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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로 Dec 18. 2018

01. 비전공 4학년 1학기

4학년 1학기가 시작되기 전날, 학교 기숙사에 도착했다.

짐을 풀고 학교 근처 식당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은뒤, 기숙사 침대로 몸을 옮겼다.

학교 졸업까지 2학기만 남았다는 사실에 마음이 갑갑했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서 천장을 바라봤다.

별별 생각이 다든다.


전기전자라는 학과는 제조업이 활황이던때라 취업에 대한 걱정은 그나마 적었다.

그럼 매일 제조업 회사로 출근하면 행복할까?


그 생각을 하면 한숨이 나왔다.

물론 제조업 회사를 비하하는건 아니다.

다만 나는 몇년간 이쪽 전공을 하면서 정말 나와 맞지 않는다는걸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지방대에 학점도 3.3 이라면 정말 취업은 물건너 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학기가 시작도 안했지만, 학교 중앙 도서관에는 자리가 꽉 차있는걸 보면 한숨만 나온다. 


학교라는 공간은 참 신기해서 같은 나이, 같은 과목을 배운 친구들이 서로 다른 선택을 한다.

누구는 학교 도서관에서 10시간, 12시간씩 취업준비를 하고

누구는 후배들, 동기들과 함께 주막에서 술을 먹는다.


나는 이쪽도 저쪽도 아닌 색이 없는 사람이였다.

술먹는것, 노는것도 좋아하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공부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였다.

그러니 기숙사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있었겠지만.




밖에서 새로운 학기에 대한 화이팅 소리를 들으면서 

아무런 맥락 없이 "아 개발자를 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딱히 이유가 있었던건 아니다.

뭐랄까 그냥 나도 모르게 나왔다. 


물론 너무 생뚱맞진 않았다.

개발 전공 과목들을 몇 번 수강을 했었다.


다만 아쉽게도 그 과목을 들으면서 나는 전혀 이쪽에 재능이 없음을 발견했다.

비전공인 우리 학과에서는 프로그래밍 과목 점수를 쉽게 받았지만, 

진짜 그 전공인 학과로 가니 나는 그저 자전거 발판 같은 존재였다.

밟고 앞으로 나가게 해주는?


여튼 그러다보니 이 선택이 옳은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나느 드라마의 주인공이였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뭘해도 잘하지 못했던 입장에서 

전공을 변경하면,

다른 기술을 배우면,

새로 시작하면

잘할 수 있을까?


다 떠나서 

특별히 재능을 발견하지 못했음에도 진로를 선택하는게 맞을까?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나는 개발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이 되지 못할것 같지만 그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인생에 있어서 한번은 느낌 가는대로 선택하는게 좋을수도 있겠다라는건 먼 훗날에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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