판단을 내가 전부 이해하고 책임지는 건 이 시점에서는 효율적인 선택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런 고민끝에 나보다 안정성을 더 잘 챙길 수 있는 사람과 함께 가는 쪽을 선택했고, 12월 20일부터 지인 백엔드 개발자와 함께하고 있다.
효율성 측면에서 만족도가 정말 높다. 함께 하고 있는 개발자도 앱 개발 경험은 없지만 Claude Code를 굉장히 능숙하게 활용하다보니 필요한 기능들을 빠르게 구조화해서 구현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걸 보면서 이해를 바탕으로 쓰느냐가 결과를 만든다는 걸 다시 느꼈다. 확실히 바이브 코딩도 개발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될수록 임팩트가 커진다.
지금은 마케팅을 직접 돌려보며 다음 개선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사용자가 처음 유입된 뒤 어떤 행동을 하는지,그중 어떤 행동을 한 사용자가 더 오래 남아 있는지를 하나씩 살펴보고 있다. 키워드와 금액을 바꿔가며 지표를 들여다보는 과정도 생각보다 재미있다.
광고비를 조정하자마자 유입이 바로 반응하는 걸 보면,
지표라는 게 참 솔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디자이너도 안정성을 챙길 수 있다고 여전히 믿고 있고, AI로 시도해볼 수 있는 영역도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그 믿음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비슷한 결로, 회사에서는 반복 업무를 줄이기 위한 피그마 플러그인을 만들고 있다. 실무에서 바로 쓰이는 도구를 직접 만들어보는 경험도 꽤 흥미롭다.
이 글은 바이브 코딩이나 AI의 한계를 이야기하려는 기록이라기보다는, 그 가능성을 전제로 두고 지금의 목표에 맞는 선택을 정리한 기록에 가깝다. 혼자서 끝까지 해보는 선택도 충분히 의미 있었고, 실제로 그 가능성을 확인해보고 싶어서 시간을 더 쓰기도 했다.다만 내가 검증하고 싶었던 방향, 쓸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이미 이 앱을 쓰고 있는 사용자들을 함께 고려했을 때 지금의 선택이 더 맞다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올해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는 내 가능성을 미리 한계 짓지 않고 직접 시도해본 일이었다고 생각한다.내년에는 이 경험들을 바탕으로 더 큰 임팩트를 만들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 있기를 기대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산다가계부는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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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