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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선아 Nov 16. 2023

태몽 찾으러 왔어요 4

4. 부모님 만나기     



 성운이는 툴툴거리며 구름 땅 위를 걸었어요. 아장아장 걷는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지요. 흡입기도 없어 불안했어요.

 성운이는 천천히 걸었어요. 자칫 숨이 가빠지면, 안 되니까요. 하지만 해가 지기 전에 태몽을 찾으려면 서둘러야 할 것도 같았어요. 

 성운이는 급한 마음을 안고 총총총 걸었어요. 사방은 온통 뿌예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았어요. 바람도 한 점 불지 않았고요. 누구라도 만나 길을 묻고 싶은데 하얀 세상에는 성운이 혼자였어요.

 한참을 걷다 보니 서서히 안개가 걷히고 커다란 구름 성이 나타났어요. 성운이와 같은 모습을 한 아이 둘이 성문을 지키고 있었지요.

 “빨리 오십시오.”

 “곧 문이 닫힙니다.”

 성문 앞에 선 아이 둘이 외쳤어요. 성운이는 조금 서둘러 뛰어가 성문 안으로 들어갔어요. 

 성안 넓은 마당에는 아이들이 가득했어요. 아이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요. 그때 마당 한가운데에 커다란 회오리가 일었어요. 아이들이 우르르 회오리 주변으로 몰려갔어요.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첫 번째 순서, 부모님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어디에선가 울려 퍼진 목소리에 아이들은 회오리를 중심으로 커다란 원을 만들었어요. 성운이도 아이들 틈에 끼어들었지요. 잠시 뒤, 한 아이가 소용돌이 앞으로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갔어요. 아이는 회오리 안으로 손을 쑥 집어넣었어요. 그러자 구름 회오리가 알록달록한 색으로 바뀌었지요. 아이는 무언가를 찾는 듯이 한동안 팔을 위로 아래로 움직이고는 손을 뺐어요. 아이의 손에는 초록색 실이 쥐여 있었고 회오리 색도 초록빛으로 변했어요. 초록빛 회오리에는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초록색 실을 하나씩 잡고 뱅글뱅글 돌며 춤을 추고 있었어요. 두 분의 표정은 밝고 행복해 보였어요. 아이는 초록색 실을 잡고 아주머니와 아저씨를 따라 회오리 주변을 크게 열 바퀴 돌았어요.

 “부모님이 결정됐습니다. 축하합니다.”

 다시 들린 목소리에 아이는 멈춰 서 부모님을 바라봤어요. 그리고 두 손을 가슴에 올렸어요. 들고 있던 초록색 실이 아이의 몸속으로 들어가더니 곧 심장이 콩콩 뛰기 시작했어요. 

 회오리 주변에 모인 아이들은 조금 전 아이와 같이 회오리 속에서 실을 잡고 부모님을 만났어요. 똑같은 실은 하나도 없었어요. 색도 굵기도 모두 달랐지요.

 “더 지원자가 없습니까?”

 아무도 앞으로 나서지 않자, 회오리는 서서히 사라졌어요. 

 성문 밖으로 나온 아이들은 두 갈래 길로 갈라졌어요. 가만히 보니 엄마 아빠를 정한 아이들과 부모님을 정하지 않은 아이들이 양쪽으로 갈라져 가고 있었어요. 부모님을 정한 아이들의 몸에서는 아이들이 뽑은 실 색깔과 같은 색의 빛이 심장으로부터 은은하게 뿜어져 나왔어요. 성운이는 부모님을 정한 아이들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갔어요.

 성운이는 걸어가면서 생각했어요.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서 부모님을 만나는 시간이라고 했었지? 그러면 저 아이들이 인간 세상에 태어나는 아이인가? 그렇다면 나도 저렇게 엄마 아빠를 만난 걸까?’

 성운이는 분명히 그렇다고 생각했어요. 자기는 어떤 색깔의 실을 뽑고 엄마 아빠와 춤을 추었을지 궁금했지요. 그러면서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 졌어요. 빨리 태몽을 찾아서 엄마 아빠한테 달려가고 싶었어요. 

 태몽이 생겨 건강해지면 가장 먼저 아빠하고 축구부터 할 거예요. 엄마하고도 신나게 달리고요. 민찬이보다 축구도 더 잘할 거예요. 성운이는 건강해진 모습을 상상했어요. 생각만으로도 행복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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