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일지
??? : 혹시 울면서 글 제목을 썼나요?
나 : 아닌데요? 어? 한 쪽 눈에? 눈물이 고인?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지난 달에 또 배구 학원을 옮기게 되었다.
이유는 예전 학원에서 나와 같이 배우던 친구들이 일부는 중급반으로 옮겼고, 한 명은 일정이 맞지 않았기 때문에..
난 도저히 중급반에 갈 자신이 없었고.. 서울 지역에는 더 이상 가고 싶은(갈 수 있는!?) 학원도 없어서 그냥 이 참에 배구를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했다.
물론 중간 중간 쉬었던 기간을 생각해보면 8개월 남짓이지만, 그래도 처음 시작한 건 작년 4월이었는데 이렇게까지 늘지 않는 걸 보면
그냥 이 참에 그만둬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하고 내 맘속에서 소근거리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지..
그러다가 그냥 마지막으로 여기나 한 번 가볼까 했던 것이 지금 다니고 있는 엑시토 배구학원이다.
하남..미사...? 헤엑..? 이젠 미사까지 가..?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아니 어째 지금까지 다녔던 학원이랑 거리가 크게 다르지 않았고
딱 여성 배구 교실이라고 정의되어 있는 데다가,
심지어 지하철역에서 코치님이 직접 셔틀도 운행해주시는데 안 갈 이유가 없지! 당장 질러! 그리고 처음 수업이 가장 허들이 높은데 천사같은 친구 A가 함께였기 때문에 더 편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엑시토에서 배우기 시작한 지 두달 째 나는 이 반에서도 가장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ㅋㅋㅋㅋㅋ
아 ㅋ가 아니라 ㅠ 같다구요? 잘못 보신거예요 저 분명히 웃고있어요 하하하하하
이게 내가 못 하는구나를 생각하면 악순환이 시작되는데 못 하니까 긴장함 -> 몸에 힘이 들어가니까 공을 더 못 봄 -> 본다고 하더라도 어딘가가 삐끗함 -> 코치님이 주목하기 시작함 -> 더 긴장함 -> 왓더~!!!! 저는 이 경기장을 떠나야겠어요!!!!!! 마인드가 되면서 소극적이 되는 루트다.
그래서 요즘 내가 쓰고 있는 방법은 주위 친구들이 아무리 잘해도 내 앞 사람이 그뤠잇 당신은 100점 만점의 배구천재입니다!! 소리를 들어도
나는 내 배구를 하자 나의 공을 때리자 집중하자 하고 되뇌이는 것이다.
내가 지금 집중 해야 하는 건 배구를 잘 하려고 긴장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저 공 자체에 집중하는 것.
뭐 그렇게 생각해도 또 바로 삑사리 나지만 어쩌겠어 계속 하는 수 밖에 없는걸.
오늘은 이렇게 어딜 가든 그 반에서 제일 배구 못하는 사람이 되는데도 그만두지 않고 계속 배우고 있는 내가 참 대단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몸에 힘 빼기, 긴장하지 않기, 공을 앞에 두고 치기, 자세 낮추기.
아주 간단하고 쉬워보이는데 나에게는 세상 제일 어려운 마법의 문장들이다.
하지만 나는 다음 주 일요일에도 또 배구를 배우러 갈거야. 아직까진 계속 배우고 싶다는 내 안의 목소리가 더 크거든.
언젠가는 배구공 아니 배구신의 간택을 받았으면 좋겠다.. 진짜... 제발... 착하게 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