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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Nov 02. 2023

내면의 무게를 갖춰라.

夫人必自侮然後人侮之 家必自毁而後人毁之 國必自伐而後人伐之

부인필자모연후인모지 가필자훼이후인훼지 국필자벌이후인벌지


-무릇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를 업신여긴 후에 남이 업신여기고, 집안도 반드시 스스로 망친 후에 남이 망치며, 나라도 반드시 스스로 무너뜨린 후에 남이 무너뜨린다. -이루 상(離婁 上)



어린아이 하나가 노래를 부릅니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지." 굴원이 지은 <어부가>의 유명한 대목이지요. 이 노래를 들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말합니다. "저 노래를 들어들 보거라. 맑으면 갓끈을 씻고 흐리면 발을 씻는다지. 물 스스로 그것을 초래한 것이다." 


어질지 않은 사람과는 더불어 말할 수 없다며 맹자는 공자의 위 에피소드를 끌어옵니다. 맹자가 말한 불인자(不仁者)는 '위태로운 상황을 즐기며 재앙에서 이익을 얻고, 망치기를 좋아하는' 특성을 갖습니다. 


맹자의 결론이 위의 구절입니다. 결국 '다 자초하는 것'이라며 묵직하게 정곡을 찌르지요. 세상이 손가락질하며 외면해도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존중심이 있는 사람은 의기소침하지 않습니다. 자학하며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지도 않습니다. 자신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묵묵히 시간을 귀하게 채웁니다. 그 시간들이 모여 남들이 찬사를 보내는 성취를 이루어도 승리감에 취하거나 교만에 빠지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가장 사랑스러웠던 지난 날의 모습을 잊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기 노력과 실력으로 얻은 성취만이 진짜 자기 것입니다. 겉모습에 대해 세상이 보내는 박수는 그저 일시적일 뿐이지요. 외부의 반응에 연연하지 않는 내면의 무게를 갖춰야 합니다. 겉이 화려할수록 속은 빈곤한 법입니다. 그럴듯하게 포장된 이미지 덕에 분에 넘치는 권력을 쥐더라도 그것을 감당할 능력이 없는 자는 그것에 짓눌려 스스로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국가 권력일 때는 자신이 무너지기 전에 나라를 먼저 망가뜨릴 위험성이 클 따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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