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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선아 Nov 16. 2023

태몽 찾으러 왔어요 9

9. 인간이야     




 호랑이가 성운이 앞으로 다가왔어요. 그러고는 두껍고 커다란 앞발을 들어 올렸어요. 성운이는 무서운 마음에 두 눈을 질끈 감았어요. 뚝, 하고 고여있던 눈물이 떨어졌어요. 호랑이는 발톱을 세워 떨어지는 눈물을 냉큼 받아 입으로 가져갔어요.

 “어떠냐?”

 “그것이 맞는고?”

 두 재판장이 호랑이에게 답을 재촉했어요. 호랑이는 두 눈을 감고 혀를 날름거리며 천천히 맛을 음미했어요. 

 “네, 눈··· 눈물이 맞습니다.”

 “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너, 누··· 누구냐?”

 두 재판장이 눈 깜짝할 사이에 성운이 앞에 섰어요. 구름 계단에 앉은 동물들과 아이들, 호랑이와 독수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듯 우왕좌왕했지요. 공작도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성운이를 봤어요. 

 “너, 인간이냐?”

 초승달 모양 모자를 쓴 재판장이 엄하게 물었어요. 

 성운이는 아프지 않으려고 태몽을 찾으러 왔다고 인간 세상에서 왔다고 말했어요. 어차피 도둑으로 몰려 집으로 갈 수도 없으니 인간 세상에서 온 걸 말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지요. 

 “아니, 어떻게 인간이 이곳까지 올 수 있느냐?”

 “누가 너를 데려왔느냐?”

 두 재판장은 성운이 혼자 이곳까지 올 수 없다고 생각하고 물었어요. 성운이는 혼자 왔다고 우겼지요. 괜히 삼신할머니까지 곤란하게 만들 수는 없었어요. 

 광장은 다시 시끄러워졌고 두 재판장은 인간 아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어요. 

 그때 삼신할머니가 왔어요. 두 재판장과 광장에 있는 모두가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여 삼신할머니를 맞았지요. 성운이는 삼신할머니께 이곳에 오면 안 된다고 손짓했어요. 삼신할머니는 빙그레 웃기만 했어요.

 “삼신할머니께서 이 재판장까지 어인 일이신가요?”

 초승달 모양 모자를 쓴 재판장이 물었어요. 삼신할머니는 성운이 옆에 서서 말했어요.

 “두 분 재판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사실은······.”

 삼신할머니는 하나도 거짓 없이 말했어요. 그러자 광장은 다시 시끄러워졌어요.

 “죄송합니다. 제가 인간 아이를 데리고 오는 바람에 시끄럽게 됐습니다.”

 성운이는 걱정됐어요. 괜히 삼신할머니가 자기 때문에 벌을 받을까 봐요.

 “재판장님, 삼신할머니는 죄가 없어요. 제가 몰래 따라왔어요. 그러니까 삼신할머니를 벌주지 마세요. 제발요.”

 성운이가 나서서 외쳤어요. 

 “네 말대로 삼신할머니는 죄가 없다.”

 “하지만 이 일을 어찌 해결하면 좋단 말이냐.” 

 두 재판장은 다시 머리를 맞댔어요. 광장은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어요.

 “제가 만든 문제이니 제가 해결하지요.”

 침묵을 깨고 삼신할머니가 나섰어요.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겁니까?”

 머리에 반달 모양 모자를 쓴 재판장이 물었어요.

 “이 아이는 자기 태몽이 궁금해서 왔습니다. 태몽 터널에서 태몽을 확인하고 바로 인간 세상으로 갈 수 있게 하겠습니다.”

 “아하, 태몽 터널! 그곳에 저 아이의 태몽이 있습니까?”

 “네.”

 순간 성운이는 삼신할머니가 원망스러웠어요. 자기 태몽이 있는 곳을 알면서 모른다고 딱 잡아뗀 거잖아요? 처음부터 태몽이 있는 곳을 알려줬다면 자기가 태몽 도둑으로 몰리는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죠.

 “그나저나 태몽을 찾아 여기까지 오다니 대단하구나.”

 “그 마음이면 세상에서 못 할 게 없겠군. 아픈 것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겠어.”

 두 재판장이 성운이를 보고 말했어요. 그러자 삼신할머니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끄덕였지요. 

 두 재판장은 삼신할머니께 성운이를 무사히 인간 세상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하고 사라졌어요. 구름 계단에 있던 아이들과 동물들도 각자 집으로 돌아갔고요. 

 공작과 장미꽃 아이가 성운이에게 다가왔어요.

 “정말 미안해. 장미꽃을 꺾으려 해서.”

 성운이는 장미꽃 아이에게 다시 한번 사과했어요. 아이는 사과를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살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네 태몽이 무엇일지 나도 궁금해. 아주 특별한 태몽일 것 같아. 그리고 태몽을 찾겠다고 여기까지 온 걸 보니 태몽이 무엇이든 너는 그보다 더 특별하고 멋져.”

 성운이는 얼굴이 붉어졌어요. 힘껏 달렸을 때보다 심장이 더욱 쿵쿵쿵 뛰었지요. 

 “널 의심해서 미안해.”

 이번에는 공작이 성운이에게 사과했어요.

 “아니야. 내가 이상했으니까 당연히 의심한 거지.”

 성운이는 공작이 자기를 의심한 건 당연한 거로 생각했어요.

 “꼭 네 태몽을 찾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고마워. 인간 세상에 오면 친하게 지내자.”

 장미꽃 아이와 공작은 성운이를 안고 인사했어요. 그리고 마을로 돌아갔지요. 

 이제 삼신할머니와 공작만 남았어요. 성운이는 바로 삼신할머니께 따졌어요.

 “제 태몽이 터널에 있다고요? 왜 처음부터 알려주지 않으셨어요? 이곳에 오자마자 태몽이 있는 곳을 알려주셨으면 제가 도둑으로 몰리지도 않고 인간이라는 것도 들키지 않았을 거 아니에요.”

 “화내고 있을 시간이 없어. 저기 보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삼신할머니는 대답 대신 지는 해를 가리키며 말했어요. 해가 이마만큼 남아 있었어요. 성운이는 고개를 되돌려 삼신할머니를 봤어요. 삼신할머니는 바로 번개 모양 창을 내밀었어요.

 “이 길로 쭉 가면 얼음산이 나온단다. 그 산꼭대기에 태몽 터널이 있어. 그곳에 가면 네 태몽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거다.”

 이번에는 삼신할머니가 태몽이 있는 곳을 친절하게 알려줬어요. 성운이는 더는 따질 수 없었지요.

 “알겠어요. 그런데 태몽 터널이 여기서 멀어요?”

 “서둘러야 할 거야. 여기까지 왔는데 네 태몽은 보고 가야 하지 않겠니?”

 삼신할머니는 다른 말만 하고 순식간에 사라졌어요. 

 “또 사라지셨어.”

 성운이는 투덜거리며 태몽 터널이 있는 얼음산을 향해 뛰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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