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有事焉而勿正 心勿忘 勿助長也
필유사언이물정 필물망 물조장야
-반드시 할 일에 힘쓸 뿐 바로잡으려 하지 말고, 마음에 잊지 않되 조장하지 말아야 한다. -
공손추 상(公孫丑 上)
자신이 어떤 점에서 뛰어나냐는 공손추의 질문에 맹자는 남의 말을 잘 이해하며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잘 기른다고 답합니다. 호연지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위와 같이 답변해 줍니다. 중국 역사는 물론 온갖 야사에 능한 사람답게 호연지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음의 사례를 끌어 옵니다.
춘추시대 송나라에 한 농부가 있었습니다. 곡식의 싹이 잘 자라지 않자 그는 싹을 잡아 올려 키를 늘려 주며 흡족해 합니다. 하루종일 그 짓을 한 후 뿌듯한 마음으로 귀가하여 곡식의 싹이 잘 자라도록 도와주느라 힘들었다고 말하는 농부. 그의 아들이 달려갔을 때 곡식의 싹은 이미 모두 시들어 있었습니다. 이른바 발묘조장(拔苗助長)의 유래입니다.
맹자는 호연지기를 억지로 조장하는 것은 바로 이와 같다고 얘기합니다. 유익하기는커녕 해악을 끼칠 뿐이라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호연지기란 무엇일까요? 호연지기를 말하기 이전의 대화 내용이 힌트가 됩니다. 맹자는 나이 마흔이 넘은 뒤로는 마음이 동요한 적이 없다고 얘기했습니다. 공자가 말한 불혹이지요.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으면 어떠한 것에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고 말하며 이를 대용(大勇)이라고 했습니다.
즉, 호연기기의 바탕은 평정심입니다. 항상 고요한 마음 위에서 도(道)를 따르며 의(義)를 쌓을 때 생겨나는 것으로, 소홀히 하면 금새 위축되며 지속적으로 기르면 천지간에 가득 차게 된다는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결국 인간의 잠재력에 대한 얘기입니다. 오직 의로운 일의 지속이 천명에 부합하는 것이며, 그 과정 속에서 인간은 위대한 존재로 거듭날 가능성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것이 억지로는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금 정부가 하는 일이란 나라라는 밭에서 잘 자라고 있던 야무진 싹들을 모조리 뽑아 올리는 어리석은 송나라 농부의 멍청한 짓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매한 농부가 농사를 망치 듯, 무능한 리더는 나라를 망가뜨립니다. 싹이 말라 죽으면 밭은 황폐화되고, 나라에는 미래가 없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