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팀장 이야기
최근 [서울자가에대기업다니는김부장이야기] 줄여서 '김부장이야기'가 종영되었다. 나도 김부장처럼 언젠가 은퇴를 앞둔 입장에서 마치 내 짧은 미래의 일처럼 느껴지는 마음아픈 장면들이 많았다.
하지만 현직 인사팀장 입장에서 더 재밌었던 요소는 극중에 인사팀장(배우 이현균님)이 나오는 장면들이었는데. 예를들면 본사 인원감축에 대한 얘기를 상무방에서 은밀히 나누는 장면이라든지, 인사팀장 방에서 희망퇴직 면담을 하는 장면, 공장에 좌천된 김낙수에게 찾아가 공장폐쇄를 위한 정리해고 리스트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 장면 같은 것들이다.
인사팀장을 분한 이현균님이 얼마나 연기를 잘했는지 그런 쇼츠들 댓글에는 자기가 다니는 회사에도 저런 인사팀장이 있다는 얘기들이 많았다. 자기관리해서 날씬한 몸매, 날카로운 눈매, 반말과 존댓말을 오가는 애매하게 재수없는 말투 같은 것들이 말이다. 나도 비슷한 모습일 때도 가끔 있지만 그럼에도 성급한 일반화는 말라. 내가 만나보거나 알고지내는 그렇지 않은 인사팀장들도 정말 많으니.
기업마다 상황이 다르다보니 그런 일이 흔하지는 않지만 인사업무를 오래 하다보면 인사팀 입장에서도 정말 하기 싫은 일들을 해야할 때가 있다. 그런게 바로 위의 사례들인데 누군가의 인생을 요약해 리스트를 만들고 그 안에서 어떻게 보면 생사여탈을 결정한다는 것은 물론 당사자에게 가장 고통이겠지만 어떻게 보면 인사 실무자, 의사결정자들에게도 부담되고 마음 아픈 일임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때로는 명확한 이유 같은것 없이 떨어지는 과제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끔씩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적성에 맞는지 생각해보는 경우도 있다. 생각이 많아지고 이게 맞나 현타가 올때도 있다. 퇴직을 권고하는 면담 과정에서 울음을 터트리는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선배들도 있었고, 들어온지 얼마되지 않은 신입사원인데 우리와 너무 결이 맞지 않아서 내보내야할 때도 있었다. 또 많고많은 인사업무의 영역에서 어떻게 보면 정말 작은 하나의 장면만 가지고 인사팀 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다고 하는 경우도 많고, 인사라는 이유로 현업에서 이유 모를 반감과 감정 섞인 언어폭력을 들을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도 김부장이고 똑같은 직장인이다. 영업은 영업으로 매출을 내고, 개발은 기술을 개발하고, 기획자는 기획으로, (인사)관리는 (인사)관리를 하는 역할을 맡았을 뿐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똑같은 일에도 마음근육이 생겨서인지 무뎌지긴 해도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일하면서 욕도 먹고, 때론 정말 하기 싫은 일도 해야하고, 매일 출근하기 싫어도 출근해야하는 수많은 김부장들. 그리고 그 안의 인사팀들을 마음 깊이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