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의 H20 수출 허용이 앞으로 미칠 영향
LG의 EXAONE 4.0이 Artificial Analysis의 '지능 지수(Intelligence Index)'에서 11위를 기록했다. 업스테이지의 모델도 15위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의 AI 기술이 글로벌 무대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연산 자원과 언어 데이터 측면에서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상위권에 진입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이번 순위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중국 AI 모델이 만들어냈다. 알리바바의 Qwen3-235B는 6위, DeepSeek는 7위, 문샷AI의 Kimi K2는 16위에 올랐다. 세 모델 모두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한 아래에서 개발되었으며, 기술적 완성도와 전략적 적응력이 동시에 드러났다. 중국 AI 기업들은 제약을 단순히 견디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돌파구를 찾아가고 있다.
중국이 직면한 가장 큰 제약은 고성능 GPU, 특히 추론(inference)에 필요한 연산 자원이다. AI 모델의 훈련은 한 번에 집중 투자하면 되지만, 추론은 실시간 응답과 상시 운영이 필요한 영역이다. 학습용 데이터센터에는 최고 성능의 칩을 단일 클러스터로 묶는 구성이 적합한 반면, 추론에는 전력 효율과 에너지 소모, 데이터 전송 속도의 균형을 갖춘 칩이 더 적합하다.
미국은 2022년 10월, NVIDIA의 H100과 A100 같은 고성능 GPU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이후 성능을 조정해 출시된 H20 칩은 예외적으로 허용되었지만, 2024년 4월부터 이마저도 수출이 중단되었다. 당시 H20은 중국 AI 기업들이 추론용으로 가장 선호하던 칩이었다.
규제 이후의 파급력은 빠르게 현실로 이어졌다. 2024년 7월에 출시된 문샷AI의 Kimi K2는 느린 응답 속도로 사용자 불만을 샀고, DeepSeek는 당초 예정됐던 V3.5 모델의 공개 일정을 조정했다. 모델 자체의 성능은 충분했지만, 하드웨어 인프라가 이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했다.
중국 AI 기업들은 GPU 제약을 돌파하기 위한 해법으로 오픈소스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Hugging Face 등 글로벌 플랫폼에 모델을 공개하고, 경량화와 구조 최적화를 통해 연산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유연한 배포 구조를 통해 사용자 피드백을 빠르게 수집하고, 이를 모델 개선에 직접 반영하면서 내부 자원 부족을 외부 네트워크로 보완하는 방식이 정착되고 있다.
2025년 7월, 미국 정부는 NVIDIA 젠슨 황 대표의 외교적 설득을 계기로 H20 칩에 대한 수출 제한을 조건부로 해제했다. 이는 중국 기업의 자립을 저지하기보다는, 미국 기술 의존을 유지하는 쪽이 전략적으로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한동안 막혀 있던 반도체 공급이 다시 열리면서, 중국 AI 기업들의 운영 전략에도 변화의 여지가 생기기 시작했다.
H20 수출이 조건부로 재개되었으나, 중국 정부는 이를 일시적인 완화로 보고 있다. 공급이 안정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언제든 다시 차단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여전하다. 이에 따라 중국은 국산 GPU 개발과 데이터센터 확장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으며, 민간 기업들은 연산 효율을 높이기 위한 모델 구조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AI 기업들은 단순히 제약을 견디는 데 그치지 않고, 제약 안에서 작동 가능한 해법을 만들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칩이 막히자, 오픈소스 공개와 경량화, 분산 배포 전략으로 연산 환경을 재설계했다. H20 수출이 재개된 이후에도 자체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원의 부족을 외부 네트워크와 구조적 설계로 보완하려는 방향이다.
중국은 주어진 제약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기술 구조를 새롭게 짜고 있다. 단기적인 대응보다 장기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AI 경쟁은 단순한 성능 싸움이 아니라,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널리 퍼뜨릴 수 있느냐의 생태계 게임으로 바뀌고 있다.
===
*참고 1: Arficial Analysis
*참고 2: "How Trump’s U-turn on chips could unleash Chinese AI" from Econo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