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의한 모니터링과 매니지먼트
AI의 시대: 고용 감소에 대한 우려, 단지 그것뿐?
AI의 발전에 관한 우려 중 하나는 "AI에 의한 고용 감소 효과가 새로운 고용의 창출보다 압도적으로 크면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것입니다. Frey와 Osborne은 미국 직업의 자동화 가능성을 계산하여 논문(Frey and Osborne, “The Future of Employment.”)을 냈습니다. 그들은 미국 노동부의 행정 데이터를 활용해 702개 직업을 분석했고, 그 결과 미국 일자리의 47%가 향후 20년 이내에 자동화될 고위험군에 속한다고 추정했습니다.
자동화와 고용 감소는 20년 후에 갑작스럽게 실행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AI 자동화는 진행 중입니다. 광고 시장의 예가 두드러집니다. 연예인 노홍철 씨의 사례를 봅시다. 기존에 그가 광고를 찍으면 광고 대행사, 제작사, 특수효과팀, 미디어랩, 한국방송공사, 매체 등이 모두 광고 사업의 관계자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메타와 노홍철의 협업은 이 모든 중간자들을 제외하고 광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노홍철은 광고를 찍기 위해 미국으로 출근하지 않아도 됐고, 단지 자신의 개인 IP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광고가 만들어졌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 사례를 보며 개인 IP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을 주목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몇 명이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IP를 지닐 수 있을까요? AI 시대가 아니더라도 성공한 개인 IP는 이미 큰 수익 창출의 기회입니다. 그리고 "너도 유튜브 스타가 돼서 인지도를 올려!" - 이런 말은 쉽지만 실행하고 달성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개인 IP의 가치 향상은 대다수 사람에게는 소용없는 통찰 같습니다.
그렇다면 정책과 제도를 통해 갑작스러운 대량의 고용 감소를 방어하거나 혹은 AI의 인간 대체 속도를 완만하게 조절하는 것에 성공하면 어떨까요? 사람을 고용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주거나, AI 관련 기업의 수익에 과세하기 등 사회적, 법적, 정치적 측면에서 여러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만약 어떤 기업이 인력 감축 규모는 적은 수준으로 하고, AI 자동화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기업의 생산성은 올라갔고, 감축 규모는 적습니다. 또한 실직한 사람들은 AI 발전으로 생긴 또 다른 고용 시장에서 노동의 기회를 얻었다고 합시다. 이런 경우라면 AI 자동화와 인간 노동시장의 긍정적인 공존일까요? 아니오. 한 가지 걱정이 더 남아있습니다. AI는 그 자체로 노동 조건을 악화시킨다는 것입니다.
테일러주의: 과학적 관리법, AI에 의한 생산성 모니터링?
테일러주의(Taylorism)는 20세기 초에 프레드릭 테일러라는 사람이 주장한 "과학적 관리법"을 일컫는 말입니다. 과학적 관리법이란 쉽게 말해 생산에 필요한 작업 과정과 속도를 세밀하게 통제하여 낭비를 최소화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출처: 오마이뉴스
쿠팡의 사례를 생각해 봅시다. 쿠팡의 노동환경이 어떤지 기자가 잠입 취재를 하기도 하고, 유튜브에 경험담을 올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위와 같이 두 시간 전에 근무가 확정된다는 것은 그날 처리해야 할 물량 대비 필요한 사람의 수를 최대한 오래 정확히 계산했다는 증표입니다. 쿠팡 입장에선 낭비를 없으려는 합리적인 행위겠지만 아르바이트 지원자 입장에선 많이 황당할 것입니다. 그래도 저 사람은 일당을 얻을 테니 다행인 편입니다. 어떤 후기에 따르면 근무 당일 몇 시간 전에 근무 취소 문자가 오기도 한답니다.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떨까요? 동작이 느리다고 핀잔을 들은 한 청년이 근무를 중단하고 작업장에서 나와 자신의 기분 나쁜 경험에 대해 하소연을 하는 유튜브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쿠팡은 하나의 예시일 뿐, 많은 일터에서 이런 류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인력배치와 스케줄링 등을 세밀하게 관리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사람을 조이고 닦달하는 일 말입니다.
과학적 관리라는 체계 하에서 기업은 본래 자신이 져야 할 비용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습니다. 몇 명의 사람을 얼마나 쓸지, 누가 얼마만큼 움직여야 하는지, 누군가 빠지면 남은 사람들이 얼마만큼 더 일해야 할지를 계산하고 결정 내립니다. 작업을 세밀하게 쪼개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일은 9시부터 12시로 정하고, 저 일은 2시부터 5시로 정하고, 그러나 업무 내용이 다르니 계약서는 다르게 작성합니다. 그리고 중간 대기 시간의 대기 비용은 지불하지 않음으로써 노동자에게 대기 비용을 전가하는 방법도 쓸 수 있습니다. 이런 관리에 필요한 계산 작업 자체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할 것이고, 계산 수식을 만들거나 계산을 바탕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최종 결정은 인간 관리자의 몫입니다. 그러나 이런 일은 발전된 AI에게 맡기면 더 잘하지 않을까요? 지금의 컴퓨터 프로그램들은 계산 작업을 보조할 뿐이지만, 발전한 AI들은 더 적극적인 관리 수행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카메라와의 AI 모니터링의 조합은 지금보다 더 탁월한 직원 감시 시스템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기업들은 노동자를 대량으로 감축하지 못하더라도 중간 관리자들을 AI로 대체하고 과학적 관리법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려 생산성을 늘릴지도 모릅니다.
노동자는 맡은 일을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대한은 어디까지가 최대한일까요? 이 지점은 정확하게 계량할 수 없습니다. 모호하지만 적당히 넘어가고 타협하는 선이 있고, 이런 완벽하지 못한 측면이 인간의 인간미입니다. 기업은 생산성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성과급 기반의 유인책을 쓰기도 합니다. AI에 의한 정량 평가는 지금의 밸런스를 무너뜨리고, 쿠팡 사례와 같이 과학적 관리법의 부정적 측면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고, AI에 의한 과학적 관리법이 이윤을 극대화한다면 쓰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세밀한 관리? 세밀한 법제도의 필요성
AI가 도입되지 않은 지금도 어떤 노동자들은 기업의 과도하게 세밀한 스케줄링이나 비용 전가에 의해 손해를 봅니다. 기업이 노동자를 세밀하게 관리하려 드는 것을 무제한적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것은 너무 극단적인 기업친화적 입장일 것입니다. 정당한 방식의 생산성 향상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노동자 측에 부당한 손해가 발생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러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면, AI 모니터링의 고도화는 생산성 증가를 명분으로 직원 감시와 불공정한 출근 관리 등을 정당화할 것입니다.
따라서 AI 모니터링과 관리는 허용과 금지의 영역을 세밀하게 설정하는 법적 제도의 완비가 필요합니다. 기업이 감시 카메라를 노동 감시의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듯, AI 모니터링이나 과학적 관리 역시 어떤 측면에서 허용하고 금지해야 할지, 그리고 AI 기술의 사용 정당성에 관한 한계를 명확히 하는 사회적 논의와 정치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대체로 칭찬으로 쓰이는 두 가지 표현이 있습니다. 하나는 "과학적이다"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적이다"입니다. 하지만 이 두 개념이 결합했을 때, 과학과 경제가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부당하게 인간을 억압하는 측면이 있다면 우리는 그것이 발전인지 의심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