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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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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죽이는 암과 나를 살리는 너
Sep 23. 2024
괜찮아, 다 지나가겠지
지키지 못할 말들
한 달 동안의 휴식기
짧지만 그 짧은 시간이 나는 너무 좋다.
매번 하는 온갖 검사에 혈관을 안 찔러도 되고
항암 부작용에 안 시달려도 되고
그냥 평소랑 똑같이 먹고 자고 먹고 자고
이런 소소한 행복이 너무 좋다.
일하는 남자친구를 위해서
집에서 청소하고 빨래하고 밥하고 빈둥거리면서
휴대폰 하다가 낮잠도 자고 저녁에는
가끔씩 야식도 시켜 먹으면서 TV도 보고
오늘 하루의 일과를 이야기하면 마무리하는 일상
남자친구의
일정 맞춰서 여행도 다녀왔다.
대만도 다녀오고 제주도 여행도 다녀오고
여행 내내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내일은 어디 갈까? 우리 이거 먹어볼까?
진짜 별거 아닌 게 너무 즐겁고 웃기고
내가 평소에 이렇게 마음 편하게 웃고
즐긴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행복한 일상이었다.
그냥 지금 이 순간에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여행에서는 우리 둘은 한 번도 울지 않았다.
그냥 정말 내가 암환자가 아닌 것처럼
나의 병에 대해서 서로 꺼내지 않았고
오로지 여행에 집중했다. 여행에서라도 슬프지 않게
나를 걱정한 남자친구의 배려였던 거 같다
그리고 우린 먼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나의 미래는 불확실한 미래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린 늙어서 이렇게 하자, 우리 나중에 이렇게 하자..
예전 같았으면 입에 달고 살았을 그런 말들
난 미래에 대해서 약속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지키지 못할 그런 말들... 우린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그런 말을 꺼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남
자친구는 여행이 끝나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에게 그런 말을 했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거처럼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바쁘게
지내다가
어느 날 문득 내 나이가 몇 살이지? 했을 때
벌써 40이 이네?,
벌써
50이네? 했으면
좋겠다고
난
그 말이 참 씁쓸했다.
다들 그렇게 살다가 나이를 먹는데
나는 그렇게 못한다는 게..
희망을 가지고 끝까지 버티다 보면
지금 이 순간을 과거라 웃으면 이야기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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