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음악으로 그리는 남미 여행기
by 헤이즐 Mar 10. 2018

04. 올드타운

오래된 도시를 여행하면 무슨 생각 하시나요?


우리는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아바나의 거리를 걸었다. 그리고, 이끌리는 분위기를 따라 한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음식을 주문하고 나니 우리가 앉은자리 옆에 조그맣게 마련된 공간에서 라이브 공연이 시작되었다. 인자하게 생긴 아저씨 5명이 나와서 흥겨운 음악을 연주했다. 몇 걸음이면 닿을 만한 가까운 거리였다. 즉석에서 연주되는 투박한 선율이 사방으로 퍼졌다.


한 곡이 끝나갈 때 즈음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와아- 맛있겠다. 맛있게 드세요.”

“잘 먹겠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우리는 간단한 식사 인사를 마치고 바쁘게 포크와 나이프를 움직였다.


골반과 다리를 씰룩거리며 박자를 타는 퍼커션 연주자 아저씨의 움직임은 경쾌했다. 그 리듬을 따라 식사하는 우리의 손놀림도 더 경쾌해졌다. 흥겨운 리듬과 기분이 더해지니 음식도 배로 맛있었다. 연주가 흘러나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피아니스트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아저씨는 눈이 마주친 나를 향해 윙크하며 웃어주었다. 아저씨를 따라 나도 빙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언어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고 국적도 다른 우리는 그렇게 웃는 표정 하나로 소통했다.


카피톨리오 © 2017. Hazel. all rights reserved.


식사를 마치고 거리로 나오니 화려한 올드카가 중후한 매력을 내뿜으며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영화에서 방금 나온 듯한 올드카의 클래식한 자태는 쿠바의 최고 분위기 메이커다웠다. 분홍, 보라, 노랑, 초록, 빨강, 에메랄드, 파랑, 등등.. 자동차 색상이 그 가짓수를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했다. 검은색과 흰색 차가 대부분인 한국의 거리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형형색색의 자동차가 달리는 광경을 보니 답답하고 우울했던 기억과 걱정거리가 날아가버리는 것만 같았다. 생동감. 활력. 즐거움. 그런 긍정적인 에너지가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기분에 따라 시선을 돌리기도 하고 걷는 방향을 틀기도 하며 거리를 걸었다. 그렇게 들어간 골목에는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들이 서있었다. 몇몇 건물은 상처 나고 부서진 흉터를 그대로 품고 있었다. 그 모습이 위태로운 듯 보이면서도 멋스러웠다. 높고 화려한 빌딩은 아니었지만, 사연이 있을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서 서울에는 있지만 아바나에는 없는 것들을 나열해보았다. 초고속 LTE, 높고 화려한 최신식 건물, EDM 음악, 빠르고 편리한 지하철, 고급스러운 백화점, 24시간 편의점. 그리고 다음에는, 아바나에만 있는 것들을 생각해보았다. 오프라인이 주는 자유로움, 라이브로 연주되는 거리 음악, 알록달록한 올드카, 오랜 시간 풍파를 견뎌온 낡은 건물, 한적함을 만끽할 수 있는 테라스, 헤밍웨이가 다녀간 칵테일바. 올드타운은 이런 낭만적인 것들로 채워져 있었다. 올드 아바나 속에는 오래된 것들의 멋이 깃들어 있었다. 짙은 자유로움이 살아있었다. 그래서 아바나의 풍경은 빌딩으로 가득한 첨단도시보다도 매력적이다. 사연과 역사가 담긴 아날로그시계가 최신식 디지털시계보다 멋진 것처럼 말이다.



올드타운을 떠나는 날, 나는 마음을 뻥 뚫어줄 음악이 듣고 싶어 졌다. En vogue의 Free your mind를 틀었다. 파워풀한 여성 보컬이 쏟아내는 화음을 듣고 있으니 마치 올드타운이 나에게 외치는 것 같았다.


Free your mind and the rest will follow
(마음을 비워 그럼 다 해결돼)
Be color blind, don't be so shallow
(색깔에 신경 쓰지 마 너무 피상적이야)


사람들은 가끔 과하다 싶을 만큼 자신을 남들과 비교한다. 피부색이 검다거나, 키가 작다거나, 자동차가 오래되었다거나, 내가 입는 옷이 유행이 지난 스타일이라거나 하는 그런 피상적인 것들로 말이다. 나도 그럴 때가 있다. 그래서인지 유독 'Free your mind'라는 가사가 따가운 일침으로 들렸다. 회초리로 몇 대 맞은 것처럼 노래를 듣는 마음이 뜨끔했다.


Free your mind and the rest will follow
(마음을 비워 그럼 다 해결돼)
Be color blind, don't be so shallow
(색깔에 신경 쓰지 마 너무 피상적이야)


뜨거운 태양에 유독 눈이 부신 날, 눈을 지그시 감고 생각했다. '색깔이 아닌 본질을 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번쩍번쩍한 뉴타운을 닮기보다는 깊은 내공과 멋을 간직한 올드타운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Free Your Mind - En Vogue

keyword
magazine 음악으로 그리는 남미 여행기
헤이즐의 브런치입니다.
댓글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