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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연금 스윗 스팟

by 띤떵훈


아침에 호주 연금 투자 옵션을 '해외주식 100%'로 바꿨다. 아래는 그 이유와 기준을 스스로 점검해 둔 기록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내 연령대와 목표(성장)에 맞춘 선택이다. 다만 규정은 수시로 바뀌고 시장도 변한다. 어디에나 통용되는 말, 유일한 상수는 변화다.



자영업자로 일하면서 자비 부담으로 연금을 조금씩 넣고 있다. 연금에 돈을 넣으면 소득세 공제를 받을 수 있다. 공제만 노리며 소액으로 시작했는데, 어느덧 잔액이 6만 불 근처까지 왔다. 가랑비로 옷 적셨다.



비교해 보면 내 페이스는 느린 편이다. 직장인은 매년 급여의 일정 비율을 의무 부담한다. 평균 연봉 9만 불 정도를 가정하고 10년을 다니면, 내 또래의 평균 잔액이 9만 불 안팎이다. 나는 거기에 비해 절반 조금 넘는다. 다만 자영업자의 리듬은 별개다. 불규칙한 현금흐름에서 공제 한도 안에서만 입금한다.



연금의 장점은 분명하다. 첫째, 세제 이점. 연금 계좌 안에서는 기여금·운용수익에 일반 과세보다 낮은 세율이 적용되고, 일정 조건을 충족한 이후의 인출 구간엔 더 유리한 과세가 붙는다(상한이 있다). 둘째, 접근 제한. 보통 접근 가능 연령에 도달하고 퇴직 등 요건을 충족하기 전엔 인출이 막혀 있다. 인간의 의지가 흔들릴 때 이 장치는 강제 저축 역할을 한다. 셋째, 자산 보호. 파산 시에도 연금은 원칙적으로 보호 자산으로 취급된다(직전 이전분 등은 예외가 붙을 수 있다). 불확실한 업에서 일한다면, 이 세 가지는 생명줄에 가깝다.



목표 잔액은 어떻게 잡을까. 흔히 말하는 권장 잔액이 있다. 예를 들어 은퇴 즈음 55만 불 정도를 연금으로 보유하고, 실거주 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금융자산을 합쳐 자산 테스트 임계치 아래로 관리하면, 노령연금(Aged Pension) 수급에 유리하다는 논리다. 요지는 간단하다. 연금과 공적 연금을 함께 받는 스윗 스팟을 찾는 것. 이 구간에서는 연금 인출과 공적 연금이 합쳐져 연 5만 불대의 생활비를 만들 수 있고(가정치), 월로 나누면 대략 4,500불 정도다.


혼자 살기에 부족하지 않고, 둘이 살면 검소하지만 가능하다. 다만 이 수치는 개인/부부·주택 보유 여부에 따라 달라지고, 해마다 조정된다. 숫자는 항상 당시 기준으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



문제는 여기에 도달하는 방법이다. 직장인이 아닌 사람이 한 번에 큰 돈을 만들기는 어렵다. 그래서 있는 돈을 잘 굴리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 옵션을 고르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동안 나는 공격형으로 묶어 두었는데, 오늘부터 해외주식 100%로 옮겼다. 이유는 세 가지다.


내 나이대(30대)는 자산 증폭이 1순위다. 변동성은 길게 보면 보상받는다.

연금 내부는 자동 분산과 리밸런싱이 작동해 개별 종목 투자보다 위험이 낮다.

과거 구간에서 해외주식형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좋았다. 미래는 다르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합리적 가설로 본다.



리스크도 있다. 해외 100%는 환율 노출이 크다. 달러가 급락하거나 지역 편중이 생기면 타격이 커진다. 그래서 규칙을 하나 둔다. 연 1회 정기 점검, 혹은 목표 비중에서 ±5~10% 벗어나면 리밸런싱. 현금이 생기면 먼저 안정자산 바구니(오프셋 계좌·단기예금·채권 ETF 등)를 채우고, 나머지를 연금으로 넘기는 방식을 유지한다. 한도는 연간 공제 한도(cap) 안에서만. 여유가 생기면 이월분(미사용 한도) 활용과 배우자 분할로 잔액 편차를 줄여 세제 효율을 맞춘다. 규칙은 단순할수록 오래 간다.



연금이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접근 불가라는 벽이다. 내 장점(직접 주식 운용)만 믿다 보면,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생활비 인출의 유혹이 생긴다. 연금은 그 유혹을 차단한다. 이 장치는 낙관보다 냉정에 가깝다. 미래는 내가 예측할 수 없다. 그 불가해성을 염두한 보험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숫자를 다시 정리해 둔다. 지금 잔액은 6만 불 근처. 내 또래 평균은 9만 불 언저리. 목표(가정치)는 은퇴 시 55만 불. 중간중간 세제 한도, 접근 요건, 자산/소득 테스트는 바뀐다. 표는 바뀌어도 원리는 그대로다. 세제 이점과 강제 저축, 보호 기능. 이 세 가지를 축으로 잔돈을 조금씩 얹는다.



오늘 아침 옵션을 바꾸며 다시 느꼈다. 재무 전략이란 결국 관리 가능한 규칙을 만드는 일이다. 너무 빡빡하면 반발심이 생기고, 너무 느슨하면 흐지부지된다. 나는 성장 최우선 옵션(해외주식)을 선택하되, 점검 주기와 한도 규칙으로 속도를 조절할 생각이다. 존엄을 유지하는 것이 노년 대비 제1 목적이다. 장기적 안전은 사소한 설정값에서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상기한다. 제도도 기준도 바뀐다. 오늘의 최적이 내일도 같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정답 찾기 대신, 주기적으로 점검한다. 오늘의 점검에선 이 선택이 최적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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