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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Nov 01. 2023

한 번 지조를 굽히면 영원히 굽힌다.   

枉己者 未有能直人者也

왕기자 미유능직인자야


-자기를 굽힌 자가 남을 곧게 한 경우는 없다. - 등문공 하(滕文公 下)



진대라는 제자가 맹자에게 사소한 지조를 꺾고 제후를 만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맹자는 두 개의 사례를 들어 답합니다. 하나는 제경공이 사냥하던 때의 일입니다. 그는 새 깃털 장식이 달린 깃발을 사용해 사냥터 관리자를 부릅니다. 하지만 그것은 제후가 대부를 부를 때의 예법이었기에 관리자는 응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목숨을 잃을 뻔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진나라 시절의 왕량이라는 마부 이야기였습니다. 진나라의 경(卿. 제후 바로 아래이며 대부 위인 고위직) 조간자는 자신이 총애하던 신하 해로 하여금 왕량이 모는 수레를 타고 사냥하도록 했습니다. 종일토록 새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돌아온 해는 왕량의 실력이 형편없다고 보고합니다. 


그 말을 전해 들은 왕량은 다시 한 번 하기를 청해 승낙을 받습니다. 새 열 마리를 잡고 흡족해진 해가 이번에는 천하의 훌륭한 말몰이꾼이라며 왕량을 칭찬합니다. 이에 조간자가 왕량에게 해의 수레를 모는 자리에 임명하지만 왕량은 이를 거절합니다. 그의 말이 일품입니다. '법도대로 말을 몰 때는 하루종일 한 마리도 잡지 못하다가 법도를 어겼더니 하루 아침에 열 마리를 잡았다. 소인과 함께 수레를 타는 데는 익숙치 않으니 사양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사냥터 관리인과 마부조차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에서도 도리를 어기지 않았는데 어찌 자신이 그럴 수 있느냐며 맹자가 이익을 논하는 제자의 어리석음을 깨우치는 대목입니다.  


필요에 따라 지조를 굽히는 자는 타인 역시 굽게 만들 뿐입니다. 그리하여 변절과 굴종에 능한 자들은 끼리끼리 뭉쳐 출세와 이익을 공유하고, 곧은 사람들을 핍박합니다. 친미, 친러, 친일주의자로 카멜레온도 울고 갈 능수능란한 변신을 통해 부와 권력을 누렸던 만고의 역적 이완용 부류의 기생충들입니다. 오직 강자만을 숙주 삼아 빌붙는다는 점에서 인간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존재들이지요. 기생충다운 유연한 허리 굽힘에서 처세의 도를 깨우친 것인지 이 땅에서는 그를 닮은 자들이 큰소리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허리를 꼿꼿이 펴고 고개를 똑바로 들고 당당하게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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