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머뭇거린 나의 꿈
벌써 이십여 년 전 국문과 학부 시절, <현대 소설론> 수업을 들으면서 막연하게 여유가 생기면 꼭 비평, 평론 분야로 신춘문예 글을 써보아야겠다고 다짐 아닌 다짐을 했었다. 문법이 너무 재미있어서 전공 수업을 모두 문법 강의로 배치하고 문학은 전공 필수만 이수하던 나에게 나름의 흥미를 끄는 부분 내지는 국문과라면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근데 살면서 여유란 절대 생기는 법이 없다는 것을 대학원을 거치고 정교사가 되어 열심히 일을 하다 육아에서 마의 고비를 넘기던 시절 깨닫게 되었다. 여유란 내가 시간을 쥐어짜야 아주 힘들게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인간이란 결코 죽을 때까지 한가함을 주어질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게다가 나처럼 일이 없고 한가해지면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집을 대청소하게 되는 일이 생기더라도 일을 찾아 벌이는 성향에는 말이다.
그리하여 그 없는 시간을 쥐어짜 한 번 여유를 억지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일과 육아를 도움없이 병행하는 처절한 삶에 여유란 새벽 네 시쯤 일어나야 가능할 것 같지만 말이다. 더불어 이렇게라도 시간을 쪼개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부분은 짧은 시간이 지배하는 시대의 흐름을 역행해 긴 호흡의 문장이 너무도 쓰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너무도 가벼운 것들이 지배하는 시류에 대한 반감 또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이 쌓여 이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나의 상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들은 갖다 붙이며 글을 써보고 싶어 요즘 신춘문예 수상작들을 한 번 읽어보노라니, 나의 분석력과 필력이 한없이 초라하게만 느끼며 과연이란 생각과 현실의 벽을 다시금 느낀다. 역시나 인간의 공부란 끝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으며 나 역시 불혹의 중반을 향해 가는 이 나이에 공부거리를 찾아 정진할 것을 다짐하고 다짐하는 구월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