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착한마녀 Sep 18. 2024

서주희 헤어

-눈으로만 봐주세요

입구가 어디인지 찾기 힘들 만큼 미용실 앞에 많은 화분들이 있었다. 그중 한 식물에 눈길이 끌렸다. 간판을 찌를 듯 풍접초 한 가지가 높이 팔을 뻗고 있다. 손님을 향해 반갑게 손짓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 옆의 보라색 꽃을 피운 가지도, 자그마한 열매를 맺기 시작한 고추도, 그 손짓에 맞추어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네는 것 같다. 빨래 건조대에 걸려있는 분홍색 수건과 노란색 주차선, 그 앞에 새침하게 서 있는 안전고깔.

 모든 것들이 식물들과 어우러져 미용실과 주변 골목길을 화사하고 경쾌하게 만들어 주었다. 한 발짝 물러서서 이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환상적으로 어울리는 오케스트라다.

      

<화초 가지고 가지 마세요. 제발 부탁해요!> 라는 벽에 붙어 있는 글귀가 보였다. 누가 봐도 식물 주인의 애타는 마음이 온전히 전해졌다.

 미용사님 대신해서 식물을 욕심내는 이에게 외쳐주고 싶었다.      


“제발 눈으로만 봐주세요. 눈으로는 얼마든지 훔쳐가셔도 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