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층아줌마 Jan 13. 2016

가치를 셰어하는 삶

소유보다는 공유가 주는 기쁨을 찾아....

친구가 한국에서 보내준 책들을 한권씩 야금야금 읽으며 이따금씩 행복한 생각에 빠진다.


책 자체를 읽는 것도 즐겁지만 친구가 표지 다음 장에 몇줄씩 적어놓은 메모를 보면서

요 녀석의 따뜻한 마음과 깨알같은 센스를 느낄 수 있어 더욱 행복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노년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

워낙 끈끈하게 지내온 고딩 친구들 몇명과 같이 집을 짓고 노닥거리며 노년을 보내자는 계획은 

친구들이랑 만날 때마다 꿈꾸는 얘기다.

그런 관점에서 친구가 선택해서 보내준 책이 있다. 


<나는 셰어하우스에 산다>  



이 책은 유럽식 플랏 셰어를 경험한 일본의 젊은 친구들이 자국에 정착하면서

일본식 개인주의와 결합해서 미래형 주거 형태를 새롭게 만들어가고 

그것에 대한 장점과 가치 등을 소개한 책이다. 

어찌 보면 단순한 책이다.


이 책을 보면서 그동안 나 스스로 풀지 못했던 나 자신에 의문점을 하나 해소하였다. 

무엇인고 하니,

어느 정도 보장된 안정된 삶을 과감히 버리고 

일말의 미련을 남기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한국에선 흔치 않은 Garage Sale까지 해가며

도영(渡英)한 나 자신의 삶에 대해 '도전'이라는 말 이외에는 참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누군가 40이 넘은 늦은 나이에 왜 험난한 이런 선택을 했느냐고 물으면,

"나이가 들 때까지 유사한 관심사를 가진 동시대의 젊은 친구들과 글과 얘기를 통해 내 생각을 나누고 그러한 소통이 가능한 장을 찾고 싶다"라는 다소 이상적인 얘기를 하곤 했었다. 


부끄럽지만, '소유'에 별로 관심이 없고 특히 아득바득 돈을 모으는데 전혀 관심이 없는 내가 

영원히 철이 들지 않는 사람인가 늘 고민스러웠더랬다.


어찌 보면 나 자신, '다운시프트족'으로서의 삶을 선택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내가 가진 것을 소유에 그치지 않고 활용하는 행위를 통해 그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사람, 

지식 뿐 아니라 가치를 'share'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는 것. 

나 자신의 시간을 희생해가며 음식을 만들고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시간들을 소중히 여기는 내 모습.


내가 어렵게 얻은 정보와 작은 삶의 노하우들을 블로그에 공개하고  

역시 내 시간을 희생해가며 같이 얘기나누고 그들의 삶에 같이 마음 아파하고

이런 삶의 모습이 예컨대 가치를 공유하고자 하는 'Value Sharer'의 모습에 다름 아니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소비 중심의 사회에서 한발 벗어나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기 시작한 사람들을 다운시프트족(Downshifts)이라고 한다.

1990년 미국의 경제학제 줄리엣 쇼어(Juliet Schor)가 사용하기 시작한 단어인데 

이들은 수입이 많지 않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 

소유하는 행위보다는 소유물 그 자체나 소유물을 활용하는데 가치를 둔다. 


영국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더라도 경제적으로 윤택한 삶은 아마 꿈꾸기 힘들 것이다.

현실적인 이유를 떠나서, 

내가 걸어가야할 새로운 인생의 방향이,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가 조금씩 잡혀 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리타이어를 맞이하는 멀지 않은 미래가 도래했을 때

일본이나 서구식 셰어라이프가 아니더라도,

두려움없이, 주저하지 않고 가치 뿐만 아니라 공간까지도 셰어할 수 있는 삶의 태도를 갖고 싶다.

다닥다닥 밀착된 삶이 아닌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할 수 있는 삶, 셰어 라이프.

이를 통해 '소유'가 주는 기쁨보다 '공유'가 주는 기쁨을 찾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이름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